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로서 외도를 한 여인, 끝내 이혼하고 왕실을 뛰쳐나온 여인, 아이들을 버려둔 채 화려한 남성 편력, 그리곤 끝내 세기의 바람둥이와 함께 맞은 최후…… 우리네 낡은 생각으로는 돌팔매를 맞을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세기의 연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녀의 죽음은 온 세계를 애도의 물결로 뒤덮었다.
그녀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비난을 받아 마땅한데도 애써 그녀를 변호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녀의 솔직성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 왕실의 위선을 고발한 용감성을 높이 사기도 한다. 남편을 꾸짖는 사람도 있다. 인도주의적 행사에 적극적인 그녀의 행적을 존경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것들도 그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인기의 핵심은 뭐니 해도 그녀의 수줍음이다.
'수줍은 듯한 웃음, 엷은 홍조,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약간 옆으로, 사람을 볼 땐 언제나 눈을 치켜뜬다.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한 걸음 뒤, 따르듯 조용하다…….' 내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걸 읽는 독자라면 생전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서양적이라기보다 동양적이다.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수줍은 그대로다. 그녀의 매력, 그녀의 인기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찰스의 눈에 띈 것도 그래서고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래서다. 사실 그녀는 수줍음의 여왕이었다. 바야흐로 온 세계는 개방적이고 남성적이고 표현적이고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래야만 경쟁에 이기는 줄 아는 현대인에게 그녀는 수줍음에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수줍음에의 미학을 그려 보여 준 것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이라는 걸 일깨워 준 것이다. 다이애나 비의 인기를 생각하면 현대인의 아이러니를 실감하게 된다.
모나리자의 신비스런 웃음 속에 수줍음을 느껴 본 적이 있습니까?
다이애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모나리자의 웃음과 연관지어 본 적이 있습니까?
-- pp.44~45
"저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찬찬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예쁘던데요. 내 아내가 그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다시 한 번 힘껏 안아 줬습니다. 아,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눈물이 흘렀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아내가 더욱 귀여웠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도, 그리고 고양이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이젠 이웃과도 인사를 합니다. 그 다정한 사람들을 피해만 다녔으니……. 세상이 온통 환희로 넘쳐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겁니다. 자살까지 생각케 한 그 힘든 사람들이 모두들 착하고 정답게만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감격해하는 모습이라니!
우리는 지금 위대한 휴머니스트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심한 자기 시선 공포에 시달려 왔다. 자기가 보기만 하면 사람들이 눈을 깜박이는 등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아예 직업을 바꿔 양화점 판매원이 된 사람이다. 아래 구두만 보면 되니까. 이제 처음으로 손님과 마주 보고 즐거운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가 만약 시선 공포를 앓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이런 감격, 이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소위 건강한 보통 사람을 생각해 보면 나온다. 우리들의 눈에 비친 세상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가. 시기, 질투, 음모, 배신, 증오…핏대를 올리고 싸우고……. 추악한 인간 군상 속에 둘러싸여 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환자여. 이제 그 수렁에서 벗어난 순간, 그들이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장밋빛이다.
-- pp.280~281
"저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찬찬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예쁘던데요. 내 아내가 그렇게 예쁜 줄 몰랐습니다. 다시 한 번 힘껏 안아 줬습니다. 아, 이렇게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눈물이 흘렀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아내가 더욱 귀여웠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도, 그리고 고양이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이젠 이웃과도 인사를 합니다. 그 다정한 사람들을 피해만 다녔으니……. 세상이 온통 환희로 넘쳐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겁니다. 자살까지 생각케 한 그 힘든 사람들이 모두들 착하고 정답게만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감격해하는 모습이라니!
우리는 지금 위대한 휴머니스트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심한 자기 시선 공포에 시달려 왔다. 자기가 보기만 하면 사람들이 눈을 깜박이는 등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아예 직업을 바꿔 양화점 판매원이 된 사람이다. 아래 구두만 보면 되니까. 이제 처음으로 손님과 마주 보고 즐거운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가 만약 시선 공포를 앓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이런 감격, 이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소위 건강한 보통 사람을 생각해 보면 나온다. 우리들의 눈에 비친 세상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가. 시기, 질투, 음모, 배신, 증오…핏대를 올리고 싸우고……. 추악한 인간 군상 속에 둘러싸여 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환자여. 이제 그 수렁에서 벗어난 순간, 그들이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장밋빛이다.
-- pp.280~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