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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리뷰 총점9.4 리뷰 46건 | 판매지수 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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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722g | 153*224*23mm
ISBN13 9788952775757
ISBN10 895277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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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겨우 10퍼센트 인간일 뿐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가 내 몸뚱이라고 부르는 인체의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사기꾼 세포가 무임승차를 한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몸이 살과 피, 근육과 뼈, 뇌와 피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하면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해저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는 산호초처럼, 우리의 장腸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다. 약 4,000종의 미생물들이 1.5미터짜리 대장 안에서 장벽의 주름을 편안한 더블베드로 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놓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코끼리 다섯 마리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미생물의 숙주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 pp.7-8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해독해낸 획기적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뒤이어 과학자들은 많은 양의 DNA 염기서열을 저렴한 비용으로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대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 죽은 미생물조차도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DNA를 분석함으로써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몸속의 미생물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대 과학은 이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의 삶이 이 히치하이커들과 어떻게 서로 얽혀 있으며 이들이 인간의 몸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 pp.9-10

레이는 박테리아를 식별하는 바코드로 쓰이는 16S rRNA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하여 장내에 어떤 박테리아들이 있는지 알아낸 뒤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미생물총을 비교하였다. 생쥐들의 장에는 의간균과 후벽균Firmicutes 두 그룹의 박테리아들이 우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른 쥐와 비교했을 때 비만 쥐의 의간균은 절반 수준, 후벽균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레이는 의간균과 후벽균의 비율 차이가 비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이번엔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의 미생물총을 비교했다. 그러자 쥐에서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살찐 사람들은 후벽균이 훨씬 많았고 마른 사람들은 의간균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 p.118

이 시점에서 엘렌은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냈다. 엘렌은 앤드루가 틀림없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와 근연 관계에 있는 클로스트리듐 테타니Clostridium tetani(파상풍 유발균)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는 일반적으로 혈액으로 들어가 근육 마비를 일으키지만, 앤드루의 몸에 감염된 박테리아는 혈액이 아닌 그의 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엘렌은 중이염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은 항생제가 앤드루의 장에 사는 보호성 박테리아까지 모조리 박멸한 뒤 그 빈자리를 클로스트리듐 테타니 대신 차지했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클로스트리듐 테타니가 장에서 생산한 신경독소 물질이 어떤 식으로든 앤드루의 뇌에까지 이동했을 것이다. 엘렌은 흥분에 차서 이 가설을 주치의에게 털어놓았다. --- p.155

페기 칸 헤이에게는 그녀가 아프기 전이라면 느꼈을지도 모르는 역겨운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병원에서 결장 내시경으로 남편의 대변을 걸러서 나온 미생물을 이식하고 회복하면서 겨우 몇 시간 만에 페기의 몸은 이미 훨씬 나아졌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페기는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됐다. 무려 40시간 동안 페기는 화장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설사는 완전히 멈췄다. 2주가 지나자 다시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고, 마흔 살이 된 페기의 얼굴에 났던 여드름도 깨끗이 들어갔다. 체중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시디프 감염을 항생제로 다스리면 치료될 확률이 약 30퍼센트 정도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시디프에 감염되고 이들 중 수만 명이 사망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의 미생물 이식으로 시디프 완치율은 80퍼센트까지 올라간다. 페기의 경우처럼 첫 번째 이식 이후에 시디프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라도 두 번째로 이식하면 치유율을 95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약물 처방 없이 겨우 몇백 달러의 비용으로 단 한 번의 비수술적 시술을 통해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을 높은 성공률로 고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생각할 수가 없다.
--- pp.4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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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하나의 생태계다. 이 책은 인류가 지구 상의 선배인 미생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어떻게 그것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몸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들어줄 것이다.
고광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마이크로비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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