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칼은 고전기 마야의 가장 강력한 왕국 중 하나였다. 과테말라 페텐 지역의 빽빽한 저지대 다우림 속에 자리한 이 거대한 도시의 잔해는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을 매료시킨다. 전성기였던 8세기 무렵, 티칼은 80만에서 1백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거대 도시였다. 8세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 지역에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나 기원전 600년경에 그 규모가 갖춰지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2~3세기 후에 이 지역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오늘날 관광객들은 중앙 광장에 멈춰 서서 높이 솟아 있는 피라미드 신전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마야에서 매우 중요한 무덤 지역 중 하나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곤 한다. 고고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티칼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활기찬 도시였음에도,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들은 죽은 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북쪽 아크로폴리스에는 초기 티칼 왕들의 무덤이 많이 있다. 이 무덤들은 수세기 동안에 걸친 공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축조된 것이며,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이러한 공사의 최종적인 모습이다. 처음에 이곳에는 피라미드 성소를 받치고 있는 단壇 하나밖에 없었다. 최초의 피라미드 성소는 기원전 200년경에 만들어졌다. 그후 후대의 왕들이 죽을 때만다 그들의 무덤이 선왕의 무덤 위에 덧씌워졌다. 그 결과 무덤과 신전은 겹겹이 포개진 형태를 띠게 되었다. 발굴 결과, 많은 초기 피라미드의 중앙 계단 양 측면에는 태양신을 상징하는 듯한 거대한 석고 마스크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죽은 이들이 저승세계 여행에 지참하게끔 무덤 안에 안치해놓은 부장품들 중에는, 마야 지역에서 발견된 공예품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솜씨를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그림이나 항아리에는 왕좌에 앉아 시중들에 둘러싸여 있는, 생전의 왕이 묘사되어 있다. 원래 항아리에는 죽은 자들을 위한 음식이나 음료수가 가득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특히 카카오로 만든 음료수는 매우 값진 것이었다. 어는 무덤에서 발굴된 여러 개의 골骨제품 조각에는 카누를 타고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함께 저승세계를 여행하는 옥수수 신이 묘사되어 있다. 고전기 시대의 믿음에 따르면 옥수수 신은 저승세계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후 다시 지구의 창조자로 부활한다. 티칼의 무덤에서 나온 골제품들을 보면 마야인들은 왕도 비슷한 여정을 거쳐 승리에 찬 재생을 맞게 된다고 믿었던 것 같다.
중앙 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피라미드, 제1신전은 티칼의 훌륭한 왕인 아 카카우Ah Cacau의 안식처다. 682년부터 723년 무렵까지 티칼을 다스린 그는 북쪽 아크로폴리스 주변지역에 무덤을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굴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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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은 시간을 기록하는 데 탁월했으며 그들이 만든 달력은 동시대의 유럽인의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수 체계와 마찬가지로 마야 역법도 20진법을 기초로 만들어졌으며, 카툰이라 불리는 20년을 한 주기로 묶어 계산했다. 또한 여러개의 달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의례력, 태양력, 태음력 그리고 현시대가 태동한 날부터 세어나가는 날짜계산-이는 5200년을 한 주기로 하며 현 시대는 2012년 12월 23일에 끝난다-이 서로 맞물려지며 돌아갔다.
첫번째 달 달력은 260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제 혹은 '날짜의 수호자들'이 미래를 예언하거나 의례 일정을 짜는 데 사용되었다. 260이라는 숫자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따. 어떤 이들은 천문학에 기반해 이를 설명하고 또 다른 이들은 인간의 임신기간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이 달력에는 각 날짜마다 독특한 이름을 붙였는데 이 이름은 20개의 날짜기호와 1부터 13까지의 숫자가 조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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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마야인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매우 뛰어난 민족이었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그들의 도시는 오늘날까지도 주변 경치를 압도한다. 대부분의 마야인들은 짚으로 엮은 오두막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배자와 귀족들은 돌로 지은 호화로운 궁전에서 살았고 죽은 후에는 거대한 피라미드 신전 아래 묻혔다. 그들은 결코 단일한 제국을 건설하지 않았고 작은 도시국가로 나뉘어 서로간에 잦은 전쟁을 치렀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우 세련되고, 여러 면에서 통일된 모습을 갖춘 문화를 발전시켰다. 마야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들의 문명을 하나의 실체로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공통된 주제는 신화와 창조 이야기, 우주에 대한 이해, 종교적 믿음,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이다.
마야 신화는 신들이 어떻게 대지를 창조하고 옥수수maize로부터 최초의 인간을 만들어냈는지를 들려준다(옥수수는 이 지역의 주식이다). 신들은 인간들에게, 신들의 자비로운 창조 행위에 대한 보답으로 어떻게 희생 제의를 드려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따라서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신들의 끊임없는 호의에 의존한다고 믿었다. 무지갯빛 장식비단날개새(케찰quetzal) 깃털로 만든 예복을 차려입고 행하는 정교한 의례는 신과 인간 간의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었다. 현존하는는 마야의 책에는 제물로 신들을 달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표들이 담겨 있다.
마야 사회는 전적으로 신들과 왕들에 의해 통치되었기에 예술작품 속에 가장 비중 있게 부각된 이미지가 이들이라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유명한 조각작품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왕의 이미지다. 그는 인간과 전지전능한 신들 사이의 중재자로 여겨졌기에 특별한 존경을 받고 권력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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