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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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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778g | 153*224*35mm
ISBN13 9788954639958
ISBN10 8954639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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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실에 처음 들어갈 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강렬한 특수 조명 아래 길게 누워 있는 벌거벗은 시신을 입구에서부터 아무런 여과 없이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절개되고 파헤쳐진 인간의 육체는 피의 계곡이나, 지진이 훑고 지나간 유기체의 잔해와 같은 느낌을 준다. --- p.92

그는 창가로 다가갔다. 센 강가에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TF1 방송국의 탑이, 아직까지 불이 켜져 있는 몇몇 사무실과 함께 이미지와 수익성에 굶주린 거대한 짐승처럼 보였다. 누가 이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빅은 이런 광경을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철판과 콘크리트, 매연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자문해보았다. --- p.104~105

“그거 아시나요. 이 사람들을 죽게 만든 건 비단 질병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 그래요? 그럼 또 뭐가 있죠?”
“다른 이들의 시선입니다.” --- p.137

“점잖은 가장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당신 방식과는 거리가 멀겠지, 안 그렇소? 하지만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거란 말이지. 우리 중에는 괴물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세상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거나 타버린 사람들을 배척하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 p.203

“학교를 졸업한 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각은 점점 더 이성적으로 변하지. 곡선은 직선이 되고, 무지개는 태양광선의 회절回折 현상으로, 별은 원소의 합성에 의해 에너지를 발산하는 천체로 인식되는 것처럼. 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 p.207

“뫼비우스의 띠?”
자키는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무한대의 상징을 만들어 보였다. 꼬여 있는 8자 형태의 띠를.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흥미로운 위상수학적 도형이지. 한번 발을 내디디면 결코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길과 같은 거야. 다시 말해 자네는 무엇을 하든 반복해서 똑같은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지. 끝없이 다시 시작하면서 말이야.” --- p.213

“난 우리의 자유의지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네. 자신의 운명을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말이야. 난 결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 위에서 살아가지 않을 거야. 난 꼭두각시가 아니니까.” --- p.217

과학수사대의 실험실은 구체적이고 조용한 동작들과 움직임들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각자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알고있었다. 범죄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들이 이곳 지하 실험실에 도착하면 적절한 부서로 나뉘어 전달된다. 탄도학, 마약, 화재 및 폭발물, 독극물학, 물리화학, 생물학…… 그러면 그들은 그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분석해낸다. 살인자의 범행 동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현장에 남긴 그의 일부, 즉 범인이 은밀하게 남긴 물질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다. --- p.245

빅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듯한 열기를 뿜어내는 그곳을 유심히 관찰했다. 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기술적, 인간적 노력이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장비와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동원된다는 것을 살인범은 생각지 못할 터였다. (246쪽)
“문학이나 영화에서도 미묘하고 무의식적인 방식을 통해 그 두 사람을 연관지었던 게 사실입니다. (...) 프로테우스 증후군 같은 희귀 질병에 걸린 불행한 사람과 인류가 배출한 흉악한 살인범을 무조건 관련짓는 건 깊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메릭이 스물일곱 살에 단지 질병 때문이 아니라 절망감으로 인해 죽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 p.276

“요즘 사람들은 주름 하나라도 없애려고 안달하면서 보톡스로 입술을 부풀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건강한 몸을 가졌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고 이곳에서 나가게 되죠.” --- p.277

“당신이 찾는 남자는 괴물이 아니란 것만 알아두시오. 교통사고로 모습이 일그러진 이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다른 이들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로 괴물이오. 이 사회가 곧 괴물이란 말이오. 따라서 사회 전체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요.” --- p.449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고통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몸의 기관을 지켜내기 위해, 외부로부터 공
격을 받았을 때 우리에게 경고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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