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이유'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푸른 하늘 밑에서 햇볕을 반사하고 있는 기와와 움푹 들어간 그늘, 가을빛을 띤 플라타너스의 나무들이 있었다. 마르세이유-나는 빈손으로 거기 서 있었다. 과거로부터 내가 사랑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어 나는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나의 생활을 하루하루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 낯선 대도시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나는 남에게 꽤 의존해왔다. 사람들은 내게 울타리와 목적을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나는 누구를 위해서도 존재해 있지 않았다. 저 많은 지붕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나는 매주 14시간의 수업을 한다. 그외에 내게 예정되어 있는건 아무없도 없었다. 내가 잠자는 침대조차도. 나의 일, 나의 습관, 나의 쾌락, 이런 것들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돌층계를 내려가지 시작했다. 나는 한 층계마다에서 멈추어 섰다. 나는 그 집들, 나무들, 바다, 바위, 도로에 감동했다. 그것들은 서서히 자기 못브을 나타내 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자기들의 모양과 마음을 보여줄 것이다.
결혼을 하면 가정적인 의무와 사회적인 하찮은 일이 늘어난다. 남들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바꿈으로 해서 필연적으로 우리 두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도 바꾸어 버리는 게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의 자립을 지속하려는 기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자유를 무에서 구하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사르트르엑 있어서 여행, 자유, 청춘을 고별하고 시골교사가 되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의 어른이 되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큰 희생인가를 나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결혼한 남자들쪽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 더욱 따분한 일인 듯했다. 설령 내가 사르트르와 결혼한다 하더라도 그가 나를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내가 후회를 잘하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고 그 후회라는 감정도 매우 싫었다. 그래서 후회로 손상되는 미래를 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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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우리는 무엇이었는가? 남편도 자식도 없고 사회적 지반도 전혀 없는 26세의 여자, 누구나 이 나이가 되면 확고한 대지를 딛고 싶어지는 것이다. 꼬레뜨는 정치에 몸을 던지고 그 분야에서 삶의 보람을 찾으려고 분투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사는 즐거움과 문학적인 계획과 사르트르가 주는 보증에 의해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르트르는 없고, 어쨌든 이해는 모든 일이 나에게 방향을 잃게 했던 것이다.
내가 하찮은 분쟁에 말려든 것은 그래서였다고 생각된다. 나는 파티에 나갈 때는 최근 아미안의 고등중학교에 임명된 마르꼬와 가끔 저녁을 함께 먹었다. 마르꼬는 마음껏 매력을 발휘하여 상냥하게 행동했다. 그가 계속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화보다도 조작한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아무튼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가 가슴속의 비밀을 고백할 때의 신뢰에 찬 모습에도 나는 속지 않았다. 나는 빈틈없이 조작한 고백으로 그것에 응했으나 그 역시 그것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의 미모는 이런 허위의 공범에도 가치를 부여했다.
그 무렵 나는 일부러 심술을 부리려고 했다. 나는 그가 시모느 라브르단을 가치없이 깎아내리는 것을 보고 만족했었다. 마르꼬는 그녀를 매우 불행하게 만들고 그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바치는 정열이 얼마 동안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사실을 말한다면 그는 남성이외엔 흥미가 없었다. 머지않아 그는 금발의 미소년과 동거를 시작했고, 그 소년의 금작화의 향기가 나는 머리를 찬미하는 서투른 시를 쓰기도 했다. 그들은 시모느와 함께 기거하는 것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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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동안 우리는 헤어져 살게 되지만 어딘가 세계 한모퉁이에서, 예를 들면 아테네 같은 곳에서 재회하여 다시 얼마 동안 공동생활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자.우리는 결코 완전한 남남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둘 중에 어느 쪽인가가 상대를 찾을 때 반드시 응할 것,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결합 이상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속박과 습관이 되지 않도록 온힘을 다하여 그런 부폐에서 우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이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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