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저글링을 했어, 그런데 잘 안되는 거야, 아무리 연습을 해도 연속해서 공을 떨어뜨렸어. 근데 말이다. 떨어지는 공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잘 잡는단 말이야. 그러다가 알았어.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버리는 거야. 버리지 않고 손에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공을 잡지 못하는 거야. 버리기만 하면 잡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돼. 인간 세상도 그런거야. 사랑을 잡고 가두고 하는 것은 잘 하지만 잘 버리지는 못해. 버려야만 잡을 수 있어 기억해. 언제나'
선배가. 말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선배는 다시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은 자기를 버리는 것. 버리는 것. 버리는 것. 다 가지지않는것. 가슴에 무언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내가 항상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버리는 것이었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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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이 친구랑 같이 있어야 하는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계속 카메라 속의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 보던 그는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넌 마음은 미래에 가 있군. 예전에도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다.'
그가 저편에서 소리를 쳤다. 무슨 의미일까? 내가 라슈트에 빨리 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눈치챈 걸까? 그러면 서둘러 가기나 하지. 날씨가 별로인데.
'그렇게 미래만 바라보면 넌 언젠가 후회를 하게 될 거야. 현재가 없거든.'
그는 여전히 저편에서 소리를 치며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넌 지금까지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었을 때 그 상황을 즐긴 적이 한 번도 없어. 사진을 찍은 적도 없고, 네가 먼저 세워달라고 한 적도 없어. 그래, 나도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라슈트에 도착하고 싶어.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너무 아쉽잖아.'
그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나의 머리를 잡았다.
'잘 봐,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의 머리를 돌렸다. 나는 어느새 그의 호흡을 따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있었다.
'현재를 살아야 미래가 있는 거야. 항상 현재를 느껴야 해.'
현재. 카르페디엄(carpediem, 현재를 즐겨라). 쾌락이 아닌 현재를 즐긴다는 것이 비로소 이해되는 듯 그 순간 나에게는 방금 전과 다른 시야가 열리기 시작했다. 똑같은 풍경이 가슴으로도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 pp. 84-85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둘로 나누었다고 한다. 크로도스와 카이로스. 크로도스는 해, 달, 행성간의 거리, 공간에서 측정되어 오는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이다. 크로도스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간인 반면 카이로스는 가변적이며 개체적인 시간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나에게 여행은 나 혼자만의 카이로스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흐르는 시간은 크로도스다. 24살의 젊은 나이에도 모두들 같이 늙어가는 것에 불안해 하고 있다. 나만의 시간, 카이로스를 찾는 것. 그것이 나에게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두에게 떨어진 과제가 아닐까.
--- 머리말 중에서
'왜 그래?'
'돈이 없어졌어.'
톰은 계속 뭔가 일을 하느라 바빴다.
'그래? 잘 찾아봐. 나 나가야 해. 너 오늘 요르단에 갈 거라 했지. 그러니까 서둘러. 합승택시 잡는 거 도와줄게.'
이상하다. 레바논에서도 있었는데. 어떡하지? 이젠 정말 돈이 없다. 비상금 200마르크가 전부다. 약 10만원 남짓, 이 돈을 가지고 독일은커녕 유럽가지도 턱도 없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주저앉았다. 톰을 의심하지 않았던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딴청을 피우는 그는 애서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배낭을 쌌다. 그리고 톰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침묵.
'요르단 가서 좋겠다.'
'....'
'큰돈이야?'
'...'
'미안해'
'아니야. 오히려 잘된 것 같아. 종이 쪼가리 주게에 인기는 좋네. 그 종이 쪼가리가 그 이사의 역할을 하기 바랄 뿐이야.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작 미술관 가는 데나 썼을 거야. 나보다 더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이 그 돈을 쓸 수 있길 바래.'
톰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짜식. 난 부자잖아. 걱정 안 해줘도 괜찮아.'
다마스쿠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암만 가는 합승택시를 찾았다. 마침 1명이 모자라는 차를 잡았다. 그래서 금방 떠날 수 있었다.
'나 아흐메드야.'
꼬마가 차를 향해 외쳤다.
--- pp.154~155
'왜 그래?'
'돈이 없어졌어.'
톰은 계속 뭔가 일을 하느라 바빴다.
'그래? 잘 찾아봐. 나 나가야 해. 너 오늘 요르단에 갈 거라 했지. 그러니까 서둘러. 합승택시 잡는 거 도와줄게.'
이상하다. 레바논에서도 있었는데. 어떡하지? 이젠 정말 돈이 없다. 비상금 200마르크가 전부다. 약 10만원 남짓, 이 돈을 가지고 독일은커녕 유럽가지도 턱도 없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주저앉았다. 톰을 의심하지 않았던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딴청을 피우는 그는 애서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배낭을 쌌다. 그리고 톰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침묵.
'요르단 가서 좋겠다.'
'....'
'큰돈이야?'
'...'
'미안해'
'아니야. 오히려 잘된 것 같아. 종이 쪼가리 주게에 인기는 좋네. 그 종이 쪼가리가 그 이사의 역할을 하기 바랄 뿐이야.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작 미술관 가는 데나 썼을 거야. 나보다 더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이 그 돈을 쓸 수 있길 바래.'
톰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짜식. 난 부자잖아. 걱정 안 해줘도 괜찮아.'
다마스쿠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암만 가는 합승택시를 찾았다. 마침 1명이 모자라는 차를 잡았다. 그래서 금방 떠날 수 있었다.
'나 아흐메드야.'
꼬마가 차를 향해 외쳤다.
--- pp.154~155
' 우리는 아직 젊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다. 시작은 지금부터다. 철학가 비트겐슈타인인 평생 한 일이란 비틀거리다 다시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지금부터 비틀거리고,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배워야겠다.'
p. 13 이야기에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