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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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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54g | 145*216*20mm
ISBN13 9791187038009
ISBN10 118703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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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한 가지 희한한 점이 있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것 같긴 한데, 실제로는 더 이상 아무도 민주주의를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 요컨대 민주주의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모두가 호감을 표시하나 그 개념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있어서는 그렇지 않음을, 아니 적어도 그것이 실행되는 현재의 양상에 대해서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다.--- p.17~18

서양 민주주의는 오늘날 가짓수가 무수히 많은 만큼 그 실체가 막연한 온갖 증세로 괴로워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선거 불참, 선거 결과의 불안정성, 정당들의 출혈, 행정적 무능력, 정치적 마비, 선거 패배에 대한 두려움, 젊은 피의 고갈, 무조건 대중의 눈에 띄고 보자는 노출 충동, 만성적인 선거 열기, 심신의 진을 빼는 미디어 스트레스, 의심과 무관심, 그 외 고질적인 각종 병폐를 모두 나열해보면 하나의 증후군이라고 할 만한 것의 윤곽이 드러난다.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 피로감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p.35

‘선거’와 ‘민주주의’라는 말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우리는 민의를 대표하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라는 사고에 푹 젖어 있다. … 우리는 모두 선거 근본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피로감 증후군의 첫 번째 원인이다. 우리는 선거에서 뽑힌 선량들을 경멸하면서도 선거 자체만큼은 숭배한다. --- p.64

도대체 선거가 도입된 건 무슨 목적에서였을까? 민주주의로 인한 소요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대의 민주주의 통치는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대표들이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과 사회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며,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고귀한 시민들이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 결론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고 도처에서 실행되는 대의정치 체제는“민주주의적 특성과 비민주주의적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p.95

오늘날의 우리는 아테네 민주주의가 그 절정기를 맞이하였을 때조차도 제비뽑기라는 독특한 원칙에 의해 운영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그 당시 동시대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나는 행정직을 예로 들겠다. 제비뽑기는 민주주의적이며 선거는 과두정치적이다." --- p.98

프랑스와 미국의 혁명 지도자들은 제비뽑기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이 두 나라에서는 한 가지 뚜렷한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혁명 지도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으며 장차 정교하게 가다듬고자 하는 공화제는 민주주의적이라기보다는 소수특권적 체제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가 매우 유용했다. --- p.116~117

많은 저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각종 제도와 헌법을 통해서 제비뽑기를 통한 민주주의 뿌리내리기를 옹호했다. 이들은 제비뽑기를 지극히 명확한 몇몇 사안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되며 그것이 구조적으로 통치체제의 일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바로 이것이 토론의 핵심이었다. 대부분 사상가들은 입법기구 가운데 하나가 제비뽑기를 통해서 구성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p.171~172

민주주의는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들에 의해 지배되는 체제가 아니다. 그러한 체제는 비록 지배하는 자들이 선거에 의해 선발되었다고 해도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특권주의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 민주주의란 소수특권주의와는 달리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가진 모두에게 발언권을 줌으로써 공동의 번영을 꾀하는 체제다. … 요컨대 번갈아가며 통치자와 피통치자가 되어봐야 한다. 민중의,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p.197

강력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체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 닫힌 성문을 열고 들어온 분노하는 시민들은 “참여 없이는 납세도 없다!”같은 구호를 외쳐대면서 민주주의의 가구들을 산산조각 내고 권력의 샹들리에를 뜯어내서 거리로 들고 나갈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민주화해야 한다.
--- p.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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