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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꿰뚫기

마음 꿰뚫기

: 낯선 곳을 향한 일흔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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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15g | 152*225*18mm
ISBN13 9788984412682
ISBN10 898441268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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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대법륜전에서 삭발식이 있었다. 스님들이 또 총 출동한 것 같았다. 먼저 바리캉으로 머리를 대충 깎은 다음 면도칼로 밀어 말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한지로 된 봉투를 나누어 주며 떨어진 자신의 머리칼을 주어 담으라고 지시하였다. 내 머리는 서정스님이 깎아 주었다. 머리를 감을 때 따끔했다. 약간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웬일인지 그 느낌이 반가웠다. 60평생 달라붙었던 무명無明이 떨어져 나가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도반들은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참회진언을 소리 높여 외고 있었다. 그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 처녀의 기다란 검은 머리칼이 사정없이 잘려 나가자 그 주인공의 얼굴에 굵은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렇게 50여 명을 삭발하는데 불과 40분 남짓 걸렸을 뿐이었다. 머리가 시원하고 홀가분하였다. 깎은 머리들이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다. 여자 도반들의 하얗게 드러난 머리는 오히려 박꽃처럼 아름다웠다.
행자복을 나누어 주었다. 옷고름이 달린 적삼 한 벌과 단추가 달린 간편복 한 벌이다. 남자들의 옷은 진한 벽돌색이고 여자들은 밝은 오렌지색이었다. 각엄스님이 서 별당 숙소까지 따라와 적삼 입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옷고름 매는 요령과 행전 치는 방법이 하도 오래 되어서 나도 낯설었다. 젊은이들은 옷고름을 맬 줄 몰라 쩔쩔 맸다. 입고 온 사복과 신발은 교육본부에 맡기고 흰 고무신으로 갈아 신었다. 몸이 빼빼라서 옷이 헐렁했지만 편했다. 행전 끈을 조여 맨 오금이 좀 답답할 뿐이었다.
9시. 각자 머리칼을 담은 봉투를 들고 대법륜전 앞으로 집합하였다.
금강문을 나가자 아름드리 전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널따란 숲길이 나타났다. 그 길을 1km쯤 내려가니 일주문 근처 숲 속에 삭발기념탑이 숨어 있었다. 자원 봉사하러 나온 선배동문들이 그 탑 뒤에 구덩이를 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머리털이 든 봉투를 던져 넣고 흙으로 덮었다. 기분이 묘해졌다. 비록 머리털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살아서 나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 비문을 읽어 보니 제법 비감하였다. 잘났건 못났건 나의 육십 평생은 이제 땅에 묻혔다. 보람도 아쉬움도, 은혜도 원망도 함께 묻혔다. 그리고 이제 한 살배기 불자로 다시 태어나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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