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입니다!”라는 그 한 마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아주 특별한 사랑이 퐁퐁 솟아오른다. 그리고 세상 어떤 관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한 사이’가 시작된다. 아들이 한시도 ‘엄마’와 떨어져 있으려고 하지 않는 시절이나, 어느덧 머리가 커져 ‘어머니’와 함께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을 때나, 어머니의 사랑은 하염없이 계속되면서 점점 커질 뿐이다. 아들의 모습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딸과 아들, 또 그들의 딸과 아들의 모습까지 본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중에서
세상에 빛이 존재한 순간부터 시작되어 혹시 있을지 모를 이 세상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어머니와 아들의 이 ‘끈끈한 관계’들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이 많으면 걱정도 많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말이 와락 현실로 와 닿고 만다. 그리고 나아가 끈끈한 정으로 엮인 두 사람은 굳이 꼭 어머니와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신랑 어머님은 지금 즉시 앞으로 나와주세요." 잠시 망설였지만, 디제이가 나를 똑바로 가리키는 것을 보는 순간 허둥지둥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조명이 희미하게 가라앉았고, 며늘아기가 마이크 뒤에 서서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엄마, 투스텝(4분의 2박자의 사교댄스. 폭스트롯이 변형된 것-옮긴이) 어때요?"
내가 얼마나 서툰 춤꾼인지 잘 아는 마이크가 내 손을 잡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음악이 시작되었고 마이크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무대를 돌며 나를 이끌어나갔다. 마이크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기 때문에 아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야 했다. 마이크의 너무나 진지한 눈빛을 보는 순간 나는 킬킬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그리고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말았다.
"마크 체스넛이 부른 ‘그녀는’이라는 노래예요." 그러더니 내게 그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노래도 가수도 몰랐지만 마이크는 가사와 멜로디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귀로는 노래를 들으면서 동시에 춤을 춘다는 게 내게는 정말 힘든 도전이었다. 나는 자꾸만 스텝이 엉키고 박자를 놓쳤다. 마이크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고 그러면서도 노래를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10달러 빚을 진 채 새 인생을 시작했지요… 두 번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연주와 가사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상황을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는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며 나를 에스코트했다. "우리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았죠… 그 소중한 순간들은 어느 틈에 세월 속에 묻혀버렸어요."
피로연장이 잠잠해졌고 나는 눈물로 시야가 흐릿했다. 우리 모자의 사연을 이미 알고 있는 손님들은 우리 아들 마이크가 그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이 노래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이크는 내 손을 부서질 듯 움켜쥐며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 아이가 가사 한 줄 한 줄을 진심을 다해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 같은 여인은 결코 포기하는 법을 모르지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마이크는 결코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혹시나 잃게 되지는 않을까 내가 전전긍긍했던 그 건강한 관계가 바로 그 순간 사람들 앞에 낱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마이크는 어느새 마지막 노랫말을 부르고 있었다. "이 세상에 사랑을 그린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이지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이크가 부드럽게 나를 이끌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내 뺨에 입을 맞췄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마이크와 나는 눈을 마주쳤고, 서로를 향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존경의 마음이 말없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 메리조 페이스 모건
--- '엄마 저랑 춤추실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