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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김하돈 | 들녘 | 2001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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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7쪽 | 435g | 128*188*20mm
ISBN13 9788975272790
ISBN10 8975272796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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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 북쪽으로 숨어든 지 두 해가 지났습니다.
날 저물어도 더불어 술잔 나눌 이 없으므로 그저 들고나는 산 그림자 길이만 가늠하면서 그 여덟 철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오히려 내 삶의 길이만 한 치씩 속절없이 줄어들고 있음을 뼈저리게 확인하곤 하였습니다.
손님이 오고 가듯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스스로 강건하여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느라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일도 짐짓 저어하며 오래 눈길 주지 않았습니다. 족쇄 찬 발로 걷고 수갑 찬 손으로 밥 먹는다 여겼습니다. 부질없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비어 있음이라고, 며칠 전 끼적여둔 시 한 편은 '네가 없어도 저녁이 오는구나'로 시작하여 '나 혼자 있어도 저녁이 오는구나'로 끝났습니다.

그렇듯, 문 닫아걸고 집에 앉아 내내 길만 생각하였습니다.
참으로 가뭇없는 이야기인 줄 압니다.
길을 가다 문득 내가 지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하여 저 손 뻗어도 아스라이 닿지 않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되어 앞뒤로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그 영원의 무게에 짓눌려 그만 길 위에 털썩 주저앉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 수없이 입술 깨물며 묻고 덮어두었을 바로 그 해묵은 이야기 말입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나를 따라와 길 위에 길게 드러눕는 내 그림자!
가령, 내가 한 대여섯 살이나 되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던, 미루나무 두 줄기 사이로 흙먼지 뽀얗게 일던 신작로를 떠올립니다. 가면 틀림없이 거기 혀끝에 살살 녹는 얼음과자와 노릇노릇한 국화빵이 기다리고 있을, 아침 햇살을 따라 걸어갔다가 저녁 어스름에야 지쳐 돌아오던 그 흑백의 시골길을 나는 여태 변함없이 걷고 있습니다.
나는 그 길에서 말미암아 그 길 위에서 번성하였습니다. 아, 그뿐입니다. 이 세상 어느 아득한 곳으로 또 바람 불어 더욱 멀어진다 하여도 나는 결코 그 길의 끝에 닿을 수 없음을 압니다. 끝내 나는 그 길의 아들이요, 도제(徒弟)인 것을.

길 위에서 피고 진 숱한 '낮과 밤'들에게 고맙다고 두 손 모읍니다.
기어이 나도 언젠가는 길 하나쯤 되어 또 떠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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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또한 먼 길 가는 일이라고 버릇처럼 주억거리면서도 정작 길 위에서 길을 몰라 자꾸만 샛길을 찾아 두리번거립니다. 길 위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자꾸만 길이 없다 탄식하고 절망합니다.
그러다가 이내 어디쯤 그 무거운 짐 벗고 그만 쉬고 싶어합니다.
태안사 가는 길 / 사이렌 소리 / 어느 조각가를 위하여 / 불그릇을 기다리며 / 마즈막재

길에서 울어본 사람들은 안다
막막하여 길에 앉아 울어본 사람들은
안다 슬픔이 눈물만은 아니라는 걸
보리밭길 아득한 봄날 하루 그립다가
저문 강 건너오는 불빛 외롭기도 하지만
세상이 어디 강 어둠 속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헤쳐 가는 저 밤길만 같으랴
부석사 근처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 사람의 무게 / 비오리에게 / 어떤 조곡弔哭 / 어린 예수님께 / 막지나루

지금 사람들 다투어 푸른 매화 꽃잎을 따고 있습니다.
툇마루 막걸리의 취기가 이미 더욱 잡스러워졌으니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뒹구는 신문지 한 장을 주워 무심히 푸른 매화 여남은 송이 따 담았습니다.
머잖아 이 가슴에도 하얗고 푸른 멍이 들고 말겠습니다. 깊고 어두운 내 지옥 땅 가득 푸른 매화 꽃비 우수수 흩어져 날리고, 그 꽃잎 밟으며 또 짧고 긴 몇몇 생애가 오고 가겠지요.
눈물 / 메밀꽃 필 무렵 /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봉수대에 올라


환한 대낮에도 잘 보이지 않던, 내가 가 닿아야 할 저 아득한 불빛 한 줄기를 내게 쏘아 보내는 일 또한 어둠의 응원입니다. 나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 상처받은 목숨이 걸어가야 하는 외길 한 줄기를 오래오래 응시합니다. 그 불빛 끝에서 지난날 내가 잃어버린 따듯한 온기 몇 점들이 잡힐 듯 가물거립니다.
산골편지 1 / 산골편지 2 / 산골편지 3

지리산이 그토록 장엄한 것은 수없이 많은 이들이 거기서 죽어 산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겨우내 얼음장 밑으로 돌돌돌 맑은 물 흐르게 하고, 잎 나고 꽃 피는 봄 산 나무들같이 파릇파릇 더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종주기 / 베트남 여행기
김하돈은 충청도에 사는 내 후배 시인이다. 청주에 사는 줄 알았는데, 그동안 천등산 박달재 아래로 이사한 지 이태나 되었다고 한다. 시골로 스며들어가서 사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들을 자연 속에다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가상한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거꾸로 가는 시계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천하에 둘도 없는 마음 여린 술꾼인데 어디서 그런 결단이 나왔을까. 이 책을 읽어보니 알겠다. 도시에서 그는 외로워서, 그래서 더 외로워지고 싶었던 거다. 사람을 만나도 외롭고, 술에 대취해도 외로워서 시골에다 둥지를 튼 거다. 그리고 나서 가볍게 행장을 꾸려 산천을 떠돌고 싶었던 거다. 그의 발자국 소리를 따라가면서 나도 좀 외로운 사내가 되어 떠돌고 싶어졌다. 열 밤도 스무 밤도 넘게 산 속에서 잠을 잘 수 있다면 나도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 다듬어진 유려한 문장과 도톰한 사색의 흔적이 그의 외로움을 받쳐주고 있으니, 김하돈은 이제 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 안도현(시인)
김하돈 시인의 산문에는 인간의 무상함이 깔려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가난한 한 나그네의 고요한 발자국이 잠들어 있다. 길을 가다가 소나기를 만나 어느 산사의 처마 밑에 서서 무지개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길을 가다가 배가 고파서 무밭에서 무를 캐다가 옷에 쓱쓱 문지른 뒤 한 입 베어물고 씨익 혼자 웃는, 한 나그네의 맑은 영혼이 숨어 있다. 나는 김하돈 시인의 산문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무상의 길 위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정호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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