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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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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693g | 140*204mm
ISBN13 9788998294236
ISBN10 89982942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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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정희
친구, 부부, 모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여행 트렌드에 반해, 불혹을 앞둔 무뚝뚝한 경상도 아들과 환갑을 넘긴 엄마가 배낭여행에 도전했다. 뭘 하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여행초보 모자(母子)의 좀 모자란 듯한 터키여행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 한 편의 재밌는 시트콤을 보고 있는 듯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고, 가시 박힌 말 속에는 애정이 철철 넘치는 경상도 모자의 환상적인 케미는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패키지 코스대로 따라 다니며 남들과 똑같은 곳에서 흔적을 남기는 게 아니라 거리 구석구석, 동물과 아이들, 사람 사는 냄새까지 그대로 담아낸 전문가 수준의 고퀄리티 사진은 읽는 즐거움에 더해 보는 즐거움까지 충족시켜 준다.

2012년 4월부터 3개월간 형, 형수와 함께 스페인에서 그리스까지 유럽 8개국을 자전거로 달린 이야기를 엮은, 김정희 작가의 첫 책 《어떻게든 굴러가는 88일간의 자전거 유럽여행》은 201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저작 출판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 출간 후 MBC라디오 〈차미연의 세계도시여행〉, SBS 라디오 〈최혜림의 책하고 놀자〉 등 다수의 방송 출연과 미디어 인터뷰 등으로 여행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머니와 함께 터키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KBS1 〈생방송 아침마당〉 ‘여행다니는 가족’ 편에 출연하여 웃음 가득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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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리라입니다, 손님.”
“엥? 아니 이보시게 주인장, 분명 26리라짜리 그걸로 두 명 먹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설마 내가 그걸 2개 시켰다고 생각한 거야?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다른 메뉴보다 가격이 두 배면 당연히 2인분 요리로 생각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라고 전두엽에서 지시했지만 비루한 혓바닥 끝에서는 “2펄슨 26리라...” 라는 말만 버퍼링되고 있었다.
52리라면... 한화 약 26,000원. 숙소에서 좀 쉬다가 야경이나 볼까 했던 계획은 급격한 기분 저하로 인해 모두 취소했다.
- 43p 〈이스탄불_ 바가지냐 바보냐〉 중에서

그녀의 이름은 누란. 원래 내일 만나서 에페소스 유적지의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었는데 저녁 늦게 도착하는 우리가 걱정되어서인지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이다. 같이 온 일행은 그녀의 여동생과 형부.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고 미리 말을 안 했었는데 엄마는 내가 사기꾼에게 속아서 납치당하고 있는 줄 알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말도 못하고 혼자 겁에 질려 계셨다고...
- 79p 〈이즈미르_ 현지인과의 만남〉 중에서

“흐갹!! 우당탕!! 철퍽!!”
엄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고요한 유령마을에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엄마는 비탈진 내리막 돌계단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꼼짝도 못하고 신음하고 계셨다. 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크게 가파르지도 않았고, 엉성하긴 했지만 계단까지 있었기에 위험할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었다.
여행 전 등산을 자주 하시며 나보다 더 체력관리를 하셨던지라 정말 눈곱만큼도 걱정하지 않았었는데... 순간 정신이 육신을 빠져나가려는 것을 재빨리 움켜잡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아이고 내가 마!!... 참 나!!... 고마 조심 쫌 하지!!...”
다급한 마음에 말도 제대로 못하며 엄마를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엄마는 내 손을 마다하고 그저 내 발목만 붙들고 말없이 엎드려 계셨다.
‘아... 여기서 여행이 끝나는구나. 당장 어떻게 돌아가나...’
‘외국에서 다치면 병원비도 엄청 들어간다던데...’
- 139p 〈페티예_ 엄마, 구르다!〉 중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정류장에서부터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의 횡단보도 앞 과속방지턱 때문에 모두들 급 감속을 하며 통과하고 있었다. 슬며시 자리를 옮겨 과속방지턱 근처에 앉아보니 차들이 스쳐가는 속도가 차 안의 사람과 아이컨텍이 가능할 정도였다.
은근한 기대심에 큰 맘 먹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다만 남들처럼 손을 쭉 뻗어 흔들며 멋지게 하지는 못하고 길가에 불쌍하게 쭈그리고 앉아서 턱을 괸 오른손에 엄지만 삐죽이 내밀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하는 줄도 모를 소심한 히치하이킹... 어차피 버스가 올 때까지 할 일도 없으니 이러고 있어도 손해볼 것은 없었는데 정말 5분도 지나지 않아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 218p 〈카파도키아_ 뜻밖의 히치하이킹〉 중에서

표를 끊을 때 몇 번이나 되물으며 확답을 받은 줄만 알았는데 혼자 엉뚱하게 이해하고 표를 잘못 끊은 것은 아닌가? 아 진짜 나 왜 이리 멍청하냐... 엄마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학하는 아들래미의 등을 쓰다
듬으며 괜찮을 거라 안심시켜 주신다.
“엄마는 걱정 안 되나?”
“니를 이자뿟으면 몰라도, 니랑 같이 있는데 뭐 걱정이고... 차 안 오면 내일 가믄 되지.”
“내가 시원찮아서 미안...”
그렇게 자학하며 셀프디스하고 있을때 저 멀리서 두 개의 불빛이 우릴 향해 달려왔다. 오토갈에 도착한 지 1시간 20분 만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따질 생각도 못하고 그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 224p 〈카파도키아_ 뜻밖의 히치하이킹〉 중에서

“심야버스 안 힘드나?”
“니는 길쭉해가 불편할지 몰라도 엄마는 아무 상관없다. 돈 아끼고 시간 벌고 좋지 뭐.”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을 하면서 우리 모자는 참 많이 걸었다.
가난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수십 년을 근검절약하며 격동의 대한민국 주부로 살아오신 엄마. 볼일 보러 버스타고 나갔다가 허겁지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삑! 환승입니다~” 할 때의 그 짜릿함... 비록 얼마 안 하는 적은 금액이지만 그걸 아꼈을 때 오는 이런저런 소소한 즐거움... 엄마는 그런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 311p 〈불가리아 소피아_ 죽기 전에 꼭 가보라던 릴라수도원〉 중에서
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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