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485g \| 15322430mm
ISBN13	9788991221239
ISBN10	899122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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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베를린 출생.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쾰른 신문사에 입사, 1898년 첫 발령지 워싱턴을 시작으로 사모아, 모로코, 중국 등 당시 유럽 열강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분쟁지역을 주 무대로 왕성하게 취재활동을 했다. 워싱턴에서 사모아를 거쳐 1900년 가을, 중국에 파견된 겐테는 북청사변의 현장을 취재했고, 1901년 6월 조선으로 들어왔다. 그의 조선 여행기는 1901년 10월부터 1902년 11월까지 <쾰른 신문>에 연재되었다.
조선 여행을 마치고 위험한 분쟁지역인 모로코에 특파된 그는, 어느 날 실종된다. 1903년 <쾰른 신문>에는 ‘지그프리트 겐테 박사, 3월 8일 평소 다니던 산책길에서 돌아오지 않다’라는 기사가 실렸고, 1년 후인 1904년 3월 8일, 그는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페스 강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후 마르부르크 대학 시절의 절친한 친구이자 <쾰른 신문> 동료 기자였던 게오르크 베게너에 의해 겐테의 여행기와 저서가 출간되었다. 겐테의 여행기와 명성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일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자 : 권영경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그림Grimm동화의 숲과 마녀 모티브>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여 년간 독일에서 수학했다. 옮긴 책으로는 《외로운 노인》, 《보헤미아의 숲| 숲 속의 오솔길》, 《위대한 사상가들》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물레방 수호신으로서 프라우 홀레의 기원>,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작품에 나타난 자연경관>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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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관과 생활방식에서 조선의 현자와 은둔자, 달러만 쫓는 시카고 사람들, 이 양자보다 뚜렷한 대조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 후자는 잠시 선잠을 자고 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경질적으로 성급히 신문을 들고, …전차를 타기 위해 뛰어나간다. …사무실에서는 …경쟁을 하듯 가능한 적은 시간에 많은 일을 집중적으로 처리한다. …점심은 몇 분 내에 게걸스럽게 집어 삼키고… 그렇게 목적 달성을 위해 단 1분이라도 낭비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다. …반면 지상의 반대쪽, 조선의 승려나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삶을 단순화하고 세상의 온갖 자극과 변화를 피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즉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의 역동적 변화, 노동과 휴식 등 세속과 세속의 즐거움에서 자발적으로 해방되는 것이다. …그것이 완전하고 만족스런 삶이다.
-2장 한반도를 횡단하다

--- pp.151-152

묘하게도 외국 건물의 규모만 보아도 국가의 영향력과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국적인 건물 중에서 일본, 러시아, 프랑스의 공사관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일본이나 러시아, 프랑스, 미국 사람들은 실제로 조선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은 훌륭한 영사관뿐 아니라 아름답고 커다란 언덕 위에다 따로, 하얀 바탕에 붉은 태양이 그려진 일장기가 휘날리는 멋진 영사관을 소유하고 있다. 일장기는 이곳이 모국처럼 편안한 모양이다. …조선 정부는 교묘히 밀고 들어오는 일본의 뻔뻔스러움을 통해 자신들의 무력함과 종속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3장 수도 서울

--- pp.199-200

이곳 정상의 추위는 혹독했다. 벌목꾼들은 모닥불을 크게 피우고 온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눈에 띄게 떨어지는 실내 온기를 대신해 동굴 사람들에게 …비축해둔 코냑과 담배를 나누어주었다. …하여튼 코냑으로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두었다. 조선인들은 강하게 발효된 술을 즐겨 마신다. …코냑은 조선인들에게 악마의 화신이 마시는 영약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곧 동굴 안에 평화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모든 불신은 사라지고 이 순간 나는 한라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된 것이 분명했다.
-4장 모험과 방랑의 섬, 제주도

--- pp.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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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선한 나라’인가? 당시 외국인들은 조선이란 나라 이름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풀이하곤 했다. 하지만 겐테는 조선의 원래 뜻은 ‘신선한 아침의 나라’라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 한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풍기는 이미지와 ‘신선한 아침의 나라’의 이미지는 천양지차다. 소극적이고 정체된 느낌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보다는 활기차고 매력 넘치는 조선이라는 뜻에서 ‘신선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이 조선이라는 국호를 제정한 원뜻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겐테가 바라본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은 기존 외국인들의 시각과 차이가 있다. 겐테는 좀 더 객관적이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조선을 바라보려는 기자 정신으로, 그동안 잘못 알려진 조선의 실상을 제대로 밝혀냈다. 도쿄와 베이징과 서울을 비교하고, 서울의 역사를 밝히며 다채로운 서울의 모습을 그렸고, 서구인들의 편견과 달리 조선인들의 깔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견으로 가득 찬 여행기를 쓰는 다른 외국인들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받아들일 서구 독자들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외국인에게 조선 사람들이 신기한 것처럼, 조선인의 눈에 외국인들이 신기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겐테의 열린 자세야말로 그의 여행기가 다른 외국인들의 여행기와 분명한 차이를 갖게 하는 지점이다. 당시의 한반도 주변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 이 책에서 겐테는 당시 동아시아와 조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만주의 경제를 장악한 일본,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 중국 대륙을 놓고 벌이는 유럽 열강들의 세력 다툼 등, 1901년 조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한다. 또, 쇄국정책이 무너지자 불어 닥친 조선의 개방 바람, 식민지 개척을 위한 일본인들의 갖은 수단과 프랑스, 미국, 일본이 조선에 끼치는 절대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벌어질 미국과 일본의 충돌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서구 강대국들의 이권쟁탈전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조선의 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분석하는 것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최초로 한라산 높이를 재다! 겐테가 서울 구경을 마치고 제주도로 향한 시기는 ‘이재수의 난’이 일어난 직후로, 제주도의 천주교인들이 집단으로 살해당하고 민심이 아주 흉흉한 상황이었다. 제주도 주민들에 대한 악평과 소문, 미신 등을 이유로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그는 제주도 여행을 감행한다. 제주도에서 벌목꾼들을 만나 그들의 동굴 숙소에서 그들과 교감을 하며, 하룻밤 만에 제주도에서 제일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또, 겐테는 지리학자답게 기압계를 이용해 한라산의 해발고도를 1,950미터로 측정하고 백록담의 분화구 지질까지 조사한다. 이는 작년, 한라산의 해발고도가 수정되기 전까지 그의 측정이 사실상 공식자료였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의가 크다. 한라산 정상에 오른 벅찬 감격의 순간에도 정확한 탐사를 위해 노력한 그의 공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조선의 아름다움을 수려하게 표현하다 《겐테가 본 신선한 조선, 1901》은 중국에서 서해안을 거쳐 제물포로 들어오는 여정, 강원도 내륙의 당고개 금광과 금강산을 횡단해 동해안에 이르는 여정, 서울에 체류하면서 서민들의 삶과 궁중을 관찰하는 여정, 마지막으로 한라산 등반을 하고 돛단배로 목포항에 이르기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겐테는 여정에서 만난 동화처럼 아름다운 자연, 순수한 조선인들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다. 금강산의 승려들, 황제의 자애로운 미소, 춤추는 기생들, 몸집은 작지만 기운이 넘치는 조선의 토종 말, 근대식 복장을 차려 입었지만 기질은 아직 순박한 조선군인, 한라산에 정상에 서서 본 숨 막힐 정도로 멋진 광경들……. 그의 표현들은 너무나 생생해 마치 직접 겐테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이 책은 여행기의 본질인 ‘읽는 재미’와 ‘가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적재적소에 구사되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한 풍자는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겐테의 발자취를 따라간 옮긴이의 여행 옮긴이 권영경은 겐테의 여정을 따라, 인천에서 제주도, 제주도에서 목포까지 배를 타고 떠난다. 옮긴이의 답사를 통해 얻은 생생한 정보와 사진들은 100여 년 전 겐테의 발자취를 더욱 더 실감나게 만든다.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이러한 옮긴이의 여행기는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 책만의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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