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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sea 2

she&sea 2

: 바다의 패왕과 우매한 자

[ 초판한정부록 : 타로카드 + OPP북커버(책과랩핑) ] WA 화이트앨리스노블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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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2쪽 | 268g | 120*172*12mm
ISBN13 9788960526082
ISBN10 8960526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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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토모리 타마키
도쿄 출신. 웹 사이트 「27시 09분의 지도」에서 i a라는 이름으로 오리지널 소설을 공개 중이다. 출간작으로는 「사랑과 악마와 묵시록」 시리즈, 「F-에프-」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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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시간이 찾아왔다.
사사라가 있는 곳은 오늘도 미지의 세계에 펼쳐진 바다 아르바슈나를 가로지르는 해적선 위.
뱃전에 기대어 별이 아로새겨진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다.
“이쪽 세상에도 하늘에 강이 흐르는구나.”
하얗게 피어오르는 빛의 띠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잊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무수히 많은 빛을 비추는 어두운 해면(海面)도 또 다른 하늘 같다.
달리 보면 별이 강줄기를 이루며 광활한 바다로 도도하게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유일하게 수평선의 위치만 흐릿하다.
“은하 철도, 안 보이려나.”
차원을 넘나드는 열차가 어딘가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지 않을까 하고 눈을 부릅떠 본다.
귓속에서 환상의 기적 소리가 울린다. 바쁘게 돌아가는 바퀴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증기. 까맣게 빛나는 열차가 별들을 헤치며 하늘 끝으로 돌진한다. 차창에서 얼굴을 내미는 자신의 얼굴을 상상하자 가슴이 술렁거린다.
그 열차에 타면 부모님과 오빠인 소지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련만.
“사사라.”
소소한 바람은 그녀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한 줄기 서늘함이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나른한 음성이었다. 뒤를 돌아보자 밤하늘보다 짙은 그림자가 머리 위를 덮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램프 빛을 받아 빛나는 푸르스름한 머리카락. 다음은 달빛을 훔쳐 담은 듯한 아름다운 금색 눈동자. 각도에 따라 바다 빛으로도 보이는 아름다운 눈이다.
“가르시아.”
조그맣게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
해적왕 가르시아. 싱글거리며 사사라를 내려다보는 장신의 남자가 바로 이 투박하고 더러운 해적선의 왕이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그는 서글서글하게 굴면서도 때때로 가차 없이 야만성을 드러낸다.
그에게는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운 짐승’이라는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잡아먹지도 않을 거면서 가엾은 사냥감을 잡아 갈기갈기 찢어 놓고 핏덩어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짐승. 그런 천진난만한 잔인성을 속 깊이 감춘 자다.
“나의 ‘명계의 꽃(冥華)’은 왜 이렇게 나를 볼 때마다 미간에 주름을 팍 잡고 경계하는 걸까?”
그는 색기가 감도는 도톰한 입술을 특이하게 일그러뜨리며 사사라의 몸을 감싸듯이 뱃전에 양손을 짚고 눈웃음을 지었다.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매혹적이라 그의 시선을 마주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녀의 남모르는 고충을 가르시아는 충분히 알고 있는 듯하다.
“왜 경계하는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알 텐데. 동료에게 끔찍한 벌을 내리는가 하면 나를 바다 한가운데 던지기도 하고, 아주 내키는 대로 굴잖아.”
사사라는 일본어로 대답하며 그의 심장 위를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
‘명계의 꽃’이라는 호칭도 거부감이 든다. 왕의 꽃. 한마디로 가르시아의 소유물이라는 뜻이 아닌가.
“네 말은 못 알아듣겠어.”
그는 자신의 가슴과 사사라의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더 진득하게 웃었다.
“안 가르쳐 줘……, 라기보다 이세계 언어로 바꿔 말할 능력이 없어서 그래.”
무슨 조화인지, 듣기는 문제가 없는데 말하기는 사정이 다르다.
“못 알아듣겠다니까. 그래도 이 찡그린 얼굴은 사랑스러워. 사사라.”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았다면 대단한 착각이야.”
이것도 일본말이었다. 그에게서 뇌가 마비되도록 달콤한 향이 났다. 완전히 이성을 빼앗기기 전에 사사라는 돌아서서 다시 화려한 은하수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열차는 보이지 않는다. 어이없게도 진심으로 실망스럽다. 아직은 돌아갈 수 없나 보다.
뭘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까. 몇 날 밤을 보내야 할까…….
가르시아는 뱃전에서 손을 떼더니 사사라의 뒤에서 뭔가를 부스럭거렸다.
“이렇게 팩 돌아서면 서운하지. 아가씨의 마음을 손에 넣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아가씨의 마음은 다이아몬드 같아서 절대 변하지 않는답니다.”
“뭐라고……? 우리 변덕쟁이 아가씨는 달과 별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지?”
“말하면 따다 줄 건가?”
그럴 리가. 우문이다. 조금 전에 그녀가 한 공상처럼.
한숨이 나오려는 찰나,
가르시아는 사사라의 뒤에 서서 양손을 그녀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차라랑 하는 금속음이 들렸다. 왼손에는 달 모양, 오른손에는 별 모양의 보석을 박아 넣은 예쁜 팔찌가 쥐어져 있었다.
보석에 대해 무지한 사사라도 그 두 개가 눈이 튀어나오도록 고가라는 건 바로 알아보았다.
“너는 틈만 나면 내가 앉는 의자 밑에 웅크리고 앉거나, 우울하게 하늘만 쳐다보잖아. 달을 사랑해서 그러는지, 별을 사랑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만 손에 쥐고 있으면 그렇게 하염없이 하늘을 우러러볼 필요는 없겠지?”
대답할 말이 없다. 일본으로 가는 은하 철도를 찾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게 얼마나 꿈같은 바람인지는 사사라도 안다.
그리고 공연한 소리를 해서 어린애 취급당하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둘러대고 싶은데 열네 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녀가 어른이면 달랐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가르시아가 볼멘소리를 했다.
“나를 너무 애달게 하지 말아 줘.”
뭐라는 거야.
“네가 해바라기라도 된 양 열심히 올려다보는 달과 별이 미워질 정도란 말이지.”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해적왕이야말로 미워진다.
“사람이면 끝장을 내겠는데 상대가 나빠.”
밤하늘의 달과 별까지 살육의 대상이야?
“매정한 하늘의 주인들은 잊어버리고 날 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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