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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연애

여행은 연애

: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쿠바 산티아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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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50g | 140*200*20mm
ISBN13 9788994197920
ISBN10 899419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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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주형원
어릴 때 꿈이 ‘다양한 언어 구사’와 ‘많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 쌓기’였다. 때문에 열아홉 살 때부터 지금까지 튀니지, 호주, 미국, 러시아, 터키, 이스라엘, 스페인, 이집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덕분에 프랑스어와 영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지금은 포르투갈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영어, 프랑스어 특기자로 수시 입학했으며, 파리국립정치학교에서 국제안보를 전공했다. 하지만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과정을 수료했고, 첫 수료작이 운 좋게 영화제에 당선되어 극장에 단 두번 상영되는 영광을 누렸다.

조금은 예민하고 대단히 독립적이지만 종종 옷을 거꾸로 입고 외출할 만큼 덜렁대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 파리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근무했고, 10년째 파리에 거주하며 때로는 현지인으로, 때로는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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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공허했다. 이 공허함이 배가 고픈 건지, 내면이 허전한 건지 알지 못해 별수 없이 계속 먹기만 했다면 이건 코믹일까, 비극일까? 게다가 둔하디둔해 10킬로그램 가까이 살이 찐 것도 모르고 목욕탕 아줌마에게 체중계가 고장 났다고 당당히 따졌다면? 이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일이 내 인생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결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_본문 12쪽, 이건 코믹일까 비극일까

“나는 아직 너랑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어. 미안해.”
늘 눈물이 많은 장뤽이 울면서 말했다. 나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을 기념하러 근사한 포르투갈 레스토랑에 가는 길이었다. 이 눈물의 발단은 늘 그렇듯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가끔은 너무나 큰 소용돌이로 되돌아온다. 바로 장뤽의 눈물처럼. _본문 23쪽,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왜 나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한 거야?”
“한국 사람이라고 하기엔 표정이 너무 밝아서.”
아니, 언제부터 밝은 표정이 한국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었을까? 갑자기 옆에 있던 빌 아저씨가 꼭 우리 말을 알아들은 사람처럼 시니컬하게 말했다.
“까미노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오지. 인생에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아니면 자신의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젊은이들. 어디 한번 건강을 위해 걸어볼까, 하며 밝은 얼굴로 까미노행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어.” _본문 66쪽, 목표 없는 목적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프랑스 고등학교를 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든 고백은 외국어로 말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깡 제때 앙팡, 몽 빠빠 마 비올레(quand j’etais enfant, mon papa m’a violee. 내가 어렸을 때 아빠가 나를 강간했어).”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슬픔과 아픔, 막막함, 그리고 연민이 몰려왔다. 도무지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는 상처들이 있다. 특히 이렇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처는 도대체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_본문 85쪽, 고슴도치 상처 껴안기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 아니겠지, 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뒤를 돌아보더니 내가 지금껏 들어본 것 중 가장 솔직하면서도 황당한 구애를 시작했다.
“나는 애가 둘 있고 두 번 이혼했어. 만약 네가 좋다면 이번 주말에 너와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고 싶어.”
다른 건 몰라도 그의 솔직함 하나는 높이 살 만했다. 놀랍게도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다. 실제로 쿠바의 이혼율은 60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사랑도 혁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피델 정부는 혁명 이후 이혼 절차를 단 몇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도록 간소화시켰다. 하지만 절차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사랑이었다. 이들에게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은 무의미했다. _본문 171쪽, 지극히 솔직하고 황당한 구애

“정말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모든 게 달라져. 그때도 어디를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고, 돌아갈 곳도 생겨. 그게 지금과 다른 점이야. 네가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진정한 사랑이 필요해.”
묘한 논리였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너는 이제 성숙의 나이에 들어섰다고. 알아듣겠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쿠바 여행 막바지에, 머리카락 나고 처음 본 쿠바 할머니에게서 사랑에 대한 독한 훈계를 듣게 될 줄이야. 하지만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말은 나의 현실을 날카로우리만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_본문 233쪽, 미친 짓
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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