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합은 성벽 위에 있는 집 창문으로 여리고의 넓은 들판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의 심장은 두려움과 흥분으로 마구 뛰었다. 저기 보이는 곳, 요단강 바로 저편에 불어난 물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머물고 있었다. 이제 곧 그들은 강을 건너와 시혼과 옥, 그리고 미디안의 다섯 왕과의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그 광포함으로 여리고의 왕과 대적할 것이고, 그러면 여리고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왕은 성문의 감시를 한층 강화했고 성벽 안에는 병사들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여리고의 멸망은 불 보듯 뻔했다. 유일한 희망은 항복하고 자비에 호소하는 것 뿐이었다. 왕은 침략 군대의 규모를 몰라 전전긍긍했지만 그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유대 백성의 하나님이었다. 40년 전,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모든 병사를 동원했지만 하나님을 이길 수 없었고 그 어떤 신과 여신들도 이집트를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리고의 왕이 생각하는 것은 성벽 수비를 강화하고, 무기를 비축하고, 병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이들은 정말 알지 못하는 것일까? 여리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라합은 몇년 전 그녀 스스로가 자초한 인생에 속박되어 도시 안에 갇혀 있었다. 기생인 그녀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까? 오래 전, 농부의 딸로 태어난 라합이 어린아이 티를 막 벗을 무렵, 그녀는 왕의 부름을 받았고 그때 이미 운명으 결정되었다.
"반드시 가야 한다!" 라합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네가 성에 살면서 왕의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 우리 집안은 아무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왕이 네 동생들의 결혼도 책임져 줄 게다. 설사 네가 거절한다고 해도 왕은 나를 죽이고서라도 너를 데려가고 말 거야. 왕응로 인해 네가 받게 될 영광을 생각해 보거라. 그는 모든 아름다운 여인들 중에 너를 택한 거야."
영광이라고? "왕이 저와 결혼이라도 할거란 말씀인가요?" 라함의 말에 아버지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라합도 그 답을 모르지 않았다. 왕에게는 여러 명의 아내가 있었고, 그는 그 여인들과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결혼했다. 하지만 라합에게는 왕이 필요로 할 만한 조건이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왕이 탐내는 몸뚱이만이 있을 뿐이었다.
비록 어린 나이이긴 했어도 라합은 욕정이란 뜨겁게 타오르지만 결국에는 재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일 주일이 지나면, 혹은 한 달이 지나면, 아니 어쩌면 일 년이 지나면 왕은 그녀에게 싫증을 느껴 아름다운 바빌로니아의 옷과 보석 몇 점을 들려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고, 그러면 라합의 아버지는 그 옷가지와 보석들을 빼앗아 내다 팔지도 모른다.
"제가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시장에서 석류와 대추야자를 팔도록 하실 건가요? 아니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가야 하나요? 빵을 얻기 위해 몸을 팔면서요?"
라합의 아버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라합은 딸의 인생을 볼모로 재산을 챙기려는 아버지가 미웠고, 변명을 해대는 아버지가 미웠으며, 부모와 형제 자매들이 살고 있는 숲 속의 오두막집보다는 왕이 있는 성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미웠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줄 힘이 없는 아버지가 미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이 싫었던 것은 라합 자신의 무력함이었다.
--- pp 15~17
"당신을 나의 천막으로 데리고 가서 내 옷으로 당신을 덮어주고 싶소."
살몬의 청혼에 라합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신이 말인가요?"
라합은 두손으로 빰을 가리며 말했다.
살몬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면 물었다.
"거절하는 건가요?"
"당신은 너무 젋어요."
살몬이 라합의 말에 소리없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충분히 결혼할 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라합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같은 사람과 결혼을요? 당신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저번에 여호수아의 말을 듣지 못했나요? 나는 기생 라합이에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과 나에 대해 아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나는 기생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과거예요. 주님은 당신에게 미래를 주셨어요."
"그런 식으로 장난하지 마세요."
라합은 울음을 가까스로 눌러 참으며 화를 냈다. 샐오누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만 있다면.
"장난이 아니에요, 라합."
살몬이 라합의 옆으로 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에브라임과 내가 왜 여리고로 갔다고 생각합니까?"
"여리고를 정탐하기 위해서죠."
"우리는 그렇게 들었어요."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들었어요."
라합이 눈썹을 찌푸리며 살몬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당신을 만나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합은 살몬의 갈색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눈을 라합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아니라니요?"
살몬이 라합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자 라합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주님이 우리를 보내지 않으셨다면 당신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 pp 203~204
"당신을 나의 천막으로 데리고 가서 내 옷으로 당신을 덮어주고 싶소."
살몬의 청혼에 라합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신이 말인가요?"
라합은 두손으로 빰을 가리며 말했다.
살몬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면 물었다.
"거절하는 건가요?"
"당신은 너무 젋어요."
살몬이 라합의 말에 소리없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충분히 결혼할 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라합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나같은 사람과 결혼을요? 당신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저번에 여호수아의 말을 듣지 못했나요? 나는 기생 라합이에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과 나에 대해 아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 나는 기생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과거예요. 주님은 당신에게 미래를 주셨어요."
"그런 식으로 장난하지 마세요."
라합은 울음을 가까스로 눌러 참으며 화를 냈다. 샐오누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만 있다면.
"장난이 아니에요, 라합."
살몬이 라합의 옆으로 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에브라임과 내가 왜 여리고로 갔다고 생각합니까?"
"여리고를 정탐하기 위해서죠."
"우리는 그렇게 들었어요."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들었어요."
라합이 눈썹을 찌푸리며 살몬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당신을 만나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합은 살몬의 갈색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눈을 라합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아니라니요?"
살몬이 라합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자 라합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주님이 우리를 보내지 않으셨다면 당신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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