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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나, 제왕의 생애

쑤퉁 저 / 문현선 | 아고라 | 2007년 06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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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59쪽 | 412g | 137*209*30mm
ISBN13 9788992055093
ISBN10 8992055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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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십시오. 그대는 섭왕입니다. 제왕은 신하들 앞에서 울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각공은 가사 자락을 말아쥐고 내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는 고요하고도 성스럽게 느껴지는 미소를 띤 채, 여전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소맷자락 사이에서 『논어』라고 씌어 있는 책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가 말했다.
“그대는 아직까지 이 책을 다 읽지 않으셨지요. 그것이 제가 궁을 떠나면서 느끼는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난 책을 읽지 않을 거야! 난 스승님이 계속 궁 안에 있게 할 거야!”
“그러니 결국 그대는 아직 어린아이인 것이지요.”
각공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은 화톳불처럼 이글거리며 한참이나 내 이마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검은 표범과 용이 새겨진 내 왕관을 가볍게 쓸어주더니, 왠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 어린아이의 몸으로 제왕이 된 것이 너의 운명이고, 또한 너의 불행이구나.”
--- p.46
“장현령은 메뚜기 떼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옵고 메뚜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 것이옵니다. 장현령은 그날 현의 모든 아전들에게 명하여 밭에 있는 메뚜기를 모두 잡게 하였으나, 아무리 잡아도 효과가 없자 미치기 일보직전이 되어 잡은 메뚜기를 모두 집어삼켰다 하옵니다. 현의 백성들이 모두 이 일에 감동을 받아 눈물바다를 이루었다는 후문이옵니다.”
나는 안자경의 말을 듣고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내가 말했다.
“메뚜기는 곡식을 삼키고, 현령은 메뚜기를 삼키다니. 세상에 신기한 일도 다 있구나. 하지만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난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배현의 현령이 메뚜기를 잔뜩 먹고 죽은 것은 황당하고도 비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미덕과 절개로서 표창함이 마땅한 것인가? 나는 조례 때 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자주 난감한 상황에 빠졌고, 그럴 때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대들 가운데 광대의 줄타기를 본 사람이 있는가?”
--- p.169
“저들의 수단이 이리도 비열하고 지독할 줄은 미처 몰랐어요. 하느님, 저들이, 저들이 절더러 흰 여우를 낳았답니다. 흰 여우를.”
혜비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었다.
“나의 폐하! 지고무상한 섭왕이시여!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살까요, 죽을까요? 진실로 제가 죽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것이라면, 폐하께서 흰 비단을 내려주시옵소서.”
나는 얼음처럼 식어가는 혜비의 여윈 몸을 끌어안았다. 마음 또한 슬프고 처량하기가 시린 물과 같았다.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폈던 봄날 이후, 이 선녀 같은 품주 소녀는 하루하루 내게서 멀어져갔다. 그 순간 나는 형체 없는 악랄한 손길이 그녀를 무덤 속으로 밀어넣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왜 그 가엾은 여자를 구해줄 수 없었던가. 그녀가 구원을 청하며 내게 매달렸을 때, 웬일인지 나는 무엇인가에 두 손을 묶인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p.193
“내가 무슨 빌어먹을 개 방귀만도 못한 왕이란 말이냐? 나는 하늘 아래 가장 유약하고 무능하며, 또한 가장 가련한 제왕이로다. 어릴 때에는 유모와 환관, 궁녀 들이 하라는 대로 했고, 글을 깨우칠 무렵에는 승려 각공이 하라는 대로 했으며, 왕이 되어서는 황보부인과 맹부인이 하라는 대로 했다. 이제 나라의 정세가 크게 변하여 민심이 흉흉하고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모두 다 늦었구나. 한 자루 칼이 내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저 여기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다. 연랑, 말해보아라. 내가 무슨 빌어먹을 왕이란 말이냐?”
이 말을 충동적으로 내뱉은 후에 나는 목을 놓아 엉엉 울었다. 울음은 갑작스레 터져나왔으나, 사실 오랫동안 쌓인 묵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었다. 연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할 말을 잊은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해낸 첫 번째 일은 내 침실 문을 닫는 것이었다. 아마도 제왕의 통곡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큰 금기사항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던 모양이다.
--- p.217
연랑은 몸에 베어 버릇이 되어버린 굽은 자세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슬피 우는 여인의 그것 같았다. 나는 연랑이 내 공포와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재난의 불길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살아서 대섭궁을 나갈 수만 있다면, 연랑, 너는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아느냐?”
“품주성의 광대패를 찾아가실 것이옵니다. 줄타기를 하러 가실 것이옵니다.”
“그래. 그 광대패를 찾아갈 것이다. 줄타기를 하러 갈 것이다.”
“폐하께서 줄타기를 하시면, 소인은 통나무를 탈 것입니다.”
나는 연랑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우레가 치고 소낙비 내리는 불길한 밤, 나는 출신이 미천한 다 큰 내시와 얼싸안고 흐느껴 울며 여덟 해에 걸친 제왕으로서의 삶의 최후를 미리 애도했다.
--- p.244
“걸어라! 뛰어라! 재주를 넘어라! 재주를 넘어!”
사람들이 하나같이 욕망을 좇아 움직이고 돈 냄새가 코를 찌르는 향현 거리에서,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둘로 가를 수 있었다. 제왕으로 살았던 반쪽 인생은 낙엽처럼 대섭궁의 담장 밑에서 소리 없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광대로서의 나는 아홉 자 높이의 공중에서 이제 막 태어난 것이었다. 나는 그 줄 위에서 무엇을 들었던가? 북풍이 서럽게 울부짖으며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내 발밑에서 과거의 나의 백성들이 신이 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줄타기 왕! 걸어라, 걸어! 뛰어라, 뛰어! 재주를 넘어봐!”
그래서 나는 걷고 뛰고 재주를 넘었다. 단단히 매어져 있는 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줄 위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진실한 내 그림자가 향현의 저녁 빛 속에서 점점 커지는 모습을, 아름다운 흰 새가 내 영혼의 깊은 곳으로부터 날개를 펴고 자유롭고 오만하게 세상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것을, 저 푸르고 끝없는 하늘 위로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줄타기 왕이다.
나는 새다.
--- p.321
이 책 『나, 제왕의 생애』는 어쩌면 내가 처음으로 나의 정신 세계를 마음껏 유랑함으로써 얻은 결과일 것이다. 나는 고대의 역사와 문화, 궁정의 사건과 비빈들, 옛 악기와 음악, 강호를 떠도는 예인들의 삶을 좋아하고, 그 삶의 굴곡과 기복에 찬탄한다. 나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인생이란 불과 물, 독과 꿀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아마도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겠지만,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역사소설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소설 속의 아름다운 여인들과 궁정의 음모는 모두, 그저 비 오는 밤에 놀라 깨어났을 때의 꿈결 같은 것이다. 소설 속의 재난과 살육 또한 내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걱정과 두려움, 그것에 불과하다. 나는 내가 꿈에 기대어 글을 쓰고, 꿈에 기대어 살았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 제왕의 생애』는 바로 그 꿈속의 꿈이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우연하고도 갑작스럽게 제왕이 된 소년에게는 모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힘이 있고, 모든 사람을 살리거나 죽일 권한까지 있지만, 실제로 장성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을 태평하게 할 수도 없고, 나라를 잘 다스릴 수도 없고, 집안을 편안히 다독일 수도 없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여인 한 사람도 보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제왕이지만, 제 몸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날고 싶어' 한다. 자유로운 것이야말로 제왕다운 것이라고, 높은 줄 위에서 매인 것 없이 나는 것이야말로 제왕보다 나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옮긴이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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