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혼자 있기 좋은 날

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 양장 ]
리뷰 총점9.3 리뷰 59건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30*190*20mm
ISBN13 9788927415350
ISBN10 892741535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어릴 때부터 손버릇이 나빴다.
그렇긴 해도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훔칠 만한 용기는 없어서 대개는 주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소한 물건을 노려서 수집품에 보태 가는 게 어린 마음에도 나름 쾌감이었다. 새로 나온 필통이나 운동화 같은 게 아니라, 지우개나 붓, 클립 등등 딱히 필요도 없는 하찮은 잡동사니들을 모아 왔다. 기념사진을 찍는 기분으로 마룻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는 자잘한 물건들을 교복 주머니 속에 몰래 감췄다. 훔치는 게 아니라 회수하는 것뿐이라고 자기 정당화를 해 가며 죄책감을 떨쳐 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게 쾌감을 한층 더 높여 주었다. 그와 동시에 왜 다들 그렇게 부주의한지 화가 나기까지 했다. --- p.41~42

“그 사람은 말이야, 다정하고 키가 크고 눈이 아주 부리부리한, 좋은 사람이었어. 대만에서 온 사람인데, 일본어도 잘했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다들 반대했고, 얼마 안 지나 그 사람은 자기 나라로 가 버렸지. 그때는 참 많이도 울었어. 세상이 다 싫어져서 평생 동안의 미움을 그때 다 써 버린 기분이었지.”
“평생 동안의 미움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난 이제 아무것도 미워하지 않아.”
“어떻게 다 써 버렸어요?”
“잊어버렸지.”
“난 지금 허무함을 다 써 버리고 싶어요. 노인이 됐을 때 허무하지 않게.” --- p.56~57

“뭐라고 해야 좋을까 ……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제대로 좀 해.”
네네, 하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로비 구석에 있는 간식 코너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하라는 건 무슨 뜻일까. 학교에 다니거나 회사에 근무하는 걸 말하는 걸까. 엄마도 명확한 말로 표현하긴 힘들었을 테지만, 그렇게 막연하게 얼버무리면 오히려 더 본질을 간파당한 것 같아서 짜증스러웠다. 자, 그럼 정작 그런 본인은 어떠냐고 반문하고 싶어졌다. --- p.86~87

같은 피가 흐른다고 해서 마음까지 닮을 리 없다.
나는 사춘기 때부터 엄마의 생기발랄함이나 허물없는 붙임성이 싫었다. 이해해 주지 않는 것보다 이해해 주는 게 왠지 모르게 더 싫었다. 둘만의 생활에서 갑갑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친구 같은 엄마를 목표로 삼았을 테지만, 피로와 세상 이목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없었던 엄마가 이도 저도 아니게 어중간해서 창피했다. --- p.89

쫓을 것도 없고, 하나같이 다 떠나 버리는 것 같은데도 내 마음은 왠지 초조했다.
피아노를 때려 부술 듯이 마구잡이로 두들기고 싶다.
서랍장 안에 든 옷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싶다.
반지든 목걸이든 빌딩 꼭대기에서 마구 내던져 버리고 싶다.
담배를 한꺼번에 열 개비쯤 피우고 싶다.
그렇게 하면 다 떨쳐 낼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생활 같은 건 내게는 언제까지나 불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에 넣었다가 내던지고, 내던져지고, 정작 내던지고 싶은 것은 언제까지고 떨쳐 내지 못해서 내 인생은 온통 그런 것들로만 이뤄져 있다. --- p.136

“할머니.”
“왜?”
“나, 이대로도 괜찮을까요?”
긴코 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요한 시선이 내 얼굴과 어깨, 가슴과 다리 위로 붓질하듯이 차례대로 움직였다. 시선이 훑고 지나갈 때마다 옅게 색이 입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똑같은 질문을 했다.
“글쎄, 알 수 없지.”
긴코 씨가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워 버렸다.
“할머니, 세상 밖은 험난하겠죠? 나 같은 건 금세 뒤처지고 말겠죠?”
“세상에 안이고 밖이고 하는 건 없어. 이 세상은 하나뿐이야.”
긴코 씨가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긴코 씨를 나는 처음 보았다. 그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자, 내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무력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 p.168~169p

“난 여기가 좋아, 이 장소. 세계 속의 일본, 일본의 중심인 도쿄, 도쿄의 중심인 신주쿠, 신주쿠 중심의 중심인 것 같은 느낌이라서.”
여자가 담배를 빨아들일 때마다 입에 문 담배 끄트머리에서 조그만 오렌지색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내 담배 끄트머리에서도, 사람들의 담배 끄트머리에서도 조그만 오렌지색이 점멸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 곳곳에 붙은 항공 장해등은 부르는 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껌벅껌벅 붉게 점멸했다.
일본의 중심인 도쿄, 도쿄의 중심인 신주쿠, 그 신주쿠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지금 깨달았다.
--- p.20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7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4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6점 9.6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절판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