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가고 해가 가고 수십 년이 흐르는 것,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잃게 하고 또 제한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를 성장케 하고 무언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이 아니라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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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변화가 열망을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언제나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입니다. 보다 자유롭기를 바라는 열망은 강합니다. 아무리 열악할지라도 이미 익숙해진 상황에서 벗어날 때 갖는 두려움이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그러한 자신의 수수께끼를 허물어뜨림으로써 결국 각자의 인생 계획이 무엇인지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 p.48
나는 나의 인격을 믿는 만큼 나 자신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나의 가치에 따라 자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발전과 성장, 헌신이 모두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그것에 따라 내 영역을 확대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그것은 나의 믿음과 신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어느 특별한 경우나 위기의 순간에 대비하여 사전에 연습해둔 말을 통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닙니다. 내 의식에 잠재되어 하루하루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틀을 갖추어 가니다. 그리고 주변의 조건 속에 머물다가 문득 내 몸과 마음에 와 닿아 빛을 발합니다.
--- p.50
우리의 날개는 땅에 바짝 붙어 날아야 하거나 몸통을 겨우 끌다시피 날아야 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습니다. 또한 캡슐 속에 살면서 고개를 내밀어 밖을 훔쳐보지 못할 정도로 겁 많은 존재도 아닙니다. 우리가 탈출하려는 시간 속에서 이른바 미래라고 하는 그 무엇과 신뢰, 삶, 그리고 그 삶의 계획이라는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환대받기를 원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비록 우리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은 한걸음 발전하는 것이요 변화하는 것입니다. 경험의 축적이자 매일매일 부서졌다가 새로 만들어지는 산고의 결실입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그러려니 상상하는 존재보다도 더 나은 존재입니다.
그렇게 매일 다시 태어날 시간에 우리 앞에 놓인 거울에다가 어떤 허무함이나 텅빔 또는 좌절 이상의 것, 다시 말하면 충만한 얼굴, 즉 우리 영혼의 베란다로부터 보이는 어떤 풍경 전체를 비춰 보길 바랍니다.
--- pp.86~87
성숙해진다는 것은 이럴 때 유용합니다. 즉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는 지혜와 더불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전에 흐릿했던 자신과 타인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따금 과거의 잘잘못에 대하여 일종의 ‘사면’도 단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사면’을 기점으로 하여 생각과 행동 패턴을 다시 설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사면’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 말은 ‘용서’보다도 더 좋은 말입니다. 왜냐하면 종교적인 암시도 없을뿐더러 우리가 누군가를 - 바로 나 자신조차 - 용서해주는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 pp.103~104
가장 훌륭한 인생의 동반자란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강요받고 거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쪽이 다른 쪽을 존중하고 경탄하며 그에 대하여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조심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동반자일 것입니다.
훌륭한 동반자란 한쪽이 다른 쪽에게 자신의 모든 인생 계획을 걸지 않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첫 번째 실망만으로도 그 사랑이 바로 원한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p.122~123
나는 성숙이 청춘보다 ‘더 낫다’거나 나이 듦이 성숙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매 순간이 바로 ‘나의’ 순간이며 그 순간을 현실로 직시한 채 분명한 사리판단을 가지고 약간은 과감하게, 그리고 최대한 즐겁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살도록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운명적으로 변하게 될 아름다운 육체 때문이 아니라 가식이 없는 현재의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그 어떤 스무 살의 아리따운 아가씨도 내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내 영역은 다르니까요.
--- pp.178~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