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6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328g | 153*205*20mm |
ISBN13 | 9788990229168 |
ISBN10 | 8990229162 |
발행일 | 2007년 06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328g | 153*205*20mm |
ISBN13 | 9788990229168 |
ISBN10 | 8990229162 |
프롤로그 1. 몽상가를 위하여 오리와 철학자 철학자의 아내 버려진 존재들과 철학자 철학자의 카니발 풍차 앞에 선 철학자 철학자와 거리의 여인 2. 가족 이야기 철학자의 탄생 철학자의 결혼 철학자의 자녀들 장님과 철학자 꼬마 철학자 철학자의 손자 3. 즐거운 인생 철학자의 잔치 시인과 철학자 철학자와 봉봉 철학자와 스포츠 철학자의 서재 철학자의 제자들 4. 은곡재에서 당진의 철학자 이태백과 철학자 철학자의 여인들 아폴로와 디오니소스, 그리고 철학자 철학자의 귀향 책 속의 작은 책 - 오리와 철학자 |
행복한 철학자.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책표지가 재미나게 생겼어도 마찬가지다. 철학이라는 것이 보통 낱말인가. 고민을 하거나, 현학적인 말을 하거나, 궤변을 늘어놓으면 철학하고 있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만큼 어렵고 어렵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철학책을 읽는 것은 다른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한 페이지를 읽는 데에 최소한 다른 책의 다섯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며, 최대한 이해불가의 딱지를 달고 영원함으로 빠져들게 된다. 뒷장을 읽으면서 앞장을 뒤적거리게 만들고 읽은 문장을 몇 번 되풀이 읽게 만드는 것이 철학책이다. 또한 문장을 인수분해하면 분명 아는 단어인데 철학자의 언어로 조합되는 순간 고대 상형문자의 색깔을 띠면서 저만치 물러앉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한 철학자라니. 공개적으로 철학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철학으로 보낸 것이 분명할 진대 행복한, 이라는 형용사까지 달고 나왔으니 믿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책장을 열었을 때, 프롤로그 첫 줄은 이랬다. ‘행복한 철학자’라는 제목은 역설적일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철학자의 사는 이야기이다. 삶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라고 굳이 말하고 싶은 이유는 삶이란 단어가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면 사는 이야기라면 형이하학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행간의 의미를 알기 위해 끙끙거릴 책이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즉시 읽히고, 이해되고, 공감되는 이야기다. 철학자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 세상을 산다. 말하자면 철학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철학을 하는 이야기다. 철학이 주가 아니라 사는 이야기 중간 중간 틈틈이 철학이 박힌 이야기다. 그래서 결혼 프러포즈를 ‘개체는 다르되 이미 타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는 말에서 풋 웃음이 터져 나오고, 어린애와 버금가게 어깃장을 부리고, 떼를 쓰며 거기에 합당한 철학적인 이유를 달고 철학적 사유를 하는 철학자에게 애정이 느껴진다. 가끔은 그런 철학자 때문에 철학이 이웃 사람처럼 가까워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사는 재미는 즐거움에서 온다.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이 많은 것도 책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많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즐겁지 않으면 요새 애들 말로 ‘따’를 당하게 된다. 이 책은 내게 ‘따’를 당하지 않았다. 첫 페이지부터 즐겁게 해주어서 애인처럼 가까이 두었다.
책은 다 읽히기도 전에 다른 주인을 향해 떠났다.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친구한테 병문안 가는데 가지고 갈 만한 것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마음이 급해 읽던 책을 남편에게 주었다. 입원한 사람이 병의 결과를 앞두고 얼마나 긴장하며 그것에 반비례해 늘어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 사람에게 애인처럼 살갑게 굴면서 즐겁게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 책은 정말 즐겁다.
작가 우애령이 부군이신 철학자 엄정식 교수의 이야기를 쓰고 딸 엄유진이 그림을 더한 귀한 책이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가족간의 따스한 사랑과 깊은 믿음이 느껴져 마음이 훈훈해졌다.
책장을 열자, 역시 작가 우애령의 감칠맛 나는 입담이 속사포처럼 쏘아대니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마지막 장까지 내쳐 달릴 수밖에 없었다.
세 마리의 불쌍한 오리를 아파트에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들어온 철학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제1장은 철학자가 몽상가라는 증좌를 여럿 대며 작가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체로 즐거이 철학자의 삶을 소개한다.
집으로 데려와 구원해주려는 버려진 존재들의 이야기, 휘발유로 가는 카니발 자동차를 덜컥 들여놓고 행복한 철학자, 컴퓨터라는 거대한 풍차 앞에 선 돈키호테 철학자, 철학자와 거리의 여인 이야기 등....
제2장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철학자의 탄생이야기로부터 결혼, 유학, 첫아들, 딸, 막내인 꼬마 철학자에 이어 철학자의 모든 철학 이념과 원칙을 재구성하게 하는 절대적인 존재 손자의 이야기에 이르는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3장은, 독재자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고 작가가 주장하고 있는 철학자의 잔치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시인을 꿈꾸던 철학자의 젊은 시절을 지나 강아지 봉봉과의 만남, 스포츠 마니아인 철학자, 집에서 가장 크고 좋은 방을 철학자에게 서재로 내어주고 온갖 칭송을 받은 후에 은밀히(?) 응접실과 상담실로 점유하고 있다며 작가의 크나큰 배려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다음, 철학자의 제자들 이야기로 <즐거운 인생>편을 마무리한다.
제4장은 <은곡재에서>라는 제목 하에 정년을 앞둔 철학자의 당진으로의 귀향과 노년의 꿈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바치는 엄유진의 글과 그림으로 된 세 마리 오리와 철학자의 이야기로 책의 내용은 마무리된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청량한 문체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작가는 남편의 삶과 철학과 인간관계와 꿈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묘사하는데, 객관적이되 객관적이지 않은 작가의 미묘한 태도와 시선은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오면서 쌓아 온 깊은 존경과 신뢰를 느끼게 해준다.
설명하면 할수록 내가 느꼈던 감동과 즐거움이 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 가을, 행복한 철학자와 조우하여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읽어보기 바란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