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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 양장 ]
한승헌 | 창비 | 2016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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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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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812g | 153*224*33mm
ISBN13 9788936482770
ISBN10 893648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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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역사 속의 재판, 재판 속의 역사

01 여운형 암살 사건
: 27년 만에 나타난 진범의 미스터리
02 반민특위 사건
: 친일 경찰에 무너진 민족정기의 심판
03 국회프락치 사건
: 일제 판검사가 독립투사를 재판한 반공드라마
04 진보당 사건과 조봉암
: 한 진보주의자의 소망을 앗아간 ‘간첩 사형’
05 경향신문 폐간 사건
: 죽은 미군정법령으로 산 헌법을 짓밟은 언론탄압
06 소설 「분지」 필화 사건
: 반미 용공으로 몰린 문학(인)의 수난
07 동백림 사건
: 해방 후 최대라는 간첩사건의 민낯
08 월간 『다리』지 필화 사건
: 야당 지도자 측근 수감 후의 무죄 퍼레이드
09 대통령긴급조치 1호 사건
: 유신헌법 철폐 주장에 징역 15년의 정찰제 판결
10 대통령긴급조치 4호 사건
: 유인물상의 ‘민청학련’에 사형판결의 광기
11 인혁당 사건
: 대법 판결 18시간 만의 사형 집행, 32년 만의 무죄
12 3·1민주구국선언 사건
: 유신 반대 성명서 한 장을 ‘정부 전복 음모’라고?
13 김재규의 10·26 사건
: 총성으로 시작해 총성으로 끝난 독재자의 최후
14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 사형에서 무죄까지, ‘DJ 죽이기’ 재판놀음
15 문익환 목사 방북 사건
: 남북분단의 벽을 넘나든 성직자의 통일 열망
16 전두환 노태우 내란 등 사건
: 사형수가 된 대통령과 대통령이 된 사형수
17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 ‘비주류’ 대통령에 대한 기상천외의 ‘흔들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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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로 얼룩진 그때 그 법정
: “재판의 현장에서 나는 분노하고 개탄했다”


“한국의 정찰제는 백화점이 아닌 삼각지 군법회의에서 확립되었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서슬 퍼런 군사법정에서 한승헌 변호사는 준엄한 경고를 토해냈다(본문 251면 참조). 검사가 15년형을 구형하면 다음날 군법회의에서 15년형 그대로 선고하는 식의 재판을 비꼰 표현이었다. 학생의 무단결석이나 시험 거부도 사형 또는 징역 5년형에 처해지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한 변호사가 “무자비한 폭력을 앞세운 권력 앞에 선 외로운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는 우군으로 함께하자, 그리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재판을 후세에 알려야겠다는 신념으로 변호를 했다”라고 했지만, 신념만으로 버티기에는 상대의 폭력이 압도적인 때였다.

당연히 한승헌은 군사정권하에서 탄압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옥고를 치르고, 변호사 자격마저 박탈당해 실업자로 내려앉는 등 그가 견뎌내야 할 짐의 무게 역시 가혹했다. 1975년에는 필화 사건이었던 김지하 재판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곧장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9개월의 형을 살았다. 죄목은 사형 제도를 재검토하자는 취지의 글 「어떤 조사(弔辭)」가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지만, 권력자의 의도는 명백했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또 1년간의 옥고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허위자백과 진실 왜곡을 주문받았음은 물론이다(본문 14장 참조). 정의가 외면받고 불의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법조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험난했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가 시대를 겪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부딪쳐가며 깨달은 것은 법조인은 변호활동의 외연을 넓혀서 증언자, 기록자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간 여러 인터뷰와 신문 칼럼을 통해 개별 사건들을 증언했던 한승헌은 이번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에서 대한민국 정치재판의 역사를 한 흐름으로 정리했다. 단순히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대사를 왜곡시킨 정치재판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펜을 바로잡았다. 그간의 저서들이 본인이 참여한 재판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저작은 해방 이후의 중요 정치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법률적 전문성에 바탕을 둔 역사 서술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자 했다(「프롤로그」 참조). 저자는 오래전에 끝났음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판’으로 남은 이 사건들을 접한 독자들이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하고 올바른 역사 발전에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정도(正道)의 첫걸음으로 삼기를 주문한다.

법정의 산증인, 역사의 증언대에 서다
: 재판 기록으로 재구성한 한국현대사


재판의 현장에서 치밀한 논리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피고인의 죄목을 반박하며, 검사 측 증인을 몰아붙이는 변호사로서의 감각은 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그에게 조봉암, 김재규 등의 현대사 인물들은 단순히 역사 속 인물만이 아니라, 정치재판의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피고인이기도 하다. 조봉암의 경우 북의 간첩 박정호와 접촉하고 간첩 양명산에게 돈을 받아 대한민국을 변혁할 목적으로 진보당을 결성했다는 기소 요지부터, 1심 선고공판에서 간첩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법정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해 서술했다(본문 4장 참조). 김재규의 경우에도 그의 행적을 논하기에 앞서 범행 동기에 얽힌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을 소개하고, 김재규의 비공개진술 및 최후진술을 소개하는 식이다(본문 13장 참조). 여운형 암살 사건이나 국회 프락치 사건에서도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진범을 밝힐 증거에 대한 공방, 간첩죄의 성립요건 등을 다루기도 한다. 이렇듯 한 변호사는 공판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 및 증인들의 법정 진술을 비롯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요한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 책에 세세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이를 재판 중심의 역사 서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정황과 진실을 입증할 만한 각종 문헌자료, 저자 개인의 체험과 견문을 동원해 정치재판의 진실과 거짓을 검증해나갔다.

한승헌 변호사가 재구성한 현대사 정치재판 외에 본인이 직접 참여한 사건에서는 법정 풍경이 훨씬 생생하게 전해진다. 특정 사건에서 법정 단상의 제지 발언이 빈번해지고, 경고·휴정·항의소동·퇴정명령 등으로 혼란에 빠지고, 검찰관이 누군가에게 쪽지를 받아보고는 밖으로 들락거리는 모습, 격렬한 논박이 오고가는 법정의 분위기를 실제 옆에서 일어나는 상황처럼 보여준다. 때로는 역사적 평가와 함께 개인적 감회를 부기해 단순한 역사서나 기록의 의미를 넘어선 읽을거리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민청학련과 인혁당의 연관성을 조작하기 위해 민청학련 사건의 피고인으로 내세운 여정남을 한승헌 변호사는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꽃다운 나이에 소위 ‘인혁당 재건위’ 인물 8인에 포함돼 사형을 당했다는 것 외에도, 그가 변호한 사람 중 유일하게 사형 선고를 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욱 후회가 되는 것은 변호인인 자신 역시 같은 시기에 반공법 위반으로 묶여 들어가 그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형 집행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본문 10장, 11장 참조). 가슴 아픈 한국현대사를 객관적 자료와 재판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도 개인적 경험을 적절히 반영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방 후 역사적 재판을 다룬 1~5장 이후의 모든 사건은 어떻게든 한승헌 변호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건들이다. 정치권력과 문학이 정면충돌한 해방 후 첫 필화 사건인 소설 「분지」 사건(본문 6장 참조), 한국 외교사의 가장 잘못된 일로 꼽히는 동백림 사건(본문 7장 참조),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인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본문 17장 참조)의 변호인으로서 그는 재판의 현장, 그곳에서도 가장 깊숙이 자리해 엄정한 논리를 펼친 변호사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긴급조치 관련 사건과 필화 사건의 변호를 맡았으며,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여러 단체의 활동에 중요한 증인이자 조사관으로 참여하고, 김대중 납치 사건의 진상규명 때에는 시민단체의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한국현대사 재판의 산증인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그에게 있어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다. 집권자의 의도에 영합하는 그때 그 재판의 현장에서 한승헌 변호사는 정치재판의 실상과 허상을 간파하고, 시국사건의 진실을 법정 밖 세상에 알리고, 또 미래 세대에도 전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그의 오랜 결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잘못된 재판은 그릇된 역사의 싹이 된다
: “역사는 때로는 재판관도 압제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한국현대사는 언제 어디서든 논쟁이 벌어지는 영역이었다.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정치 쟁점화되는 탓에 관련자를 비롯한 당대인들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법정을 소재로 한 한국현대사를 표방한 이 책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 공방 끝에 준엄한 판결을 내리는 장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쉽지만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한국현대사의 재판은 ‘정치재판’이라 불릴 만큼 권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원은 권력에 이용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무서운 사법적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한승헌 변호사는 “법관은 ‘압제자의 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압제자’였다는 질타는 얼마나 무서운가?”라는 말로 꼬집는다.

재판 중심으로 한국현대사를 보는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현대사는 흔히 민주주의의 발전과 좌절의 관점에서 설명되곤 한다. 역사의 공과를 아울러 살펴보면, 힘겨운 시기도 있었지만 어떻든 한국현대사는 민주주의 발전의 과정을 밟아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독재권력의 기세에 눌렸던 사법부의 일면, 역사가 비록 정의라고 판단을 내렸지만 당대에 목숨을 빼앗겼던 죽음 등이 그것이다. 기존의 역사서를 통해 한국현대사의 큰 흐름을 짚어냈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안에 담겨진 세세한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판결이 만들어낸 엉클어진 한국현대사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역사라는 사실, 그렇기에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법부를 향해서도 감시의 눈길을 거둬서는 안 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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