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저와 촉이 서로 공격하고는 제각기 진나라에 와서 위급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했다. 이때 진나라 혜왕은 군대를 일으켜 촉나라를 공격했으나, 길이 험하고 좁아서 행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때 또 한나라가 진나라로 쳐들어왔다. 혜왕은 먼저 한나라를 치자니 형세가 불리해질 것이 두려웠고, 먼저 촉나라를 치자니 한나라가 기습해 올 것이 염려되어, 그 어느 쪽으로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진나라 장수 사마조와 장의는 혜왕 앞에서 이 일에 관하여 논쟁을 벌였다. 사마조는 족나라를 치려고 하였으나, 장의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를 치는 편이 낫습니다.”
혜황은 말했다.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장의는 대답했다.
“먼저 위나라ㆍ초나라와 모두 가깝게 지내십시오. 우리 군대를 삼천(三川: 동주 때는 黃河ㆍ伊水ㆍ洛水를 말함)으로 내려보내 십곡의어귀를 막고 둔류의 길목을 지킵니다. 위나라에서 남양으로 가는 길을 끊도록 하고, 초나라에게는 남정으로 나아가 공격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진나라 군대는 신정과 의양을 치고 동주와 서주의 교외로 진격하여 주나라 와의 죄를 꾸짖고, 다시 초나라와 위나라 땅을 침략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나라 왕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틀림없이 나라를 상징하는 구정을 내놓고 항복할 것입니다. 구정의 권위에 의지하여 전국의 토지와 호적을 조사하고, 천자를 끼고서 천하 제후들에게 호령한다면 천하에서 감히 따르지 않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왕업을 이루는 것입니다. 지금 저 촉나라는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오랑캐의 무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따라서 촉나라를치는 것은 군사를 지치게 하고 백성들을 고달프게 할뿐 명분을 얻기에는 보족합니다. 설령 땅을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이 듣건대 명분을 다투는 자는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을 다투는 자는 저잣거리에서 다툰다고 합니다. 지금 삼천과 주나라 왕실은 천하의 조정이며 저잣거리와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왕께서 이것을 상대로 다투지 않고 도리어 오랑캐땅을 다툰다면, 이는 왕업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사마조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은 나라를 잘살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땅을 넓히는 일에 힘쓰고,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일에 힘쓰며, 왕업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덕정을 널리 펼치는 일에 힘쓴다고 들었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만 갖추어지면 왕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지금 왕의 국토는 좁고 백성들은 가난합니다. 때문에 신이 바라건대 상대하기 쉬운 나라부터 추진하십시오. 저 촉나라는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구석진 나라로 오랑캐의 우두머리이며 걸이나 주와 같은 난폭한 행동을 합니다. 우리 진나라가 이를 치는 것은 마치 이리나 승냥이가 양떼를 쫓는 것처럼 쉬울 것입니다. 그들의 땅을 얻으면 국토는 넓어질 것이고, 그들의 재물을 손에 넣으면 백성들은 부유해지고, 무기를 완벽하게 갖출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고서도 저들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 pp.191~192
가생이 장사왕의 태부가 된 지 3년쯤 되자, 부엉이가 가생의 깁으로 날아들어 방 구석에 앉았다. 초나라 사람들은 부엉이를 '복'이라고 불렀다. 가생은 좌천되어 장사에 살고 있었는데, 장사는 땅이 낮고 습기가 많기 때문에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을 슬퍼하여 부를 지어 스스로를 위로했으니, 그 문사는 이러하다.
정묘년(丁卯年)
4월 초여름,
경자일(庚子日) 해질 무렵인데
부엉이가 나의 집으로 와서
방구석에 앉았는데
그 모습은 무척 한가롭구나!
이상한 새가 와서 멈춰 앉으니
내가 보기에 그 까닭이 괴이하구나!
책을 펼쳐 점을 쳐 보니
점괘가 그 길흉을 일러주는데,
“들새가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주인이 나가는 형국이구나.”
부엉이에게 묻는다:
“내 가면 어디로 갈 것인가?
길한 징조라면 내게 말해주고
흉한 징조라면 그 재앙을 말해다오!
땅에 묻힐 나이를 헤아려
그 때를 나에게 알려다오.”
부엉이가 이에 탄식하고
머리를 들고 나래를 친다.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날갯짓으로 대답하네.
만물은 변화하며
진실로 쉼이 없다.
도아 흘러서 옮겨가고
혹은 밀어서 돌아간다.
형체와 기운이 끊임없이 도니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은 매미와 같다.
그 깊은 이치는 끝이 없는데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리!
재앙이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이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다.
근심과 기쁨은 같은 문으로 모이고
질함과 흉함은 한 곳에 있다.
저 오나라는 강대하였지만
부차는 패하였고,
월나라는 회계에 숨어 살았지만
구천은 세상을 제패했네.
이사는 유세에 성공하였지만
오형(五刑)을 받았고
부열은 죄수였지만
무정의 재상이 되었다.
재앙과 복은
어찌 꼬인 새끼줄과 다르랴!
(…)
--- pp.452~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