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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

: 느낌이 깊은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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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6쪽 | 327g | 148*210*20mm
ISBN13 9788936802356
ISBN10 89368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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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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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 타고 있는 그부부의 모습은 예전에 그들이 보아오던 걸인 부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맹인은 화모를 쓰고 있었으며 눈부시게 화려한 복장에 늠름한 풍채를 갖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남편이 더 이상 소경이 아니라 두 눈을 활짝 뜨고 있음이었다.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온몸은 눈부시게 보였다.

뿐만 아니라 소경의 아내 아랑은 그의 남편 곁에 바짝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평소에 보아온 분소의를 입은 병들고 늙은 노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일찍이 본 적은 물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아랑은 남편의 곁에 앉아서 남편이 부는 피리 소리에 맞추어서 그들이 이미 들어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p.121
눈동자를 뽑힌 도미는 그래도 사람들에게 끌려서 아리수의 강변으로 나아갔다. 이미 도미의 부인 아랑은 갈대숲에 숨어서 이제나 저제나 군사들에게이 끌려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랑은 흰 상복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을 풀어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약속대로 도미는 군사들에게 이끌려 강변에 나타났는데, 이를 갈대숲에 숨어서 지켜복 있는 아랑은 너무나 기막히고 슬퍼서 그대로 까무러칠 것만 같았다. 나면 도미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죽어있는 사람의 형상이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이 자라서 온 얼굴을 덮고 있었고, 눈동자가 뽑히어 앞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양옆에서 사람들이 부축하고 있었지만 두 손을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도미를 실을 배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문자 그대로 일엽편주였다. 사람을 태우는 배가 아니라, 오직 죽은 사람만을 실어서 강물에 띄워 떠나 보내는 수장용 배였으므로 사람의 크기만한 목관에 불과하였던 것이었다. 이윽고 도미를 실은 배가 빠른 물살에 실려서 흘러가기 시작하자 군사들은 떼지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사라져버리자 아랑은 남편 도미의 모습을 좀더 잘 보기 위해서 갈대숲을 나와서 가변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서방님."

갈대숲이 아랑의 맨발을 찌르고, 베어 피가 흘러내려도 아랑은 그대로 배 를 쫓아 달려나갔다. 흰 상복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도 아랑은 피를 토하듯 고함을 지르면서 배를 쫓아 달려나갔다. 아랑의 외마디 소리에 숲속에 잠들어 있던 물새떼들이 놀라서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핏빛으로 물든 하늘 위호 솟구쳐 올랐다. 불러도 외쳐도 소리가 닿을 수 없는 먼 곳, 살아서는 서로 만날 수 없는 머나먼 곳. 죽어야만 만날 수 있는 사바를 뛰어넘은 정토의 세계 이승을 뛰어넘어 저승으로 가는 그 생사의 경계선을 향해서 조각배는 아득하게 멀어져가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도미를 실은 배가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게되자 아랑은 그 자리에서 한바탕 곡을 하여 울고 마음을 정리하였다.
"이제는 어쩌는 수가 없다."
아랑은 무서운 결심을 하였다.
'남편 도미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낸 이상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대왕을 받아들여 그의 부인이 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pp.85~87
그 아름답던 얼굴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물 위에는 귀신의 얼굴 하나가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곱던 살결은 거칠어져 마치 창병에 걸린 듯하였으며 부드럽고 윤기 있던 머리카락은 말라 비틀어진 고엽처럼 시들어 있었다. 빛나던 눈동자는 풀어져 정기를 잃었으며 그새 수십 년이 흘러가 백발의 노파가 되어버린 듯 머리카락은 희게 변하였고 얼굴에는 잔나비와 같은 주름이 가득하였다.
철저하게 변하여버린 자신의 얼굴을 보자 그것이 원하던 바이긴 하였지만 아랑은 긴 한숨과 더불어 숨죽여 울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이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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