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긴장과 고통이 기쁨의 급류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 나는 핑크빛 구름을 타고 있는듯한 기분이었다 수의사 일을 하다보면 정신적 충격을 받을 때가 많지만,다행히 이런 순간도 있다 절망에서 승리로,부끄러움에서 긍지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 p.96-97
'도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어요. 이걸 치료하는 방법은......' '다른 방법요? 그 동안 해볼 만큼 해봤으니, 이제 됐습니다.' 나는 허리를 굽혀 다시 넬리의 발을 들어올렸다.
'이것 보세요.' 나는 안쪽 발가락을 잡고 돌려보았다. 그쪽은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쪽은 건강합니다.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러니까 바깥쪽 발가락을 절단해도, 이 발가락이 넬리의 체중을 모두 지탱할 수 있을 겁니다.'
'예, 하지만..... 저 끔찍한 건 어떻게 합니까?'
'그것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잘라낸다는 겁니까?' '예.'
--- pp.258-259
나는 가일스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다정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안도의 물결이 내 몸 속을 기분좋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가일스가 고마웠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가일스를 좋아했다. 지금도 나는 가일스를 좋아한다. 가일스는 내 고객이다. 이제 가정을 꾸려 어엿한 가장이 된 가일스는 순종 암소에 대해 깊은 사랑과 풍부한 지식을 가진 건장한 농부가 되었다. 그 함박웃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입 속에 이가 좀 많아졌다는게 다를 뿐이다. 가일스는 자기가 맞은 우두 때문에 내가 하마터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 했다는 것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 p.341
건강과 만족감의 화신같은 버스터를 바라보면서 나는 버스터의 어미를 생각했다. 에인즈워스 부인의 집은 데비가 아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편안하고 따뜻한 그 안식처에서는 자기 새끼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죽어가는 데비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새끼를 데려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공상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공상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에인즈워스 부인은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디만, 눈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데비가 보면 기뻐할 거예요' 부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럴겁니다. 데비가 버스터를 데려온게 꼭 1년전 오늘이었지요?' '맞아요' 부인은 다시 버스터를 꼭 끌어안았다. '내가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어요!!!'
--- p.75-76
거트루드는 침울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와, 이상한 액체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주둥이를 맥주에 담그고 시험 삼아 한 모금 마셔보았다. 몇초도 지나기 전에 바쁘게 쩝쩝거리는 소리가 돼지 우리 전체에 메아리쳤다.
"맙소사, 거트루드가 맥주를 좋아해요!" 윌이 외쳤다.
"당연히 그렇겠지." 홀린 영감이 탐나는 듯이 중얼거렸다. " 존 스미스의 최고급 맥주니까."
덩치 큰 암퇘지는 10리터나 되는 맥주를 놀랄 만큼 빨리 먹어치웠고, 다 마신 뒤에도 아쉬운 듯 여물통을 구석구석 핥다가 돌아섰다. 하지만 짚자리로 돌아갈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따금 여물통 앞에 멈춰 서서 맥주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따금 고개를 들어 울타리 위에 걸려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곤 했다. 한번은 암퇘지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나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악의에 찬 작은 공 같았던 눈에 지금은 부드러운 자비심 밖에 담겨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도저히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조금만 노력했다면 암퇘지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p.227
...마당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서 침울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한테는 내가 지독한 바보처럼 보였겠지? 나는 한 시간 동안이나 소와 씨름하느라 죽을 뻔했는데, 자네가 나서서 순식간에 일을 끝냈으니...... 내가 계집애처럼 연약해진 기분이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에드워즈 씨. 문제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문제는 힘이 아니라 요령이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다. 갑자기 그의 이가 하얗게 빛났다. 갈색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 미소는 점점 커져서 폭소가 되었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내가 부엌문을 열었을 때, 그는 벽에 기대어 눈물을 닦고 있었다.
'제기랄! 그런 식으로 나한테 원수를 갚았군!'
--- p.189
...마당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그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서서 침울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한테는 내가 지독한 바보처럼 보였겠지? 나는 한 시간 동안이나 소와 씨름하느라 죽을 뻔했는데, 자네가 나서서 순식간에 일을 끝냈으니...... 내가 계집애처럼 연약해진 기분이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에드워즈 씨. 문제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문제는 힘이 아니라 요령이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다. 갑자기 그의 이가 하얗게 빛났다. 갈색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 미소는 점점 커져서 폭소가 되었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내가 부엌문을 열었을 때, 그는 벽에 기대어 눈물을 닦고 있었다.
'제기랄! 그런 식으로 나한테 원수를 갚았군!'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