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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기억

초파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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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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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57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8770572
ISBN10 895877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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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조경희
경성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마담 퀴리』,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시리즈 회화, 조각편』, 『문법이론과 문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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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자식이 부모의 발가락을 닮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마지막 장면에서 동이의 왼손에 채찍이 들려 있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문학평론가들까지 나서서 왼손잡이가 유전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글들을 써댄다. 행동이 유전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퍽 있다는 말이다.

『초파리의 기억』은 행동도 당연히 유전자에 적혀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마땅하다고 믿고 그 증거를 찾아낸 한 위대한 생물학자 시모어 벤저와 그의 연구과정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원래 물리학을 전공하여 환원주의적 사고에 익숙했던 벤저는 때마침 밝혀진 DNA의 이중나선 구조 속에 우리의 눈과 입의 형태는 물론 행동과 생각도 암호화되어 있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그 당시 이미 유전학 연구의 총아로 떠오른 초파리를 대상으로 하여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다. 시간 감각을 조절하는 이른바 시계 유전자를 찾는 일로 시작한 벤저와 코노프카, 홀 등 그의 제자들의 연구는 훗날 신경생물학, 뇌과학, 그리고 심리학에 새로운 기초를 제공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런 연구가 진행되던 실험실에 함께 있었던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현대 분자유전학 발달의 전 과정을 훑게 된다.
……
이 책을 읽노라면 과학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고 있는 착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름 아닌 조너던 와이너의 책이다. 와이너는 일찍이 『핀치의 부리』(이끌리오)라는 책으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대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저술가이다. 그는 이 책으로 또 다시 미국서평가협회상을 거머쥐었다. 이공계 위기설이 파다한 요즘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도 과학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또한 이 책에는 벤저의 군단에서 활약한 민경태, 김창수 박사 등 우리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어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
『초파리의 기억』의 과학적 내용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을 읽으며 저절로 역사를 이해하듯이 『초파리의 기억』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진화학, 동물행동학, 분자생물학 등에 상당한 지식을 갖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장 훌륭한 공부는 공부하고 있는 줄 모르면서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분을 21세기에 적합한 과학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최재천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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