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부(幽靈部)라는 곳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세상에 알려진 것도 없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장소들 중 한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발견했다는 건 순전히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었다.
만약 작정하고 그곳을 찾으려 하거나, 이쪽이다 생각하고 샅샅이 수색한다면, 발견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애먼 곳을 찾아 헤맨다면, 의외의 결과로 느닷없이 발견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 상황이 되면, 경외감 또는 당혹감 가득한 눈으로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고 색은 바랠 대로 바랜 현판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게 장난인지 속임수인지 모르겠는 느낌이 들어서, 어쩌면 농락당하는 기분마저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마치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과거를 간직한 진공 상태라도 되는 양, 긴 세월 동안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먼지떨이 한 번 휘두른 적 없는 것처럼 건물 안 구석구석마다 거미줄이 잔뜩 쳐진 것을 보게 된다.
유령부 건물은 여름엔 낮에도 마치 냉장고처럼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겨울엔 차갑고 혹독한 바람이 부는 거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냉기를 막겠다고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외투 단추를 꼭꼭 채워도 온기를 느끼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주변을 얼쩡거리며 그 멋스러움을 면밀히 뜯어보게끔 시선을 잡아끄는 뭔가가 있었다. 건물의 외관 때문인지 몰라도, 먼지가 수북이 앉은 차가운 유리창일지라도 개의치 않고 코를 처박고 기어이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 pp.12~13
비스턴 씨는 가장 최근의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최근 것인데도 보고서에 썩은 포도즙 같은 냄새가 잔뜩 배어 있는 것 같았다.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간보고서는 달랑 4건뿐이라니. 저 밑에 천 개쯤은 더 있어야 말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쥐나 벌레들이 갉아 먹었을지도 모르지만요.”
“보나마나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게 뻔하지 않소? 조사는 ‘진행 중’에 있고, 증거를 ‘찾는 중’이며, 결론을 내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리고 ‘결정적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부단히 노력 중’이다. 유령부인지 뭔지 하는 곳에서 기껏 한다는 게 뭔지 압니까, 피브 부인?”
“뭔데요, 감독관님?”
“눈 가리고 아웅. 그게 바로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오. 잔머리 굴리고 꼼수나 쓰고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들끼리 편안한 일자리를 만들어놓고는 나중에 은퇴하면 쏠쏠한 연금 받을 요량으로 뜬구름이나 쫓으며 일생을 허비하고 있는 거지.”
“그보단 유령을 쫓고 있는….”
“유령을 쫓는 거나 뜬구름을 쫓는 거나, 그게 그거지. 이 희한한 사람들은 납세자들을 기만하고 있으니, 이젠 그만 끝낼 때가 됐소. 200년을 공들여 조사했는데도 유령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딱 한 가지뿐이오.”
“그게 뭔가요?”
“가짜라는 거지. 유령은 없다. 유령인지 뭔지는 순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중엔….”
“알아요, 알아. 유령을 직접 목격했다고 맹세한 사람들 얘기 압니다. 비행접시가 나는 걸 봤네, 외계인한테 납치됐었네 하며 맹세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이 말만은 분명히 합시다. 무위도식하며 시간 낭비나 하는 이 사람들, 유령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요. 내가 최후통첩을 보낸 후 폐쇄시킬 작정이니까.”
--- pp.26~27
“영감님.” 롤리 양이 말했다. “저는 우리 유령부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카퍼스톤 영감은 반달 모양 안경 너머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롤리 양 말이 사실일까?
“그게 뭔가? 롤리 양.”
“그라임스와 내털리의 〈유령사냥 지침서〉에 대해 진작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유령사냥의 바이블이라는 책 말인가? 우린 이미 그 책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겐 입문서와도 같은 책인데. 나침반과 별자리와도 같은 책이지. 그래, 그게 어떻단 말인가, 롤리 양?”
“흔히 육감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유령이 나타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중략)……
“바로, 아이들입니다!” 롤리 양이 말했다. “그라임스와 내털리의 주장에 의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겐 없는 예민한 감각이 있다고 합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감각을 잃게 되는 거죠.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은 유령을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유령의 관심을 끌고 현혹시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유령을 사람들 가까이 오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일종의… 미끼가 되는 거죠.”
카퍼스톤 영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안경을 벗더니 먼지 한 점 없는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안경을 닦았다.
“이 얘기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사실이네, 롤리 양. 난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 하지만 유령부는 오래전부터, 유령을 유인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건 아이들을 트라우마와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규정한 바가 있네.”
……(중략)……
“제 생각엔 밑져야 본전입니다, 영감님.” 롤리 양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유령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제 등 뒤에서 그것들이 느껴졌던 경험이 수없이 많거든요. 저를 스쳐 지나간 적도 있고, 제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빠져나가는 걸 느낀 적도 있어요. 반대로 제가 나가면 들어오기도 하고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기빙스 군이 흥분하며 말했다. “저도 똑같이 느낀 적 있어요. 항상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진 않죠. 어쨌든, 뭔가를 잡으려면 우선 미끼를 달아 덫을 놓아야 합니다. 그라임스와 내털리의 〈유령사냥 지침서〉에 모두 나오는 내용이죠.”
“그럼, 그 사람들은 유령을 잡았대요?” 스캔트 부인이 물었다. “내털리와 그라임스라는 사람 말예요.”
“두 사람은,” 카퍼스톤 영감이 말했다. “자신들의 이론과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채 의문점만 남기고 사망했소.”
“아… 의문사요?” 스캔트 부인이 말했다. “들은 적 있어요.”
카퍼스톤 영감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잘 알겠소. 롤리 양의 제안이 우리에겐 유일한 선택이자 희망인 것 같소. 한번 시도해봅시다. 유령부가 문을 닫게 놔둘 순 없으니. 200년이 넘는 우리의 역사가 이런 식으로 끝장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소. 유령부는 중요한 조직입니다. 모두들 같은 생각입니까?”
당연히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잘 알겠소. 롤리 양과 기빙스 군,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해서 최대한 신속하게 적합한 광고안을 만들어주겠소? 그러면 내 결재를 받는 즉시 창문에 광고를 붙이도록 하겠소.”
--- pp.7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