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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미노의 컬러풀 아프리카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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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467g | 153*224*30mm
ISBN13 9788992109024
ISBN10 8992109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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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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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게도, 나는 아프리카에 온지 2주 만에 10개월간의 여행경비 7백만원을 몽땅 털렸다. 정말 단 한 번, 그것도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시내 은행의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을 인출하고 나서 나도 모르는 사이 감쪽같이 내 카드 정보를 복사해 간 범인들에게 나머지 은행 잔고를 고스란히 톡톡 털린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케이프타운에는 마약 밀매와 카드 사기를 전문으로 하는 나이지리아인 조직범죄단이 있다고 한다. 이 범죄단의규모가 어마어마한데다, 워낙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케이프타운 경찰은 알면서도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단다. 심지어 경찰까지 이 범죄단과 연결되고 있다는 소무이 있다.

이들은 현금인출기 카드 투입구에 얇은 칩을 넣어두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숫자 버튼판 옆에는 육안으로 식별하지 못할 만큼 작고 미세한 카메라를 설치해서 순식간에 감쪽같이 현금카드의 개인신용정보를 훔쳐가버린다. 사고가 난 현금일출기의 은행을 찾아가서 항의하는 나에게 그 은행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현금인출기는 무서워서 안 써." 듣던데로, 케이프타운은 정말 무서운 도시다.
--- p.15
그때까지도 나는 아프리카 안전가옥 같은 케이프타운에서 남아공 국경 너머 날것의 아프리카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아프리카에 사는 백인들이 흑인들을 경계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격리시키며 살아가는 것처럼.

그 날 이후 나는 오랫동안 망설여 왔던 두 가지 숙제를 해치웠다. 그 중 하나는 아프리카 흑인들처럼 머리밑 구석구석 모심기 하듯 총총히 땋아 내린 레게머리를 해보는 것. 버스터미널의 작은 천막 미용실에서 6시간 동안 붙잡혀 내 머리숲보다 더 많은 가짜 머리카락을 붙여 레게머리를 땋은 뒤, 나는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으로 "헤이, 뷰티풀 걸!" 이란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케이프타운 시내를 처음으로, 유쾌하고 자신 있게 걸어다녔다. 그리고머리가 너무 무겁고 가려워 두통이 날 지경이었지만, 컬러고무줄 한 세트를 사와서 땋은 머리 가닥가닥 빠짐없이 밤새도록 고무줄을 감았다.

또 하나 미뤄둔 숙제는 바로 '한밤의 외출'. 손과 첸과 나는 밤마다 롱 스트리트의 레게바를 하루에 한곳씩 마치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 찾아다녔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로의 몸을 부비며 열정적인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사이, 레게의 홍수 속에 잠겨 숨쉴 공기조차 없는 듯한 그곳에, 커다란 어항이 하나 보였다. 거기에는 금붕어들이 작은 아가미를 헐떡이며 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내가 얼마나 촌스럽고 유치한 방식으로 아프리카를 꿈꾸고 있었는지 알았다. 아프리카의 물고기들은 모두 아름다운 열대의 심해 속에 살고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숭고한 원시 자연의 땅이라는 그 아프리카에서도 금붕어는 어항 속에 살고 있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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