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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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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54g | 148*210*20mm
ISBN13 9788991759176
ISBN10 899175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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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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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소진
외국어대학교 독문과를 다녔으며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독일 현지에 거주하면서 교포들을 위한 네트워크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감수 : 임영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1994년 장편소설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제18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도서로 꼽힌 장편소설 <여기부터 천국입니다> 외에 장편소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문밖의 신화> <달빛이 있었다>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한겨레신문과 동아일보 문화센터 소설창작반에서 소설창작 강의를 하였으며, 현재 <디지털아카데미>에서 소설창작 교수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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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여!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술수나 악의보다 오해나 태만이 왜 이 세상에 다툼을 더 많이 일으키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네.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말이지. 자네가 보기에도 술수나 악의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는 훨씬 드문 것 같지 않나?

사람들은 오직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조금이라도 남아돌아가는 시간이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지는지 거기서 벗어나려 안달을 한단 말이야. 아아, 이것도 인간이 타고난 운명이라 해야 하나?

어린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인가 원하면서도 무엇 때문에 원하는지를 모른다고 하지 않나. 박식한 교사들이나 가정교사들도 이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네.
그러나 어린애들과 마찬가지로 어른들도 자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도 모른 채 이 지상을 비틀비틀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있지 않나.

그런데 그때 속물 하나가, 즉 어느 공직에 종사할 법한 남자가 나타나서 그 젊은이에게 이렇게 조언을 했다네.
“여보게, 젊은 양반. 내 말 좀 들어보게나. 자네가 누굴 사랑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야. 하지만 사랑도 인간답게 해야지. 우선 시간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일하는 데 쓰고, 다른 한쪽만 여자에게 바치도록 하게나. 그리고 자네의 재산을 헤아린 후 꼭 필요한 경비를 뺀 나머지로 여자에게 선물을 하는 게 좋을 거야. 그쯤은 나도 말리지 않겠네. 그렇지만 선물도 너무 자주 해서는 이로울 게 없으니 여자의 생일이나 세례 일에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걸세”
만약에 젊은이가 이 충고를 따른다면 그가 장차 쓸 만한 인물은 될 것이라 생각하네. 그런 젊은이라면 나 역시 어느 영주에게라도 부하로 채용해줄 것을 권유하고 싶어지니까. 그러나 여자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걸로 끝난 거라네. 만일 그가 예술가라면 그의 예술도 마지막이 되어버리겠지.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를 얼마나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네. 게다가 그 싱싱한 입술, 생기가 감도는 복숭아 빛 두 볼에도 나는 온통 마음을 뺏겨버렸어. 어찌나 넋을 놓았던지 그녀의 말을 몇 번이나 헛들었을 지경이었다네. 자네는 나란 사람을 잘 알고 있기에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겠지.

로테가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라네.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춤에 몰입하는 그녀의 온몸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어.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마치 춤을 추는 것만이 전부인 양 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도 않은 사람 같더군. 그녀가 춤추는 순간에는 모든 사물들이 일절 자취를 감춰버리고 오로지 그녀만이 빛난다네.

“불쾌감이란 꼭 권태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게으름이기도 하지요. 우리 인간의 천성은 게으름으로 기울어지기 쉬워요. 그러나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분발한다면 일은 생각보다 잘 진척되고 일하는 가운데 참다운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아, 어쩌다 내 손가락이 로테의 손가락에 닿거나, 탁자 밑에서 발이 서로 스치기라도 하면 내 몸속 혈관을 관통하는 짜릿한 감촉은 얼마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지. 마치 불에라도 덴 것처럼 손과 발은 움찔하고 신비로운 힘에 이끌린 전신의 감각은 현기증으로 어지러워진다네.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한 궤변은 아니오. 당신도 알다시피 건강을 죄다 잃어버리고 신체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침내 두 번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아무리 신통한 치료법도 소용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이것을 죽을병이라고 부르지요.
그렇다면 이 과정을 그대로 정신에 적용해보기로 합시다. 인간의 마음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과정을 생각해보시오. 그의 뇌리에 축적된 갖가지 인상이 부정적인 관념으로 굳어져 마음속에서 작용하다가 결국에는 늘어가는 근심에 굴복되어 모든 냉철한 사고 능력을 빼앗겨버리면 마침내 그는 파멸하고 말 겁니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이처럼 불행한 자의 처지를 저 위에서 내려다보고 충고한들 무슨 도움이 될까요? 건강한 사람이 환자의 병상을 지켜보고 있어봐야, 한 가닥 체력조차 환자의 몸에 불어 넣어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그녀에게 닿을 것처럼 허공에다 두 팔을 휘젓고 있네. 그녀와 나란히 풀밭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키스를 퍼붓는 달콤한 꿈이 허탈한 착각임을 깨달으면서도 나는 밤마다 침대 속에서 애처롭게 그녀를 찾아 헤맨다네.
아아, 그리하여 여전히 꿈속인 듯 몽롱한 상태로 그녀를 이리저리 찾다가 마침내 정신이 들면 억눌린 가슴속으로부터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쏟아진다네. 마음 달랠 길 없는 나는 어두운 앞날을 바라보면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가 없어.

내가 그녀 옆에 두세 시간쯤 앉아 있게 되면 그녀의 자태와 거동, 품위 있는 말투에 정신이 팔려 차츰 모든 감각이 긴장하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귀까지 거의 들리지 않게 된다네. 마치 암살자에게 목이 졸리는 급박한 상황처럼 급기야 심장이 거칠게 뛰고, 답답해지는 가슴을 풀어 숨을 돌리려 하면 할수록 감각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진다네.

또 공작님은 내가 지닌 지성과 재능을 다른 요소들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어.
하지만 내게는 내 마음이야말로 유일한 자랑거리라네. 모든 힘과 행복과 불행의 원천으로서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할 수 있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쯤은 누구라도 익힐 수 있는 것들이야. 그러나 나의 마음은 오직 나만의 것이라네.

하늘에 계신 하느님! 우리는 오로지 지각을 얻기 이전과, 그 지각을 도로 잃어버렸을 때에만 행복할 수 있도록 운명 지어진 겁니까? 지각이 있는 한 행복할 수 없는 숙명이란 말입니까?

길도 없는 길을 걷다가 발바닥에 상처를 입은 영혼들에겐 하나하나의 발자국이 모두 진통제가 된다네. 고생뿐인 하루의 여정을 견뎌내면 가슴은 그만큼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마음은 한결 가라앉게 되는 법이지.

그녀의 감각은 극도로 혼란해졌습니다. 그녀는 그의 두 손을 꼭 잡고 자신의 가슴에 댄 다음 슬픈 감정에 못 이겨 그에게 몸을 구부렸습니다. 두 사람의 타오르는 뺨이 맞닿았습니다. 두 사람 외에 이 세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베르테르는 두 팔로 그녀를 휘감아 꼭 껴안고는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습니다.

알베르트가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 그것이 무어란 말입니까? 남편! 그것은 오직 이 세상에서만의 이야기 아닐까요? 이 세상에서는 죄가 될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남편의 품속에서 내게로 빼앗아오는 것이 말입니다. 죄가 되어도 좋습니다. 나는 그 벌을 스스로에게 내리고자 합니다. 나는 그 죄가 가져다주는 천국 같은 기쁨을 남김없이 맛보는 가운데 생명의 그윽한 향기와 힘을 가슴속으로 들이마셨습니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저의 것입니다.

슬픕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잘 가라는 말도 한 마디 안 하다니요……. 나를 영원히 당신과 결합시킨 그 순간으로 인해 당신은 내게 마음의 문을 꼭 닫아 버린 것입니까? 하지만 로테! 수천 년이 흘러도 그 순간의 감동은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당신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애태우는 이 남자를 설마 당신은 미워하지 않겠지요.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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