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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내 것이었던 소녀

조 올로클린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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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594쪽 | 722g | 140*210*35mm
ISBN13 9791158790226
ISBN10 11587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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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느릿느릿 가방을 집어들고 차 문을 연다.
“우리는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지.”
“그러시든가요.”
나는 그 말이 싫다. 그러시든가요. 찰리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나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늙고 너무 멍청해서. 옷도 후지게 입고, 요즘 음악도 모르고, 멋있는 친구도 없고, 찰리가 쓰는 말도 잘 못 알아들으니까. 두려워하는 것도, 꿈꾸는 것도 다르니까.
찰리에게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나는 그 중간 어딘가에 붙들려 있다. 하지만 둘 다가 될 수 없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 그 애는 마치 독립하려는, 독자적인 정부와 법과 예산을 원하는 분리된 민족국가 같다. 언제든 내가 갈등을 피하려 하면, 적개심 대신 외교 전략을 택하면, 찰리는 국경에 전열을 배치하고 스파이 짓을 하거나 자기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나를 규탄한다.
--- p.102

“나는 10대 여자애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맞서 싸우려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무기를 집어들 수도 있겠죠. 칼로 찌르고 도망칠 수도 있다 쳐요. 공포에 질려서. 트라우마 상태로. 맞죠?”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왜 그 애가 욕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수건을 말끔히 접어놓을까? 그런 다음에는 무기를 들고 가서 다리에서 내던져 없애려고 할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로니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런 일을 한 10대 여자애는 머리가 아주 맑을 것 같아요. 심지어 명석하다고, 어쩌면 계산적이라고까지 해도 될 것 같아요.”
“칼을 찾아냈군요.”
“찾아냈죠.”
“전에도 다리를 수색했잖아요.”
“처음엔 놓쳤어요. 시에나 헤거티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겁니다.”
그녀의 어조에 승리감의 흔적은 없다. 자신의 본능이 옳았다는 서글픔만 깔려 있을 뿐.
“도대체 무슨 동기로?” 내 목소리가 남의 목소리처럼 낯설게 들린다.
“아버지가 죽기를 원했겠죠.”
“참 간단하군요.”
“간단하든 복잡하든 난 상관 안 해요, 교수. 당신은 인간 행동을 이해하려고, 설명하려고 하죠. 나는 아니에요. 난 우리가 고릴라보다는 작고 침팬지보다는 크지만, 그 둘보다 더 나쁘고, 아무리 이성이니 규칙이니 법이니 하는 게 있어도 저 밑바탕의 욕구는 여전히 정글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 p.159

“그런 생각해본 적 있소, 조? 아이를 잃는 슬픔이 아버지가 되는 행복과 맞먹을지?”
쿱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제길, 그건 비교가 안 돼. 그 첫 걸음마, 첫 웃음, 첫 말.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나무를 처음 올랐을 때, 처음으로 학교에 가거나 처음으로 춤을 추거나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거나 처음으로 입맞춤을 하는 그런 모든 첫 순간들, 그게 바로 아버지가 된다는 거요. 그 순간들을 전부 한데 합쳐요. 모든 생일, 크리스마스, 모든 꿈……. 그러면 빌어먹을, 그게 어떻게 비교가 돼?
아이가 있으면 삶에 의미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암이 낫는다거나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있으니까. 내가 가도 뒤에 뭔가가 남는 거니까.”
쿱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이를 악문다.
“제일 나쁜 게 뭔지 알고 싶어요?” 쿱이 나오지 않는 말을 힘겹게 꺼낸다. “그 아이한테, 카롤린다한테 화가 난다는 거요. 야단을 치고, 외출금지를 시키고, 방에 가두고 싶소. 밖에 못 나간다고 말해주고 싶소. 어른이 되는 걸, 집을 떠나는 걸, 결혼하는 걸 막고 싶단 말이오.
나는 그 애가 우리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가버려서 화가 나요. 우리의 하루는 그 애로 시작되고 그 애로 끝났소. 그 애의 학교를, 방학을, 미래를 계획하는 게 우리 인생이었는데. 미래는 무슨 미래? 그 모든 사랑과 수고의 결과로, 우리한테 남은 건 이거 다야! 제기랄.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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