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지는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주전 15세기 경의 도시이다. 여기서 20000개 정도의 토판문서가 발굴되었고, 이들을 누지문서라 부른다. 누지문서들은 구약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경우, 그 가문이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인이 자기 몸종을 통해 자식을 낳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누지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세기 16장을 보면 사라가 잉태하지 못했을 때 사라가 먼저 아브라함에게 몸종 하갈을 통해 아이를 낳으라고 제안한다. 누지문서에 보면 이런 관습은 그 당시 흔히 있었던 사회 관습임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내용에 의하며, 상속을 할 때 장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자보다도 두 배의 상속 지부을 받았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구약에도 열왕기하 2장 9절을 보면, 엘리야가 승천하기 직전에 엘리사에게 마지막 소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을 때, "당신의 영감이 내게 갑절이나 있기를 구하나이다"라고 대답했다. 보통은 이 대답에 대해 엘리사는 엘리야가 받은 영감의 두 배를 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엘리야가 가지고 있던 영감을 상속의 차원에서 다른 사람보다 곱절의 상속분을 달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엘리사의 요청은 엘리야보다 두 배의 영감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두 배의 상속 지분을 달라는 뜻이다. 즉 엘리야의 장자 노릇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창세기 31장에서 야곱이 장인의 떠나 자기 고향으로 돌아올 때 그 부인 라헬은 아버지 라반의 드라빔(Teraphim)을 훔치게 된다. 그러자 라반이 뒤쫓아 가서 드라빔을 찾지만 라헬이 아버지를 속인다. 그런데 이 드라빔이 무엇인지 누지 문서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누지문서에는 이 드라빔에 대해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드라빔은 집안의 신상으로 여자가 몸 속에 숨길 정도로 작은 것인데, 이 드라빔을 소유한 사람은 상속권뿐 아니라 집안의 가장권을 가졌다. 그러므로 드라빔을 누가 가졌냐의 여부에 따라 가장권과 장자 상속권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것을 라헬이 자기 남편 야곱을 위해 훔쳤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한다.(...)
--- pp 188~190
그런데 히브리어에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우리들이 가치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들의 거의 대부분이 여성명사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말, '아하바(ahabah)'는 여성명사이다. '믿음'이라는 '에무나(emunah)'라는 말 역시 여성명사이다. 또 '복' 혹은 '축복'을 뜻하는 '브라카(brakah)'도 여성명사이다. '의'라는 '체다카' 역시 여성명사이다. '감사'라는 말 '토다'도 마찬가지이다. 신앙생활의 핵심이 되는 '구원'이라는 말 '예슈아' 역시 여성명사이다. 신앙생활에서 빼어놓을 수 없이 중요한 말들 '기도' '예배' '소망'이 모두 여성명사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백성들로서 살아갈 길을 가르쳐 주신 말씀, 이것을 신학적으로 '토라'라고 부르며 이것은 구약성경에서 제일 중요한 신학적인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토라'도 역시 여성명사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토라'는 모두 613개의 계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613개의 계명 중에서 핵심이 되는 계명이 곧 10계명이다. '계명'이라는 히브리어 '미쯔바'도 여성명사이다. 일찍이 솔로몬 왕은 '지혜'를 구하여 하나님께 칭찬을 받았고, 구하지 아니한 부와 영광까지 풍성하게 선물로 받았다. '지혜'라는 말의 히브리어 '호크마' 역시 여성명사이다. 사랑, 믿음, 축복, 의, 감사, 구원, 기도, 예배, 희망, 토라, 계명, 지혜 등 좋은 말들, 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어휘들, 신앙적으로 핵심적인 단어들이 모두 여성명사이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일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말로 남성 중심적이었고, 남성은 우월하고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생각했었다면 그러한 좋은 단어들이 결코 여성명사로 분류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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