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한 마리 개미로서 수없이 많은 개미들 속에 참여하여 거대하고 오만한 권력의 성을 허물어뜨리려 덤비는 것이고, 거대하여 끄떡도 않는 오만한 절벽을 향하여 무모하게 날아가는 달걀 한 개쯤이었다. 밟혀 죽거나 깨질 줄 알면서 왜 덤비는가.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다는 자존 하나가 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었다. 횟배앓이를 하는 사람처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울부짖으며 덤비는 것이었다.--- p.7∼8쪽)
아들딸들에게 자기처럼 비굴하고 양순한 삶을 죽은 듯이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무조건 여당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관권 앞에서 철저한 복종자로서의 길을 가라고 설교를 했다. 물처럼 아래로만 흐를 뿐 절대로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관에 대들어보아야 대드는 놈만 다친다는 것, 대대로 흘러온 이 나라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었다.--- p.11
어떤 사람들은 질그릇 항아리를 속에 감추고 사는데, 그 안에 뱀을 담아 키운다. 밖에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그 사람이 뱀을 몇 마리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큰 어떤 색깔의, 어떠한 독을 가진 뱀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항아리를 속에 감추고 있는 사람을 의뭉하다고 한단다.--- p.20
아, 공기총 한 자루도 가지지 못한 가난한 도시의 사냥꾼이여, 그래도 그 아버지는 나에게 신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