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전시건, 좋은 전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1. 안전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 전시자료와 박물관 건물, 직원과 관람객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2. 보기 편해야 한다 : 적절한 조명을 갖추고 관람객을 불편하고 산만하게 하는 장애물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전시장에서 무엇에 걸려 넘어지거나 부딪힌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주의를 끌어야 한다 : 관람객이 그냥 지나쳐 버리면 그 전시는 실패다.
4. 보기 좋아야 한다 : 지저분하고 조악하고 안목없는 전시는 관람객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다.
5. 주목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 전시는 교육적이건, 자극과 감동 내지 즐거움을 주건 간에, 어떤 주목할 만한 목적을 제시하여야 한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런 목적을 인식하고 성취하게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는 보통 짧으면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동안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6. 가치가 있어야 한다 : 관람객이 시간과 관심을 들여 전시를 관람할 때 그는 박물관과 계약을 하는 것과도 같다. 박물관은 이러한 관람객의 믿음을 배반해서는 안 된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가치가 있었다고 믿게끔 되돌려 줄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7. 훌륭한 취향(taste)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 이 취향이라는 것은 박물관마다 또 관람객마다 다르게 정의할 수 있으나, 전시 기획자는 관람객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사회적 관습, 도덕률, 소수 민족에 대한 배려, 종교적 신념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 일반 대중을 의식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는 박물관의 누드 조각을 천으로 덮어 놓아야 한다는 말도 아니고, 과학 계통 전시에서 다윈의 진화설을 다루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합당하게 사용될 경우 충격요법도 나름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불쾌한 주제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생명이란 주제를 포괄적이고 정확히 다룰 수 없겠지만, 작은 관심과 배려가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박물관 행정가와 직원, 이사회는 전시 주제에 관한 지역사회의 정서와 시의 적절성을 유념하여야 한다. 박물관의 임무는 일반 대중을 고양시키는 것이되, 일반 대중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듯 박물관 경영은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다.
요약하자면, 좋은 전시란 의미있고 중요한 자료를 활용하여 중요한 목적을 갖고 용의주도하게 기획된 것이다.
---pp.201~202
박물관은 높은 기준과 성실함을 대변해야 하는 동시에 사회, 문화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혼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박물관은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진실과 고매한 원칙, 그리고 인류가 성취한 가장 훌륭한 것들에 대한 헌신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박물관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학교 역시 사회악과 불평등을 치료하기 위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사회 모든 계층의 가치에 무감각하다고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된다. 연합통신은 미국 학교 행정가협회의 대변인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여 학교를 대상으로 한 각종 소송에 관하여 보도한 적이 있다.
적어도 박물관 종사자들은 문화와 그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알아야 한다. 아니 그것으로는 부족하며. 역으로 사회가 박물관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바도 알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독백(solioquy)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물관이 진정으로 소통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 pp.292~293
박물관 직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건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되도록 빨리 이 세가지를 목표로 삼고 노력해야 한다. 그 세가지 요건은 1)박물관학 교육 배경(뮤지올로지와 뮤지오그래피에 대한 되도록 많은 과목 이수), 2)석사학위(어떤 분야라도 좋다. 그러나 학사 학위가 박물관학이나 박물관의 해당 분야가 아니었다면 이 분야의 석사학위가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3)박물관 업무 실습 경험(되도록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등록된 박물관에서, 그리고 가능하면 당사자가 종사하고자 하는 분야의 일에 관해 실습할 수 있다면 더욱 이상적이다. 1회 이상의 박물관 인턴십이나 자원봉사 경험도 유용하다) 이러한 학력과 실전 경험은 박물관 경력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 좋은 일을 맡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학부나 대학원 과정에서 적어도 부전공으로 박물관학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박물관학이 학사나 석사학위의 주전공이면 더욱 좋고, 아예 학위명이 박물관학으로 명시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세가지 요구 조건을 충분히 갖추었다면 학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박물관학 직종에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과목들을 수강하고, 되도록 폭넓은 분야를 공부하도록 하라. 박물관 관장과 큐레이터로서 일하는 데 가장 좋은 자산은, 우수하고 폭넓은 교양교육이다. 효과적으로 말하고 쓰고, 도서관을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박물관 관람객을 심리적, 사회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이러한 인문교양교육이 중요하다. 미술 감상과 인류학 과목을 듣고, 뮤지올로지와 뮤지오그래피에 대한 과목을 되도록 많이 수강하라. 홍보와 마케팅, 경영학, 언론학, 방송학, 음악, 미술, 문헌정보학 등에 대해 평소 진지한 관심을 갖고 수강하고, 목공업, 사회심리학, 야외 레크레이션 등과 같은 다양한 과목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에 미술관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미술사학이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학문이며, 역사학은 역사 박물관에 종사하기 위해 반드시 접해야 하는 분야이다. 지질학과 생물학은 많은 분야의 박물관에서 일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사실 박물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부 과목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학조차도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해 큐레이터가 알아야 하는 '상대습도'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며, 과학 분야의 큐레이터는 미술 감상의 개념을 예술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배치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pp.30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