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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 양장 ] 보림문학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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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390g | 152*227*20mm
ISBN13 9788943306007
ISBN10 89433060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옮긴이 : 박종진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게이오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어린이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도쿄 시라유리 여자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어린이문학을 연구하면서, 좋은 작품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옮긴 책으로 『신기한 시간표』, 『열두 살의 전설』, 『오츠벨과 코끼리』(공역), 『첼로 켜는 고슈』 들이 있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 열 명이 들려주는 신기한 경험담을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엮은 장편 판타지입니다. 색색의 천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여서 만든 조각보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열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 하나의 큰 서사 구조 안에서 ‘따로 또 같이’ 빛을 발합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 주는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남자 아마모리 씨입니다. 아마모리 씨는 아이들과 같은 아파트 201호에 혼자 사는 별난 사람입니다. 나이는 예순쯤 된 것 같고, 직업은 없습니다. 마른 몸에, 검은 옷만 입고, 안경을 끼고, 파이프 담배를 늘 물고 다닙니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법도 없고 묻는 말에 대꾸조차 않는 그는, 소통을 거부한 채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좀머 씨’ 같은 캐릭터입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아파트 앞 공원에서 간이 야구를 하고 있을 때, 아마모리 씨가 아이들 노는 한가운데를 가로지릅니다. 게임을 방해받은 아이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지만, 아마모리 씨는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데 아마모리 씨가 난데없이 우산을 펼치자마자, 멀쩡하던 하늘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콘크리트로 만든 커다란 미끄럼틀 아래로 뛰어 들어갑니다. “저 사람, 짐작했던 대로 마법사가 틀림없어.”라는 이치로의 말을 시작으로, 미끄럼틀 아래 모인 아이들은 아마모리 씨와 얽힌 놀라운 경험담을 차례로 털어놓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데루오가 맨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데루오가 겪은 놀라운 사건은 금방 이사 온 탓에 친구 하나 없던 3년 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루 종일 발코니에 서서 아이들 노는 모습만 우두커니 구경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남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여기도 그렇게 나쁘진 않단다.” 그날 밤 데루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일러준 대로 공원 한가운데 서 있는 미끄럼틀 위로 올라갑니다. 수은등이 훤히 비추고 있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낯선 지휘봉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데루오가 지휘봉을 집어 들자 아파트 창문에 쳐진 커튼이 한꺼번에 열리더니, 아파트 사람들이 손에 손에 악기를 들고 발코니로 나옵니다. 〈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꽃의 왈츠’가 공원 가득 흘러넘치고, 데루오는 음악에 흠뻑 취해서 정신없이 지휘봉을 젓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빗발치자 문득 창피해진 데루오는 쏜살같이 집으로 내달립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새 동네에 금방 적응할 수 있는 거라는 자신감에 차올라 씩씩하게 계단을 뛰어오릅니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도 아이 하나하나의 성격과 처지, 고민과 갈등에서 출발합니다. 일에 쫓기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남모를 슬픔과 분노로 지쳐 가던 유키는 깊은 밤 공원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보내오는 따뜻한 손 인사에 화답하며 가슴 뭉클한 위안을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언뜻 되바라져 보일 만큼 냉정하고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이던 노부코는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비로소 천진난만한 아이 모습을 되찾습니다.
이처럼 아이들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열 편의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아마모리 씨가 등장합니다. 여느 때의 괴팍한 아마모리 씨가 아니라 마음씨 좋은 마법사 아마모리 씨가 아이들을 놀라운 환상의 세계로 초대해서 마음속에 숨겨진 크고 작은 상처를 남몰래 달래 줍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아마모리 씨가 이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아주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아이들은 ‘석별의 정’ 음악에 맞추어 아파트 창문 불빛으로 아마모리 씨에게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 창문 불빛이 네온사인처럼 점멸할 때마다 “모리 씨, 아마모리 씨, 잘 가세요.”라는 인사말이 한 글자씩 아파트 벽에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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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입담과 유려한 문체로 기막힌 판타지를 아이들 일상에 자연스레 녹여 낸다. 아이들의 놀라운 내면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한 치의 빗나감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 노다 히사오(교육학자)

독창적인 구성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모두가 자기만의 생각에 갇힌 남남인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똑같이 기쁨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나지막이 일깨운다.
- 후지타 노보루(어린이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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