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켜는 성냥개비 하나는 큰 힘이 없지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켤 때면 작은 횃불을 이룬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어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9~12)는 말씀은 한 사람보다 더불어 사는 가정과 교회 공동체의 힘을 말해 주고 있다. 예수께서도 열두 명의 공동체를 이루시고 사역을 하셨다. 더불어 교제하는 가정인 지역 교회 공동체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릇이다. 그 속에만 절대적인 구원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공동체의 더불어 교제하는 삶이 우리의 믿음을 풍성하게 채워 주며 자라게 해 줄 뿐 아니라, 다수가 힘을 모아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한 가족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의 더불어 사는 삶은, 조용하고 깨끗한 혼자만의 삶에 비해 요란하고 정신없다. 또한 개인의 사적인 생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값비싼 삶이다. 그러나 신자들의 가정과 교회 공동체가 이런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가정과 교회 문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을 품에 안아 더불어 살게 하는 코이노니아가 된다면, 지역 사회와 한 시대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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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이념주의는 교회나 선교단체를 막로하고, 그 조직의 성공과 선교 사업의 확장만이 절대적인 목표다. 그리하여 겉으로 가장 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이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자기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세속의 바벨탑에 신앙의 황금 덧칠을 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정신은 기억 확장이라는 세속적인 사고방식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여기서 언제나 구호처럼 반복되는 '세계 최고의 모임'이니, '세계사에 전후무후한 선교 역사'라는 것은, 냄새나는 인간의 욕망에 거룩한 종교성을 회칠한 최대의 사기요 위선이나 다를 바 없다. 내가 '위대한 선교사'로서 많은 사람을 돕고 큰 선교 센터를 짓고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세상의 기업가나 정치가의 욕망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UBF는 전체적으로는 '2010년까지 233개국 7000 캠퍼스 개척을 위하여' 기도하고, 개인적으로는 '한 사람당 열두 명 제자양성'이라는 기도 제목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전투'라는 단어를 기꺼이 사용한다. 그리스도의 군사로서 '전투 정신'을 가지고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사생결단을 한 셈이다. 군사로 부름받은 자는 사생활에 얽매임이 없어야 하고 오직 순종만이 미덕임을 강조해야 한다(딤후 2~4장). 가정생활, 사회 직장생활, 학교생활이 모두 얽매여선 안되는 '사생활'이 되고 만다. 오로지 전도와 선교, 전투만을 위해 총진군해야 하는 것이다. 매번 모이는 기도회에서 하는 주요 내용이란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ㅇ르 전도하고, 몇번의 일대 일 성경공부를 이룰 것이며, 주일예배에 몇 명이나 참석시키는지, 수양회나 선교 대회에 또 몇명을 초대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결단시켰으며 제자로 얻었는가' 하는 데에 목표치를 정하는 것이며, 목표량이 달성됐는지 안됐는지에 따라 감사하고 회개하고 기도하는 것이 전부다.
기도회에서, 말씀의 은혜를 나누는 시간에도 개인의 문제를 언급하면 '사생활에 매인 자, 세속적인 사람'으로 딱지가 붙기 십상이다. 기도 제목이라 불리는 목표량의 숫자적 통계 자료로 신자 개인이나 조직의 지부들이 우열로 평가되고 상벌이 주어진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회원들은 질책을 받고 심지어 구타나 폭력 행위도 행해진다. 그러니 자연히 두려움 때무에 허위보고 내지는 과장보고가 난무하다.
가령 주일예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살펴보면, 토요일 기도 모임에서 '누구를 예배에 초대할 것인가'에 대해 기도 제목을 나눈 뒤 밤늦게까지 심방을 다닌다. 그리고 또 주일 아침부터 심방을 나간다. 회원들은 주일 예배 시작까지 한 사람이라도 예배에 더 데려오려고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다가 한 명이라도 데려오면 마치 대어를 낚은 어부의 심정으로 떳떳한 표정이 된다. 그러나 빈손으로 허겁지겁 오면 예배 시간 내내 죄인의 심정이 된다. 주일 저녁에는 또 기도회를 갖고 누가 누구를 데려왔는지 통계를 낸다.
빈 손으로 온 사람들은 하나님께 '절대 순종'을 키워야 한다며,구호를 외치고 구보 같은 달리기를 하며 훈련을 받는다. 심지어는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또 월요일의 전국 지부 모임에서 통계 숫자를 발표해야 하니, 예배 참석자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예배가 끝난 뒤 또 심방을 간다. 주일예배 말씀을 나눠 주기도 하고, 주일예배 비디오를 통해 주일 예배를 보게 하여 어찌하든 목표치를 채우고자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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