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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일 분 후의 삶

: 생사 고비에서 배운 진실한 삶의 수업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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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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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680g | 149*214*30mm
ISBN13 9788925557519
ISBN10 892555751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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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몇 초 후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서이말 등대 남동쪽 12킬로미터, 오전 9시 48분이었다. 몸이 휘청거린 순간, 조타실 내부의 모든 윤곽이 이중 삼중으로 흔들렸다. 시커먼 연기가 거세고 빠르게 조타실 앞창을 때리고 가렸다. 선교가 거대한 연기에 휩싸였다. 조타실 전원이 나갔고 캄캄한 방에 역하고 매캐한 연기가 들어찼다. 바닥이 급하게 기울어 그녀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손으로 붙잡을 곳을 찾았다. 몇 초 전 갑판을 찢고 폭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쇠를 찢고 날려버리는 폭음이었다.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아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 p.69

인생의 열정 가운데는 불가해한 것들이 있다. 금지된 열애와 같은 것. 소년 시절의 꿈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것이 있기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꿈은 생명을 지피는 불과 같다. 아무리 현명한 분별력도 소용 없다. 비현실적이고, 실용성이라곤 없는 맹목. 오로지 이 열정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하지만, 한 시기도 그런 게 없는 삶은 또 얼마나 비루하고 나른한가. --- p.99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해답의 열쇠는 자기가 쥐고 있다. 인생의 벽에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것들이 벽돌로 꽂혀 있다. 워낙 사적이고 미묘한 것들이어서 남들이 알아보고 설명해줄 수는 없다. 자신이 더듬고 두드리고 마침내 남에게 가르쳐줄 만큼 깨달았을 때 벽에 숨겨진 문을 찾아낸다. _ p171

우리는 누군가의 손이 되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의 소매 단추를 채워주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 잃어버린 연을 찾아주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작은 천수관음이 되고 싶다. 세상을 위해 천 개의 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 p.155

“마지막 공이 울리고 경기가 다 끝났을 때 다가가 서로 부둥켜안는 선수들을 바라봐. 바싹 다가온 상대의 눈에는 실핏줄이 빨갛게 드러나 있어. 퉁퉁 부어서 뜨이지 않는 실눈으로 무어라 간곡하게 말하며 마우스피스가 드러날 만큼 웃고 있어. 우리는 조금 전까지도 눈가를 때리고 보디블로를 날렸는데. 왜 그렇게 서로 감격스러워할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둘 다 이길 수 없어. 하나는 져야 해. 그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여기까지 와준 네가 고맙다. 너도 나도 경기하면서 같이 성장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는 거야.” --- p.188

그 순간에‘아, 이제 내가 죽는구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움푸악, 움푸악 하고 물을 뱉어내면서도 먹기 시작했고요. 갑자기 어깨에서 힘이 죽 빠지고 체력이 바닥나서인지 정신이 몽롱해졌어요. 그리고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처럼 몸 위로 붕 떠오르는 거예요. 그게 영혼인지 내가 착각해서인진 몰라도 그랬던 기억만큼은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아, 죽을 때 이렇게 되는 거구나. --- p.203

황혼에 물든 하늘이 아름답듯이 지나놓고 보는 인생은 아름다워요. 제가 비행에 처음 성공하니 참모총장이 비행사 흉장인 파일럿 윙을 직접 달아주신다고 해서 찾아갔지요. 참모들이 모두 서 있었어요. 남자들은 제복 위 단추를 풀고 안감으로 나온 흉장 바늘의 캡을 끼워줘야 하는데 나이 든 참모총장은 그러려다 말고 낯이 어색해지더니 말했어요. “이 보게나, 자네가 어떻게 좀 해보게.” 결국 저는 캡을 씌우지 못한 채로 신고를 했지요. 그렇게 받은 파일럿 윙을 가슴에 평생 동안 달고 다녔어요. 그걸 달기 전까지 저를 보면 고개 돌리고 침 뱉고 비웃던 분들까지 저는 마음으로 감사하고 또 사랑해요. 그분들이 있어서 제 인생이 풍성해졌고, 제가 더 강해졌어요. 저는 모자라고 뒤처졌지만 그분들을 넘어서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거든요. 잊지 마세요. 인생은 힘들고 고달파요. 하지만 지나놓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황혼에 물든다는 것을요. --- p.270

우리가 따내는 열매는 우리가 심은 나무에서 열린 것이다. 하산하면서, 내게는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 무수하게 들여다본 낭가파르바트의 지도와 사진, 등반 보고서와 책들. 보고 나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것들이 기력 잃은 내 하산을 도운 것이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 모형의 낭가파르바트를 세우고. 목숨을 잃을 뻔한 판상 눈사태, 환각 속에 혼미해진 판단력, 그렇게 위기를 거듭하자 긴장한 무의식이 내 눈앞에 길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너른 곳에서 안전해졌다고 생각하자 다시금 가라앉은 것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가 무의식 깊은 곳으로, 그때까지 나를 도와온 수호천사가 제 소임을 다하고 내 무의식의 하늘로 승천한 것 같았다. 그 익숙함은 분명히 수호천사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p.333

방금 보고 들은 과거가 기억되지 않을 경우 시각이 매우 민감해진다. 이미지의 형태와 선의 종류, 색깔의 대비에 예민해지고, 시각적으로 아주 소상하고 풍부한 체험을 갖는다. 청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굵었다가 가녀리게 사라지는 연속적인 과정, 가까운 소리와 먼 소리의 원근감이 뚜렷해진다. 1초 전의 과거도, 1초 후의 미래도 모두 사라져버리고 언제나 지금 와 닿는 현재 자체만 느낄 수 있는 대가다. 창문 앞의 꽃병을 고개만 한 번 돌렸다가 다시 보면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낀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도 그 꽃병은 여전히 낯설고 미지의 것이다. 하나하나의 순간이 첫 번째로 경험하는 것인 삶, 일체의 체험이 쌓이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는 삶. 감각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고 피로가 빨리 찾아오지만, 일상의 식상함이나 상투성은 사라져버린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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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부드럽고 깊었다. 그 깊이는 문학적으로 빛나서 책을 쉽게 덮지 못하게 하였다. 인생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다시 살피게 하였고 그리도 나약하여 헤매기 쉬운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힘찬 울림으로 가득했다. 더 잘 살고, 더 좋은 기운을 부르고, 끝없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책. 이 책을 읽는 지금 내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신현림 (시인, 사진 작가)

찬연하고 감동적인 기록이다. 저널리스트인 작가가 발굴해낸 삶과 생존의 신비가 프리즘처럼 빛난다.
- 최인호 (소설가)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미친 듯이, 한 번은 찬찬히.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깨어있는 의식이라는 것을, 비슷한 과거가 있는 나는 이 책에서 다시 확인했다.
- 이윤기 (소설가, 신화학자)

이 정도로 철저하게 그려낸 논픽션은 경이에 가깝다. 아무리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해도 그렇다. 생사가 갈리는데도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인간미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전화 받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책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이걸 썼나 해서 다시 살핀 것은 책을 절반이나 읽은 뒤였다.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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