내가 세상에 내놓는 이 책의 원래 목적은 왜 이 위대한 혁명이 유럽대륙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준비되었으면서도 다른 곳도 아닌 바로 프랑스에서 발생했는가, 그리고 왜 혁명은 자신이 파괴하려 했던 바로 그 사회로부터 생겨났는가, 나아가서 어떻게 낡은 군주정이 그토록 순식간에 그리고 그토록 완벽하게 무너질 수 있었는가 하는 이유를 이해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이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의도는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앙시앵 레짐에서 성장한 바로 그 프랑스인들-연구를 통해 나는 앙시앵 레짐의 프랑스인들의 모습에 매우 익숙해졌다-을 혁명의 오랜 유위전변을 통해 추적해보고, 나아가 그들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비록 본성은 변함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달라진 형체를 가지고 줄곧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는 모습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혁명이 발생한 1789년에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평등에 대한 애착’과 ‘자유에 대한 애착’이 함께 넘쳐 흘렸다. 그들은 ‘민주 제도’뿐만 아니라 ‘자유 제도’ 역시 설립했으며, 특권을 폐지했을 뿐만 아니라 권리들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젊음, 열광, 긍지 그리고 고귀하고 진솔한 열정이 넘쳐흐른 이 시대는 몇몇 결함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며 국민들을 타락시키고 노예화시키려 하는 자들의 잠을 오랫동안 괴롭힐 것이다.
혁명 과정을 신속하게 추적해 가면서 나는 어떤 사건이나 결함 또는 과오에 의해서 바로 이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애초 목표에서 벗어나서 자유에 등을 돌린 채 단지 세계 지배자의 평등한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데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혁명이 전복시킨 정부보다 더 강력하고 더 절대적이 된 정부가 어떻게 모든 권력을 다시 장악하고 집중시켰으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자유들을 억압하고 그 대신 허상으로 가득 채우게 되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서 나는 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자치권과 주요한 권리 보장책들 및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곧 89년의 업적 중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버리고도 어떻게 여전히 혁명의 위대한 이름을 사칭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 저자 서문 중에서
18세기의 프랑스에서 두 가지 중요한 열정(passion)이 자라나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보다 뿌리가 깊고 기원이 오랜 것으로, 불평등에 대한 격렬하고 꺼질 줄 모르는 증오심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새롭고 뿌리가 덜 박힌 것으로서, 평등하게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다.
구체제 말기에 이 두 가지 열정은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며 활기차게 느껴졌다. 대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이 두 가지 열정은 서로 뒤섞이고 힘을 합쳤으며 프랑스인들의 마음속에서 함께 타올랐다. 확실히 1789년은 미숙의 시기이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용기와 정열과 패기와 위엄의 시기였으며 혁명을 직접 목도한 세대나 우리 세대가 사라진 이후에도 사람들에 의해 경탄과 찬미로서 기억될 불멸의 시기였다. 그 당시에 프랑스인들은 실로 그들의 대의에 자부심을 느꼈으며 자유 속에서 평등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었다.
자유에 대한 열정은 계속 그 모습을 달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태의 추이에 따라 감소되거나 확대되었으며 강화되거나 약화되었다. 반면에 평등에 대한 열정은 줄곧 그 모습이 일정했으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완고하고 맹목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지향했다. 이제 사람들은 평등에 대한 열정을 충족시켜주는 자라면 누구에게나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려 하였으며, 평등에 대한 열정을 조장해주거나 고무해주는 정부라면 어느 것에나 그 정부가 전제주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습성과 관념 및 법률들을 제공해주게 되었다.
프랑스인은 그냥 내버려두면 좀처럼 일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그들을 집에서 끄집어내기만 하면, 그들은 지구 끝까지 나아가서 서슴없이 모험을 즐길 채비가 되어 있다. 기질적으로 거친 프랑스인은 주요 시민들의 자유롭고 잘 짜여진 통치보다는 군주의 자의적이고 심지어 난폭한 지배에 더 잘 적응한다. 오늘은 권력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지만, 내일이면 가장 순종적인 국민들도 결코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권력에 봉사한다. 저항하지 않는 한 한 가닥 실로도 그들을 움직일 수 있으나, 일단 저항의 사례가 주어지기만 하면 아무도 그들을 통제할 수 없다. 통치자들이 흔히 오판을 해서 때로는 그들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때로는 너무 무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노예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것은 아니며, 쇠사슬을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예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모든 일에 손을 대지만 전쟁에서만 뛰어나며, 순수한 영예보다는 모험, 힘, 성공, 수훈, 명성 따위를 더 좋아한다. 그들은 미덕보다는 영웅주의를, 건전한 상식보다는 천재성을 더 좋아하며, 위대한 업적을 성취하는 것보다는 엄청난 구상을 마음속에 꾸미는 것에 더 익숙하다. 프랑스인은 유럽의 국민들 중 가장 탁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국민이리라. 프랑스인만큼 언제나 찬미와 증오와 연민과 공포의 대상이 되는, 그러나 결코 무관심의 대상은 아닌, 국민이 달리 또 어디에 있겠는가?
--- 제3부, 제8장-결론부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