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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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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81g | 153*224*30mm
ISBN13 9788984312364
ISBN10 898431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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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떤 면에서 은하수와 같다. 은하수에 명멸하는 수많은 별처럼 다양한 거점들이 자갈밭처럼 펼쳐져 있다. 줄거리 없이 쓰다 보니 한없이 늘어지는 장편소설 같기도 하다. 그냥 ‘서울 가이드북’이라고 편하게 받아줬으면 좋겠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쓰려고 했다. 내가 라이더라고 부르는 자전거족의 관점은 중요하다. 라이더들은 창문 밖에서 세상을 360도로 보기 때문에 세상의 켜와 결을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심장을 엔진으로, 두 다리를 피스톤으로 쓰기 때문에 그들이 맘껏 여행할 수 있다면 서울은 역동적이고 조화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 (6p)

나는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로서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 않았고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만약 여행을 떠나야 여행자가 된다면 진정한 여행자는 아니다. 여행을 떠나면 직장과 가족의 복잡한 관계에 얽혀 있는 현실에서 멀어지게 돼서 저절로 생활이 간결해지는 면이 있다. 그랬다가 여행을 다녀오면 다시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관계들의 포충망에 걸려들고 만다. 물론 기분 전환은 됐겠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 반복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멀리 가지 않고도 떠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일상을 여행하고 싶다. 출발지와 종착지는 같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17-19p)

나는 도시가 좋다. 낯선 타인들과 우연히 모여 사는 게 좋다. 그 익명적 개별성이 좋다. 관찰당하지 않으면서 관찰할 수 있는 게 좋다. 무엇보다 도시는 인류의 지혜가 응결된 결정체라고 믿는다. 도시에서는 좁은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 지구를 아껴 쓴다는 점에서 도시가 생태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48p)

여행 기분을 내며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과 같지 않다. 출퇴근과 여행 모두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여행은 매일 목적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꼭 가야 할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연적 목적지가 있는 출퇴근과 다르다. 내가 굳이 자전거 출퇴근을 여행에 비유한 것은 과정의 관점에서 봤기 때문이다. 필연적 목적지가 없다는 것은 출발지가 없다는 것이고, 결국 여행은 과정이라는 말이 된다. 출퇴근도 목적지와 출발지를 오가기는 하지만 과정을 즐길 수만 있다면 여행과 같지 않을까? 목적지와 출발지가 매일 똑같으면 목적지와 출발지로서 의미도 오히려 없어질 테니까. (166-167p)

자전거 타기는 바람에 얼굴을 씻는 즐거움이었고 숲의 향기에 흠뻑 젖는 희열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했던 시절, 자전거 타는 것 외에 다른 아무 목적이 없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자전거는 내게 공간 이동의 자유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줬다. 지금은 자전거 타기, 그 자체보다 자전거를 타던 그때의 질박한 생활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과제와 고통, 그리고 성취가 분명했던 시절. (327p)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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