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와인샵에 들러서 적당한 가격에 기분 좋게 마실 수 잇는 와인을 사 가지고 나오는 일이 한결 쉬워졋다. 지난 20여 년간 와인의 스타일과 질적인 면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모든 와인이 전보다 더 깔끔하고 신선해졌다. 레드 와인은 과일향이 더 풍부하고 부드러워졌꼬, 화이트 와인은 더욱더 농익은 복숭아향을 풍기게 되엇다. 또한 새오크통을 많이 쓴 결과, 바닐라향과 버터 바른 토스트 냄새도 한결 풍부해졌다. 그렇다고 모든 와인의 맛이 다 똑같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같이 와인의 선택 범위가 넓어진 이유는, 와인 생산자들이 기존 제조 방식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면서도 그 나름대로 독특한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와인을 고를 때에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여름날 야회 점심 식사에 꼭 알맞은 와인과 겨울밤 장작불 앞에서 마셔야 제격인 와인을 구별하는 것이다. 와인샵에 들러 '싱그럽고 톡 쏘는 화이트 와인' 진열대에서 와인을 고르거나 '향긋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레드 와인' 진열대에서 와인을 고른다고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 와인을 선택하는 일이 한결 즐거워질 것이다.
와인은 수천 가지의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두 본 장에서 소개하는 15가지 스타일에 속한다. 여러분을 위해서 다음 몇 페이지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으니 포도 품종과 와인 산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더라도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고른다면 와인을 마시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와인의 맛을 발견할 때마다 본장을 참고하면 와인 지식을 넓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 과일향이 풍부하고 후루티(fruity)한 스타일
상큼하고 맛이 좋아 부담 없이 즐길수 있다. 칠레산 메를로(Merlot)가 현대 레드 와인의 정수를 보여 준다.
2. 딸기류의 향이 부드럽게 풍기는 스타일
부드럽고 향기로운 와인으로, 붉은 과일향이 나다. 피노 누아(Pinot Noir)가 전형적인 포도이다.
3. 탄닌 맛이 강하고 블랙커런트향(blackcurranty)을 풍기는 스타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특유의 블랙커런트향이 담긴 레드와인이다.
4. 매콤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스타일
과일ㆍ후추ㆍ초콜릿향이 어울려 대단히 향기롭다. 호주산 시라즈(Shiraz)가 이에 해당한다.
5. 향이 좋아 군침이 돌고 새콤달콤한 스타일
허브를 씹는 느낌과 새콤달콤한 붉은 과일향이 어우러진 맛이다. 이탈리아산 레드 와인이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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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건강 음료라고 보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한때 와인은 의학적인 효능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물보다 위생적이었고, 마땅히 이용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방부제로 쓰이면서 의약의 기반을 다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특정 질병에 특정 와인을 추천하는 의사도 생겼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은 많지 않다.
반면, 알코올의 해로운 효과도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알코올이 몸에 나쁘다는 알코올 반대 의견도 심심지 않게 제기되었으나, 지금은 알코올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특히 와인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완전히 멀리하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인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주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와인은 심장병, 발작 또는 기타 혈관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 준다고 한다. 동맥 경화와 혈액 응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 정말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와인에 들어 있는 알코올 때문이다. 알코올은 혈액 응고 방지제 역할을 하여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의 응고를 막는다. 또한 동맥에서 지방층을 없애주는 콜레스테롤 HDL(고밀도 지단백질)을 증가시키고, 지방층을 제일 먼저 쌓이게 하는 콜레스테롤 LDL(저밀도 지단백질)을 감소시킨다.
와인은 효능이 뛰어난노화 방지제 역할도 하여 동맥의 내벽에 달라붙은 LDL 지방층의 양을 줄인다. 이 효능은 원래 레드 와인에서만 가능한 것이라 알려졌지만, 잇따른 연구를 통해 화이트 와인에서도 이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또한 와인은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추고, 노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학 연구자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더라도 저녁에 마시는 와인 한두 잔이 피로 회복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와인 소량의 적정량>
와인을 건강 음료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적정량의 와인을 규칙적으로 마셔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게다가 알코올은 일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마셔서는 안 된다. 특히 임산부는 알코올 섭취와 관련해 먼저 의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물론 일반인도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갈증을 풀고 싶으면 물을 마시고, 향을 즐기고 싶으면 좋은 와인을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몸을 해칠 만큼 마시지 않으면 와인이 주는 기쁨과 행복으로도 충분히 거강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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