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은 서기관들은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 때문에 언제나 통치자의 이익과 뜻을 섬기는 위치에 있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통치자들에게 의존했다. 유대와 유대인들에 대한 제국의 통치는 제국 궁정에서건 예루살렘 성전국가에서건 그들의 위치를 더욱 복잡하게 했을 뿐이었다. 바빌론 제국 궁정에서 일하던 다니엘과 그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전문적인 지식인들이 제국의 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제국 궁정의 행정관료나 고문으로 일하건 간에, (“다니엘”, 또는 벤 시라 같은) 전문적인 서기관들은 제국 행정기구나 지역에 있는 제국의 대표, 즉 유대 성전국가에서 자들의 역할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p.76
수세기에 걸친 제국의 억압은 역사가 하늘의 제왕(the heavenly Emperor)의 통제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록이란 통치자들이 자신의 백성을 지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임을 알고 있었던 서기관 집단은 어두운 징조에 대한 기록을 천상제국의 법정에 투사했다. 지상에서는 하느님이 다스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은 천상법정에서 제국의 억압을 낱낱이 기록해두고 마지막 심판 때 사용하실 것이다.--- p.170
안티오쿠스는 저항을 짓밟았지만, 백성들의 회복에 대한 희망은 마스킬림들이 싸웠던 이유였다. 그들은 안티오쿠스의 헬레니즘 개혁과 “거룩한 계약”에 대한 공격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백성을 하나로 이어주는 계약을 완강하게 방어하고, 하느님께 충성하여 “많은 사람들을 깨우쳤기” 때문에, 그들은 제국 군인들에 의해 순교를 당했다. 그런데 계약의 논리(계약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 임한다.)대로라면, 이렇게 끝까지 충성하여 순교를 당한 서기관들이 만일 백성들의 갱신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이상하다. 마스킬림은 계약백성을 위해 순교당했던 동료의 죽음을 신원받기 위해 하느님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p.193
성전구역과 사제들의 행동반경을 잘 알고 있던 그들은 사제관료들의 약점을 잘 이용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필사적인 행동을 통해 필사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세 가지 종류의 구체적인 행동을 했다. 즉 선택적인 상징적 암살, 유력자들의 재산을 약탈했던 보다 일반적인 암살,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였다.
첫째로, 오늘날의 테러리스트처럼 시카리도 지배적인 사제가문과 헤롯파 사람들, 유대 백성 일반을 향한 “전시효과”를 위해 선택적이고 상징적인 암살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사제들을 공격할 때 그들은 최대한 상징적 가치를 노리고 목표물을 택했다. 그들은 성전관료 성직자들을 택했다. 전현직 대사제들을 비롯하여 사제귀족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세금을 거두는 것만이 아니라, 로마 총독들과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로마와의 협력의 상징이 되었다.--- p.345
이 “독립선언” 본문들은 그것을 작성한 서기관 집단 안에서는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절망적 상황에서 그들 자신이 경험했던 계시적인 돌파구(the revelatory breakthrough)에 대한 진술이었기 때문이다. 유대 서기관들은 후원자들에 대한 충성과 계약 율법에 대한 헌신 사이에서 “중간에 끼어 있다”고 느꼈을 뿐만이 아니라, 고전적인 진퇴양난(“catch-22”), 즉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하느님과 계약에 대한 복종은 제국의 질서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죽음을 피하기 위해 하느님의 계약에 불순종하는 것은 하느님을 저버리고 동시에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계약 율법과 예언 전통의 수호자로서, 그리고 계약의 계명들에 개인적으로 순종하는 사람들로서 유대 서기관들은 쓰라린 신앙의 위기에 봉착했음에 틀림없다. 하느님과 계명에 충실한 유대인들로서 그들은 계약 율법에 불순종한 데 대한 하느님의 저주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하느님은 역사에 대한 지배권과 창조 때 수립된, 우주에 대한 경륜을 잃어버릴 정도로 멀어지셨는가? 그러나 불굴의 믿음으로 그들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버렸다거나 역사에 대한 지배권을 잃으셨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에녹서와 다니엘서 본문들은 어째서 역사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되었는지에 대한 계시이자, 하느님은 여전히 다스리고 계시다는 확신의 표현이다. 하느님은 제국의 통치를 결정적으로 종식시킴으로써 역사의 위기를 해결하실 것이고, 새로워진 땅 위에서 백성들을 회복시킬 것이다.--- p.366
다시 한 번 오늘날의 지식인들은 세계를 파괴한 제국의 세력이 누구인지 분간하고 명명하는 법을 고대 유대 서기관들로부터 배울 수 있으며,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깨달을 수 있다. 즉 반드시 필요한 역사적 행동을 함으로써 세상을 풍요로운 인간 삶을 위한 장으로 만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 p.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