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0쪽 \| 58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814273
ISBN10	898281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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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윤식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의미가 판독되어도 여전히 남는 것, 그런 목소리란 무엇인가, 의미를 떠난 목소리와의 만남, 의미를 넘어선 대화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울림끼리의 마주침이 아니겠는가. 이 우림에 귀기울이기, 그것은 먼 시원의 부름이 아니겠는가. 이 시원의 부름이란 당초에 원리적으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 소설 읽기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의 물음에 동참함이라는 사실, 작가는 씀으로써 독자는 읽음을 통해 함께 궁극적으로는 이 물음 속에 수렴된다는 사실, 제가 소설 읽는 궁극적인 이유가 여기에 놓여 있습니다.

pp. 6~7

비로소 나를 초청한 씨의 의도를 조금 알 것 같았다. 큰딸에게 옛 은사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함이 그것. 그러한 기회를 친정 어미가 마련한 형국이 아니었을까. 큰딸의 처지에서 보면 친정 어미 모시기와 옛 은사 모시기를 동시에 해치우는 기회였는지도 모를 일. 그야 어느 쪽이든 나는 즐거웠다. 씨도 그러해 보였다. 모녀의 대화가 흡사 수학여행 온 여학생 말투로 내게 들렸다.
긴 오후였는데,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C호텔 앞에서 공항 리무진을 기다렸다. 그때 큰딸은 멜빵이 달린 제법 커다란 가방을 제 어미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잠시 엿듣자니, 이 속에 뭐뭐가 들었다는 것. 서울의 누구에게 전하라는 것. 나는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딸년들이란 모두가 저 모양이라는 것. 친정 어미를 어떻게 하든 부려먹기로 작심한 족속들이라는 것.
이러한 내 쓴웃음이 조금 빗나갔음 을 깨달은 것은 정작 리무진이 도착했을 때부터였다. 설마 그 멜빵 달린 제법 근수 나가는 가방을 나보다 연치가 높을 뿐 아니라 더우기 여자인 씨로 하여금 메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 큰딸의 속셈이 여기까지 뻗고 있었던가. '출가외인'이란 말 못지 않게 '여제자란 아무 소용 없다'는 항설이 만고의 진리처럼 머리를 스쳤다.

p.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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