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진의《훈몽자회》에 보면 전나무의 한자이름은 젓나모 회(檜)이다. 유희의《물명고》에는 젓나무 회 혹은 삼(杉)으로 나타내었고, 잎갈나무도 삼(杉)이라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삼'이라고 하면 일본에서만 자라는 삼나무를 말하기 때문에 혼란이 있다. 우리 나라 옛 문헌에 나오는 '삼'을 전나무나 잎갈나무로 해석하지 않고, 삼나무로 해석하게 되면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게 되니 유의해야 한다.
--- p.105
왜 때죽나무라고 했을까? 가을에 수백, 수천 개씩 아래로 조랑조랑 매달리는 열매 머리(종자껍질)가 약간 갈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처음 '떼중나무'로 부르다가 때죽나무가 된 것이라고 짐작한다. 특히 수백 명의 동자승 머리만 보인다고 상상하며 열매를 쳐다보았다면, 때죽나무란 이름에 더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 p.376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에는 어김없이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닥터 지바고>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雪原)에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의연히 맞서, 쭉쭉 뻗은 늘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한껏 자랑하던 자작나무 숲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자작나무 숲이 없었더라도 <닥터 지바고>가 그토록 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 p.122
소나무는 적송, 육송, 강송, 춘양목이라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나무 줄기가 붉다'고 해서 적송(赤松),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란다'고 해서 육송(陸松)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이 소나무를 적송이나 육송으로 부르지는 않았다. 옛 문헌에 나오는 소나무는 송(松) 아니면 송목(松木)으로 적었고 켠 판자는 송판, 소나무 중에서 특히 재질이 좋은 나무는 황장목(黃腸木)이라 하였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적송이라고 부르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 p.305
뙤약볕이 너무 따가워 햇빛에 잘 다구어진 푸른 나뭇잎마저도 늘어져 버리는 한 여름의 어느 날, 여름 꽃의 대명사 배롱나무 꽃은 비로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줄기는 구부정하고 비뚤비뚤하지만 꽃이 여름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제멋대로 아무 곳에나 뿌리는 내리지 않는다. 고즈넉한 산사의 앞마당이나 이름난 정자의 뒤뜰, 잘 가꾸어진 무덤 옆에 산다. 그래서 가까이하기에 조금은 먼 당신이다. 조선 세조 때 문신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에서는, 자미화(배롱나무)를 두고 "비단 같은 꽃이 노을 빛에 곱게 물들어 정원에서 환하게 사람의 혼을 뺄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 있으니 풍격(風格)이 최고이다. 한양 공후(公侯)의 저택에는 뜰에 많이 심어 높이가 한 길이 넘는 것도 있었다..."고 했다.
진분홍빛 꽃이 가장 흔하고 연보라색 꽃도 가끔 있으며 흰 꽃은 비교적 드물다. 가지의 끝마다 원뿔 모양의 꽃차례가 달려 있어 마치 커다란 꽃모자를 뒤집어쓰듯이 수많은 꽃이 핀다. 콩알만한 꽃봉오리가 나무의 크기에 따라 수백, 수천 개가 매달려 꽃필 차례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살포시 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꽃잎 6개가 화려한 프릴(Frill) 모양으로 얼굴을 내민다. 이글거리는 여름 햇빛이 아무리 뜨거워도 주름을 펴는 데는 역부족이다. 잠깐 피었다가 금세 지고 마는 대부분의 꽃들과는 달리, 배롱나무는 여름에 시작하여 가을이 무르익어 갈 때까지 석 달 열흘도 넘게 핀다. 그래서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나무이름은 처음 백일홍나무로 부르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로 변화된 것 같다. 목백일홍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백 일 동안 피어 있는 것일까? 꽃 하나 하나가 백 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꽃들이 연속하여 피기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먼저 핀 꽃이 계속 꽃이 피어 오른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한 번 핀 꽃이 지지 않고 백 일을 견딘다고 보는 것이다.
--- pp.25-26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오랫 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외설 시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거짓말>의 원작자 장정일의 시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의 일부이다.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시다. 사철나무는 아주 추운 곳 아니면 늘 우리 곁에 흔하게 보는 나무다.
--- p.87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오랫 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외설 시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거짓말>의 원작자 장정일의 시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의 일부이다.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시다. 사철나무는 아주 추운 곳 아니면 늘 우리 곁에 흔하게 보는 나무다.
---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