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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28*210*20mm
ISBN13 9788991601352
ISBN10 8991601359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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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냄새 1

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다가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 언놈이 밥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밥소라에서 퍼주는 따끈따끈한 밥을
내가 하동지동 먹는 걸 보고
진외당숙모가 나에게 말했다
- 밥때 되면 만날 온나

아, 나는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젖을 못 먹고
밥조차 굶주리는 나의 유년은
진외가 집에서 풍겨오는 밥냄새를 맡으며
겨우 숨을 이어갔다

--------------------------------------------------

밥냄새 2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방송하는 티브이에서
진외육촌형의 얼굴을 보았다
남녘의 예순 아홉 살 우섭이 형이
일흔 두 살 북녘의 우문이 형을 만나
펑펑 울고 있었다

진외육촌 형들의 밥을
나에게 나누어주던 진외당숙모는
북녘의 아들을 끝내 못 보고
몇 해 전 아흔 여덟 살로
이승을 버렸다

이승저승 다 해도
가장 어여쁜 진외당숙모는
아들들의 눈물이 은하수 되어
아득한 저승까지 흐르는 것을
이제는 두렷이 보고 계실까

어릴 적 밥냄새가 이냥 그리워
아직도 보채는 예순 살 나를 보고
- 밥때 되면 만날 온나
진외당숙모가 하시는 말씀이
이승저승 물들이며 들려오는데

--------------------------------------------------

손님 1

흰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이
우리 집 사립 앞에 와서 큰기침을 했다
- 이리 오너라!
동무들과 소꿉놀이를 하던 나는
바느질하는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머니는 바늘겨레에 바늘을 꽂으며 말했다
- 누구시냐고 여쭈어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사립에 닿자마자
우리 집을 찾아온 노인이 대꾸했다
- 충주 오생원이라고 여쭈어라!

어머니는 방문을 열고
섬돌로 내려서며 반갑게 말했다
- 당숙 어른 아니세요? 어서 오세요
노인은 큰기침을 하면서 들어왔다
어린 흰둥개도 덩달아
섬돌까지 따라오며 꼬리를 쳤다

--------------------------------------------------

손님 2

손님이 온 날 저녁이면
형과 누나는 보리밥을 먹었지만
손님과 나는 겸상으로
흰밥을 맛있게 먹었다

사랑에서 묵은 손님은
아침밥을 먹자마자 휭허케 갔다
어머니는 노자나 하라면서
달걀 한 꾸러미 판 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문중 시향 모시는 일이나
선산 면례하는 일 때문이 아니라
여기저기 일가집을 그냥 들르는
의지가지 없는 노인이라지만

보름에도 그믐에도
흰 두루마기 입은 손님이 와서
- 이리 오너라
큰기침했으면 좋겠다

- 누구시냐고 여쭈어라!
섬돌 아래 하인이 정말 서 있다는 듯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나는 손님과 겸상해서
흰밥을 냠냠 먹으며
흰 두루미 날아오는 세상 이야기를
사뭇 들을 테니까

--------------------------------------------------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질을 까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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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를 펼쳐 들면 모국어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속을 노는 성싶다. 아무래도 신발끈을 고쳐 매야할까보다.「 춘일春日」의발묵潑墨은아슬아슬해서눈물겨우며, 설채設彩는향내가모시빛깔로아득할 따름이다. 세필細筆과 갈필渴筆로 맵시를 엮은, 새물내 밴 솜씨 가운데서도“욜랑욜랑”의 멀미나는 목마름이라니. 하염없다. 언어는 사전 속의 뜻에 덧대 스스로 온도와 채도彩度와 주파수를 품는다. 시가 언어의 몸이라는 당연한 명제 앞에서, 그걸 눈치채고 요량있게 부릴 줄 아는 시인이 현대시사에서 매우 드물다는 현실은 참기 어렵다. 이때 오탁번 시인이 미나리꽝의 미나리 다듬듯, 맑은 물로 씻어 무청 다듬듯 개간해 밝힌 언어의 지평地平은 차라리 아스라한, 사늘한 그리움이다. 모국어의 진경시대眞景時代를 시인의 한낱 목간木簡한 편片에서 새삼 구경하게 된 것이 되레 가슴 아리다.
- 오태환(시인)

연하의 띠동갑인 나를 오랜 벗처럼 정답게 대해주는 원서遠西오탁번 시인은 일찍이 별 다섯 개짜리 파 웨스트 러브호텔에 자리 잡고,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여 나이가 들어도 늙는 법이 없다. 낮이건 밤이건 국어사전 위에 유영하며 형형한 안광과 첨예한 감각으로 진귀한 시어를 낚아 올려 시의 광채를 빛낸 지 오래 되었다. 진속塵俗의 낚시를 떠났으니 그에게서는 물비린내가 나지 않고, 추억의 시공을 탐사하여 찬란한 별떨기를 찾아내니 겨드랑이에 아름다운 날개가 돋았다. 참혹한 가난도 정겨운 인정으로 감싸 안고 외설의 음담도 황홀한 연가로 변환시키니 그 빛나는 시심의 발기 앞에 시선도 시성도 숨죽일 뿐이다. 거침없는 해학과 풍자로 자유의 성전을 이룩한 시의 들판에는 비오비오 솔개 우는 소리 들리고 새끼붕어들 욜랑욜랑 헤엄치는 모습 보인다. 닥종이빛 돛을 달고 우주의 블랙홀을 통과한 그의 선체가 북신北辰으로 빛나고 오리온성좌로 빛나서 그 돌올突兀외연巍然한 풍모에 경탄하는 소리 높겠다.
- 이숭원(문학평론가,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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