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프리카에 대한 책이지? 왜 지금이야? 그것도 왜 당신들 둘이?” 2012년 책의 구상을 홍보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에겐 이런 질문들이 날아들었다. 우리의 대답은 솔직하고 간단했다. 왜 아프리카에 대한 책일까? 그것도 왜 하필 지금? 그것은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에서,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이례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륙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아프리카의 내러티브를 수십 년 동안 들어온 우리는 사람들이 이제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러 기회와 상황, 목적 속에 우리 두 사람은 각기 아프리카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며 지금의 아프리카를 형성해가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저자서문」중에서
발표자들은 맥킨지의 첫 보고서에 대해 언급하면서 ‘차세대 아시아’로서의 아프리카, ‘제2의 구글’을 만들고 있는 젊은 아프리카 기술자들의 이동을 이야기했다. 뉴욕의 주요 기업들이 아프리카 대통령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 아프리카 29개 증권거래소 대표들이 이야기하는 진보적인 전망에 귀를 기울였다. 그 대부분은 대륙의 소비 계층이 가진 힘이 확대된 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성장 스토리 덕분에 아프리카는 전쟁, 가난, 유명인의 자선활동 등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다. GE의 CEO 제프 이멜트 같은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아프리카에 접근했다.
---「1장 아프리카의 성장」중에서
아프리카의 대도시에서 시간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경제학자들이 확인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리 놀랍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부자, 나이로비, 다카르와 같은 도시를 걷다 보면 도처에 상업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크라, 가나, 라고스, 나이지리아의 거리에서는 여자나 남자 할 것 없이 바나나, 빵 등 물건이 든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행상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식 버전의 레모네이드 가판대인 것이다. 그들은 이동식 쇼룸, 판매원, 금전등록기의 역할을 모두 해내면서 피진어로 이렇게 외친다. “col wata de(시원한 물 팔아요).” “fine kola de(질 좋은 콜라 너트 팔아요).” 이 젊은 행상들의 대부분은 인근 시장이나 노변 매점에서 두 개 이상의 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부모, 이모, 할머니의 지시를 받으며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부산한 상업 활동은 지난 10년에 걸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 전역에는 엄청난 양의 경제 활동이 항상 존재해왔다. 공식적인 기관의 통제를 받거나 IMF 통계에 포착되지 않았을 뿐이다.
---「1장 아프리카의 성장」중에서
아프리카의 송금 패턴은 이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들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외국에 있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성공을 거둠으로써 벌어들여 비공식적으로 고국에 보내는 돈이 그 이민자들이 일하고 있는 선진 경제국의 해외 원조 총액을 넘어선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해외 원조는 아프리카에는 경제적 성공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수십 년에 걸친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오랜 편견 때문에 송금액이 원조액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프리카로의 송금은 형제나 사촌의 학비를 해결해주고 소비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줌으로써 SSA 시장을 강화한다. 또한 송금은 가두 판매점에서 신규 기술 업체,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 영화에 이르는 벤처 투자 자금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미국의 신생 벤처들과 유사하게 종자돈 확보의 첫 대상은 친구나 가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장 자본이 왕이다」중에서
드론 배송은 아직 시험 사용 단계에 있지만, 급증하고 있는 슈퍼마켓, 전문 소매점, 전자상거래가 주는 영향은 아프리카 소비자의 모습을 이미 극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친구들이 문자 메시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워싱턴에서 아디스로 오실 분? 내 여동생에게 줄 아이패드 좀 사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돌아오시면 대금을 드릴게요”라고 청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쇼핑을 마친 가족들이 산더미 같은 짐을 들고 들어오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초보 단계의 소포와 결합된 서비스 회사들이나 보따리 장사들은 사라질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이 전기통신 인프라 건설을 건너뛰었듯이 소유의 경제를 건너뛰고 바로 우버,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와 같은 공유 경제로 이동할지도 모르겠다.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복합적인 고객 경험을 접하게 될 것이다. 상품이 어디에 있든 자신이 원할 때 구매할 수 있는 그런 고객으로서의 경험 말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집에서, 일터에서, 혹은 그 사이 어디에서 쇼핑을 하든 아프리카인들은 미래의 소비자 경험을 재규정하게 될 것이다.
---「3장 아프리카 소비자 세력의 등장」중에서
공항, 레스토랑, 카페에서 휴대전화나 아이패드를 충전하기 위해 전기 콘센트를 찾아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전기는 지식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21세기의 핵심 기반 시설은 전통적인 도로, 철도 등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IT 인프라 기반 시설로 바뀌고 있다. 2010년 세계 광대역 무선 통신 가입자 수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은 3퍼센트에 못 미쳤다. 3년 후 모바일 혁명의 지속적인 추진과 값싼 광대역 서비스에 힘입어 아프리카의 비중은 두 배로 늘어났으며 그 숫자는 지금도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인기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약 20퍼센트를 스마트폰이 차지하게 되었다. 삼성은 애플과의 싸움에서 아프리카 시장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그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2013년 삼성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50퍼센트를 확보했다. 도시의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19퍼센트씩 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4장 세계화의 격차」중에서
나는 카이로에 도착해서 잠들지 않는 거대한 도시를 발견했다. 시간이 몇 시든 활기가 넘쳤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그렇듯이 필요 이상의 혼잡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집트 GDP의 50퍼센트는 비정규 부문에서 나온다. 거리에서 온갖 물건을 다 구할 수 있었다. 거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상인들이 북적였다. 과일과 야채 행상, 티슈를 파는 남자, 아침 식사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장식된 택시들이 있었다. 갈지자로 움직이는 택시 사이로 당나귀 수레들이 천천히 움직이고 겁 없는 행인이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은 마치 개구리가 길을 건너는 프로거 게임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숫자였다. 나는 유럽에서 이집트로 이주했다. 유모차를 보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고 많은 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곳에서 말이다. 카이로는 젊은 사람들로 터질 듯했다. 카이로의 인구는 최소 1천 5백만으로, 밤낮으로 인구가 2백만씩 달라진다.
---「5장 아프리카의 딜브레이커」중에서
미국의 IT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최첨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1~2년 안에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하자, 샘은 내게 “최첨단? 아프리카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요”라고 속삭였다. 샘의 말이 맞았다. 2007년 케냐 회사, 사파리컴은 엠페사 모바일머니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흔한 아주 간단한 휴대전화로도 은행 계좌를 열어 보고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미국보다 몇 년이나 빨리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혁신을 가능하게 한 동인은 무엇일까? 바로 ‘필요’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그 말에 약간의 우연만 가미하면 아프리카 기술 혁명의 1단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소매 은행업 기반 시설이 제한적인 케냐의 사람들은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케냐인의 85퍼센트는 배달원을 통해서 직접 돈을 전달하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돈 가방을 들고 기다렸다가 버스 기사에게 의자 밑에 돈 가방을 숨겨가서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케냐인들의 대부분은 은행 계좌가 없고 은행 지점을 이용할 여건도 되지 않지만 기본적인 휴대전화는 가지고 있었다.
---「6장 실리콘 사바나의 부상」중에서
지역의 전문대학에서 아이비리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교육 기관에서는 아프리카의 디아스포라들이 우등생 자리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미국에 이민을 온 아프리카인들은 평균적으로 중국, 인도, 유럽 출신의 이민자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다. 이렇게 학문적으로 뛰어난 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디아스포라 기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아프리카에서 회사를 설립하거나 민간이나 공공 부문의 고위직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디아스포라에서 돌아온 젊은 기업가들은 아프리카 기술계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 곳곳에 있는 아프리카 이민자 공동체는 미국과 선두산업 국가들 사이의 기술 교환과 유대 강화를 통해 아프리카의 변혁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같은 지역의 아프리카 이민자들은 가족들의 학비를 대거나 새로운 벤처를 위한 자금 용도로 기록적인 액수의 돈을 고국으로 송금하면서 최대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연합은 동, 서, 남, 북, 중앙아프리카에 이어 디아스포라를 여섯 번째 대륙이라고 칭하곤 한다.
---「8장 디아스포라」중에서
이 문제의 원인을 더듬어 올라가면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했겠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그들 단체가 가진 사고방식의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아프리카를 돕고’ 싶다는 기본 전제에 이어 ‘아프리카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잘못된 시혜적 태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심리를 재평가하고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원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하다. 프로젝트나 새로운 벤처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는 실질적인 수요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아프리카인들은 다른 어떤 집단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무엇이 진짜 효과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전을 이루어줄 파트너를 찾는다. 개발에 대한 온정주의적 접근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더 낫다는 외부인들의 생각은 오만이다. 이러한 오해는 가치 있는 잠재력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위험한 일이다.
---「10장 참여의 방법」중에서
나이지리아 안팎으로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기반 시설이 이보다 많았던 때는 없었다. 레코딩 스튜디오, 매니저, 제작자, 전문적인 뮤직 비디오, 디지털 배급 플랫폼들이 아크라, 라고스, 나이로비의 허브로부터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로킹iROKING과 같은 온라인 국내 음악 차트와 다운로드 서비스 플랫폼이 드러나고 있다. ‘빌보드’는 2013년 아프리카 진출을 발표했다. 나이지리아의 히트곡들은 현재 아마존과 아이튠즈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 천만 단위의 히트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어떤 대중음악판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10년 전에는 아프리카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11장 커져가는 글로벌 문화의 영향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