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6년 06월 30일 |
---|---|
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61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0514196 |
ISBN10 | 8990514193 |
발행일 | 2006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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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08쪽 | 612g | 153*224*30mm |
ISBN13 | 9788990514196 |
ISBN10 | 8990514193 |
감사의 말 책을 여는 글 1장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2장 미스터 수리공, 그리고 가정진보위원회 3장 남자는 자기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는 이야기를 한다 4장 이성 자극하기 5장 서로 다른 언어 6장 남자란 고무줄 같은 것 7장 여자는 파도와 같다 8장 서로 다른 정서적 욕구 발견하기 9장 어떻게 논쟁을 피할 것인가 10장 이성으로부터 점수 따기 11장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12장 어떻게 도움을 청하고 받아들인 것인가 13장 사랑의 마법 지키기 |
그녀가 떠나가던 날
이제는 베스트셀러에서 밀려나 스테디셀러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알 수 없었다.
어렴풋하게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벌써 2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너댓번 읽었고
그 사이에 너댓명의 여자를 만났다.
그래도 알 수 없었다.
생일이다 기념일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부담없이 전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선물이 바로 책일 게다. 그 중에서도 부부나 연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 1순위를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연인이 있는 사람 혹은 없더라도 베스트셀러 목록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지난 93년에 국내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22쇄를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스테디셀러의 차트는 대부분 시류를 타지 않는 문학 부분의 책들로 채워진다. 여성 관련 비문학이라는 한정된 장르의 이 책이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공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남과 여의 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93년 첫 출간 당시에는 우리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미국적 상황을 그대로 다뤄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97년 이후 번역 과정에서 국내의 실정을 반영해 재간행함으로써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책이 성공하자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등 관련 시리즈까지 잇달아 출간되기도 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과 여의 문제, 가까우면서도 멀고 알면서도 모를 듯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들의 갈등은 수세기를 거슬러 이어지는 오랜 숙제이다. 가정문제 상담가 존 그레이 박사는 이러한 분쟁에 대한 해결책으로 남과 여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한 이해를 권하며 분쟁 해결의 시시콜콜한 방법들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그가 이야기하는 남과 여에 대한 비유는 매우 흥미롭다. 제목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의미하듯 남자와 여자는 출신지부터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던 화성인들은 어느 날 우연히 아름다운 금성인들을 발견했다. 화성인들은 우주여행 방법을 고안하여 금성으로 날아갔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지내는데 기쁨을 느꼈다. 어느 날 그들은 지구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지구 환경의 영향으로 갑자기 그들은 이상한 기억상실증에 걸려 버렸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자신들이 서로 다른 행성 출신이고, 따라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서로의 차이점들을 잊어버림으로써 충돌하기 시작했다.」
화성과 금성이 상징하듯 남자는 차갑고 메마른 반면, 여자는 뜨겁고 변화무쌍한 존재로 여겨진다. 저자에 따르면 화성인들은 능률과 효율, 업적을 중요하게 여기며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사물'과 '사실'에 더 관심이 많다. 반면 금성인들은 사랑, 개인간의 친밀한 관계, 대화, 아름다움에 높은 가치를 둔다. 그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함께 나누는 일을 통해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같은 상황에서 남과 여가 대처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화성인들은 조용히 문제를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다. 금성인들은 누군가에게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터놓고 타인과 공감을 느끼게 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화성인들은 집에 들어와 조용히 신문을 보거나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싶어하고, 금성인들은 화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감정의 교류를 느끼고 싶어한다. 이제 말을 걸어도 시큰둥한 남편에게 화가 나고, 사사건건 참견하는 아내가 못마땅해진다. 그들이 서로 다른 별 출신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반복되는 몰이해 속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서로에 대한 애정은 싸늘히 식어간다.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잊고있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 상대에게 나와 비슷해지길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같은 용어지만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서로의 의사 전달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이라면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어떤 카운셀러 책, 어떤 조언자에게서도 뻔히 구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남녀관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트러블을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하고 느낄 만큼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하고, 그때그때 대처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있다.
"당신은 왜 내 얘길 듣지 않나요?"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듣고 있잖아." 감정을 이야기하는 금성인과 사실을 말하는 화성인들의 말에 담긴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대처해야 할지 이 책은 친절하게도 조목조목 제시해 주는 것이다. 심지어 남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말, 여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말들까지 다양한 사례를 든다. 때론 반복되는 상황설정이 지루할 정도이지만, 수만 건의 상담을 통해 얻은 각종 사례들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준다.
이 책은 상대에 대한 세세한 관심과 표현을 중요시하는 금성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자기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화성인들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나와 타인의 태도와 입장을 동일선상에서 정당화시키자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당신이 타인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할 것을 독려한다.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럴 수 있어. 그렇지만 상대방은 당신의 그런 행동을 다르게 오해한단 말이지. 그 사람은 다른 행성에서 왔으니까. 상대방에게 당신의 의도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면 사소한 오해를 극복할 수 있어. 예를 들면 말이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은 남녀관계의 실생활에서 매우 실용적이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내 마음을 속시원하게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깊은 공감을 전제하고 타인의 입장배려를 권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자기 반성의 기회를 갖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 앞에서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포용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 책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남과 여를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구분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남자는 무뚝뚝하고 이성적이다, 여자는 부드럽고 감성적이다. "모든 ∼는 ∼하다"라는 식의 공식은 오히려 실생활에서의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존 그레이 역시 이러한 관계들이 언제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오히려 남과 여가 반대의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는 남과 여에게 전형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발생된 문제 해결을 위해 남과 여를 규정짓고 그에 따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지만, 왜 남과 여가 그러한 존재인지 언급하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책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고 해도, 결코 이 책은 100점 만점의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은 철저하게 문제 해결에 집착한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먼저 이해하려기 보다는 아이를 으레 우는 존재로 설정하고,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달래고 어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실 우는 아이의 내면을 파악해 원인을 제거하는 것보다 과자를 사주는 것이 더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결방식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결과는 얻을지언정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딪힐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책임질 수 있는 혜안이 못 된다. 사랑하는 남과 여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존재임을 전제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남과 여 사이의 갈등과 문제들까지 설명하기엔 너무 짧은 소견인 것이다.
불구하고 나는 내 남자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다. 말 한마디에 대한 왜곡으로 발생하는 빈번한 오해, 서로를 비난함으로써 주고받는 상처들, 상대에게 가하는 질책들이 결국 자신의 관점 안에 상대를 꿰어 맞추려는 아집에서 왔음을,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깨우쳐 주는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바쁜 세상에 사랑의 방법에 관한 책까지 타임스케줄에 넣어야 하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상실한다면 몇 시간의 비경제적인 투자가 오히려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다. 폭풍 같은 사랑, 썰물 같은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제법 유용한 사랑의 보험 같은 것이 아닐까? 사소한 문제들로부터 벌어지는 오해들과 의사소통의 부재를 안고 있는 모든 지구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좋게 말하자면 '性차이 까짓거 간단히 극복하게 해주는 인간관계書' 그냥 느낌을 말하자면 '서양인들을 위한 부부생활 클리닉' 정도라는 생각이든다. 뭐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이 한국인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것 같다. 책의 겉표지에 "이혼 직전의 25,000여 부부들을 고통에서 구한 책"이라고 자랑스럽게 써있다. 이 책의 초판이 1993년에 나온 것으로 아는데 내가 읽은 책이 2000년 판이었으니 그만한 시간이 지난 지금쯤이면 얼마나 더 많은 부부들을 이혼직전의 고통에서 구해냈을까? 그런데 정말 많이들 고민하나보다. 이런 주제의 책이 전세계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부분부분 '그렇군' 하며 긍정하게 만드는 구석은 확실히 있었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 저러지 말아야지나 저래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구석도 상당부분 있었다. 한마디로 내 인생에 있어 절대로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될 일이 없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조금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마치 천기누설을 하듯이 묘사하고 있는 남성의 심리는 나에게는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외국 남자들은 저런가? 아니면 우리나라 남자들도 저런데 나만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보니 여기에서 묘사한 여자심리는 우리나라 여자들에게 맞는 것인가? 여성심리가 글로벌하게 동일하다면 뭐 다행이겠지만. 정말 걱정은 만약 내 여자가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그대로 한다면 나는 무척 당황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 이 책에서 말하는 남자는 나와 너무나도 다르니까.
주변에서 가끔 대화 중 이 책에서 원용하여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기는 주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그런 세상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