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소설의 성격과 영역을 다루는 제1장, 제2장에 이어 제3장은 환상소설의 영역에 속하는 31가지 하위 장르들과 각 장르에 속한 대표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지들의 임금〉처럼 독자들이 환상소설로 인식하는 전통적 환상소설인 ‘장르 환상소설’, 이 세계를 비밀스럽게 지배하는 신이나 비밀 집단이 있다는 식의 음모론에 바탕을 둔 ‘역사 환상소설’, 탐정소설이나 전율소설의 요소를 지닌 환상소설인 ‘탐정 환상소설’, 루이스 캐럴의 〈멋진 땅에서의 앨리스의 모험〉나 프랭크 봄의 〈오즈〉 연작과 같은 ‘어린이를 위한 환상소설’, 도시가 주인공이 살고 활동하는 환경이라는 사실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시 환상소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제4장은 환상소설에 자주 나오는 용어들을 정리해놓고 있다. 짓궂고 사악한 정령인 고블린(Goblin), 히브리 전설에 나오는 인공 인간으로 진흙으로 사람 모습을 만든 다음 종이에 쓴 주문을 입에 넣어 생명을 불어넣어 만들어진 골렘(Golem), 난쟁이(Dwarf), 엘프, 요정, 용, 일각수 등 환상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신비로운 존재들뿐만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언어로 씌어진 가장 오래된 영웅 환상문학인 〈길가메쉬 서사시〉, 북유럽 신화에서 이 세상의 마지막 싸움을 가리키는 사건 〈라그나로크〉, 웨일스어로 된 옛 영국 이야기들 모음인 〈마비노기온〉 등 환상문학에서 주로 언급되는 신화와 사건 등 45가지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 용어들의 기원과 각각이 상징하는 의미 등 참고로 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
제5장은 한문 문명권에서 본격적인 환상소설이 등장한 14세기부터 환상소설의 전성기인 20세기까지의 환상소설 역사를 훑어보고 있다. 한문 문명권에서 14세기에 본격적인 환상소설인 나관중의 〈평요전平妖傳〉이 등장한 것에 비해 서구에는 본격적 환상소설 작품인 마담 돌노이의 〈요정 이야기〉가 17세기에 출간되었다. 그러나 그 뒤로 중국에서 환상소설이 발전하기 못했고 〈구운몽〉을 능가하는 환상소설 작품이 없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상소설의 진화가 더딘 한문 문명권보다 빠르게 진화하면서 영역을 넓혀나간 서양 환상소설이 환상소설 역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제6장에서 다루는 주요 작가들과 작품들의 목록에 이 책의 무게 중심이 있다고까지 할 정도로 6장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크다. 학술적 토론이나 번역과 같은 체계적 작업에서 일차목록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자료들은 14세기 중국 소설가 나관중에서부터 20세기 한국 작가 이영도까지 284명의 작가와 각 작가들의 주요 작품 목록을 수록하고 있다. 고딕 환상소설의 효시인 호레이스 월폴의 〈오트란토 성〉, 미국 환상소설의 개척자이자 ‘미국 단편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 워싱턴 어빙, 초자연소설·과학소설·탐정소설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에드거 앨런 포,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주제를 인간 정신의 시험이라는 웅장하고 격조 높은 모습으로 다듬어낸 괴테, 〈엘프랜드 왕의 딸〉과 같은 작품들을 써서 장르 환상소설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영국 작가 로드 던세이니, 〈변신〉으로 대표되는 난해하고 극단적으로 황량한 우화들을 비롯한 삶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던 20세기 초의 가장 중요한 환상소설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 인기가 높고 영향력이 큰 〈나니아 연대기〉를 쓴 영국 작가이자 비평가인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환상소설만이 아니라 주류 문학에서도 중심적 존재인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수필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코난〉 연작과 같은 인기 높은 환상소설들을 쓴 미국 작가 로버트 어빈 하워드, 〈반지들의 임금〉으로 환상소설 융성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존 로널드 루얼 톨킨, 〈그렘린들〉처럼 인기 높은 어린이 환상소설을 쓴 로알드 달, 〈어스시〉 연작을 쓴 어슐러 크로버 르귄, 신화적 세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앰버 연대기〉의 작가 로저 즐래즈니, 인기 높은 공포소설 작품들을 잇따라 발표해서 20세기 영어 작가들 가운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 스티븐 킹, 〈향수(香水): 살인자의 이야기〉로 명성을 얻은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리고 〈드래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와 〈퇴마록〉의 이우혁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환상문학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이 목록에서는 환상소설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주류문학에서도 중요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데 특히 환상소설의 역사에서 중심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들과 작품들, 환상소설의 영역을 넓혔거나 환상소설 발전에 영향을 미친 성취도가 높은 작품들은 따로 표시해두어 참고가 되게 했다.
제7장에는 일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동서양 작가 33명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이 추천작들은 ① 읽기 쉽고 재미가 있는 작품들, ② 비교적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들, ③ 널리 알려진 작품 중에서도 환상소설로 여겨지지 않는 환상소설을 중심으로 정리되었다. 이 중에는 괴테, 카프카, 조지 오웰, 안데르센 등이 포함되어 있고 존 로널드 루얼 톨킨의 〈반지들의 임금〉,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 루이스 캐럴, 키플링, 〈코난〉 연작으로 유명한 로버트 어빈 하워드, 〈엘릭〉 연작의 마이클 무어콕, 스티븐 킹, 김만중, 〈앰버 연대기〉의 로저 즐래즈니, 조앤 롤링, 김용 등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제8장 환상소설 분야의 문학상들에는 1975년 이래 해마다 수여되는 ‘세계환상소설상’과 ‘영국환상소설상’ ‘로커스상’ 세 가지 문학상이 소개되어 있다.
제9장은 한국 환상소설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한국 환상소설의 ‘주근대본’인 설총의 〈화황계〉(8C)에서 한국 환상소설의 최고 정점인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17C), 그리고 현대작 〈퇴마록〉과 〈드래곤 라자〉에 이르는 한국 환상소설의 역사와 전망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구운몽〉을 뛰어넘는 환상소설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국내 환상소설의 수준을 살펴보는 가운데 상업적 성공을 거둔 〈퇴마록〉과 〈드래곤 라자〉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