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혁명 41주년을 맞이한 작년(2001년)에 갑년(甲年)을 맞은 문인들이 유독 많았다. 1941년 신사생(辛巳生) 뱀띠들이니 대개 4 19혁명 당시 대학 1학년생으로 "혁명의 신선하고도 독한 공기를 직간접으로 쏘인" 셈이다. 이후 그들은 속속 문단에 진출하여 한국문학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거대한 힘이 되었다. 한 띠에서 그처럼 뛰어난 문인들이 대거 배출된 예는 매우 드문 터이니, 이는 가히 "4월혁명의 문학적 폭발"이라 할 수 있겠다.
『4월혁명과 한국문학』은 올해 진갑(進甲)을 맞는 문인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문학적 성취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꾸린 '4월세대에 바치는 잔치상'이다. 잔치의 흥겨움은 흥겨움대로 살리되 이왕이면 이를 계기로 4월혁명과 한국문학이 포옹하고 길항하는 내적 관련을, 파흥(破興)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너무 무겁지 않게, 진갑을 맞는 문인들의 미시사를 통해 접근해보는 작업도 의미있는 일이 되리라 판단하였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어낸 최원식 임규찬, 좌담에 참여한 김병익 김승옥 염무웅 이성부 임헌영, 작가론을 쓴 구모룡(조태일론) 황현산(김현론) 황광수(이문구론) 성민엽(현기영론) 임홍배(염무웅론) 유성호(이성부론) 백지연(김승옥론) 홍용희(김지하론), 4 19세대 문학론의 심층적 다각적 면모를 밝힌 윤지관 이선옥 등 참여한 필진들의 이름만 훑어보아도 작업의 풍성함을 짐작케 한다.
1부 좌담에서는 4월혁명과 그 이후, 60년대 사회와 60년대 문학을 오늘의 관점에서 호명하여 그 기억을 공유하고 기억의 제고를 통해 전승해보기 위한 자유로운 방담이 이루어졌다. 좌담 참석자들은 4 19당시의 생생한 기억, 4 19세대의 문학수업, 자유당 정권 때의 언론의 실상, 4 19혁명과 5 16쿠데타가 서로 길항하고 응전한 60년대 이후의 역사, 전후세대 작가와 4 19세대 작가의 비교, 창비의 창간이 던진 충격과 지각변동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털어놓아 흥미진진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소설가 김승옥이 자신의 소설을 빚어낸 개인적 역사적 체험을 고백한 대목은 60년대 문학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문구나 이문열과 마찬가지로) 좌익 가족사가 문학에 남긴 깊은 상흔(41~42면), 4 19 이후 번역되기 시작한 일본소설로부터 받은 충격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30~32면), 4 19세대의 중요한 문학적 소재가 사실은 6 25체험담이었다는(32면)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소설가 자신의 내밀한 자기고백을 넘어 그 시대의 문학적 표정을 그려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자료가 된다.
2부에는 1941년생이거나 4 19세대 문학인으로 생각되는 대표적 소설가 시인 비평가 들에 대한 작가론을 실었다. 60년대 문학의 기수가 된 소설가 김승옥을 비롯, 이문구 현기영, 평론가 염무웅 김현, 시인 이성부 조태일, 70년대 민족문학의 혜성이 된 김지하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가 배출한 걸출한 문인들에 대한 작가론을 한데 묶어놓음으로써 시대정신과 문학적 성취들을 연결시키면서 현재의 문학사적 맥락으로 결합하여 읽어볼 수 있는 충실한 '작가론 모음'이 되었다.
3부에 실린 윤지관의 글 「세상의 길: 4 19세대 문학론의 심층」에서는 지금까지 '4 19세대론'의 문학적 기수역할을 맡아온 김현을 "한 숨은 구(舊) 김현파의 때늦은 감회" 속에 평가하고 있다. "나는 거의 언제나 4 19세대로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내 나이는 1960년 이후 한살도 더 먹지 않았다"는 김현의 유명한 발언을 떠올리면서, 4 19의 역사성과 현실성을 희석하는 김현의 담론투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윤지관의 주장들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이선옥은 암흑기로 간주되고 있는 1960년대 여성문학의 실상에는 집단적 자아로서의 경험과 여성작가들의 개인적 욕망 사이에 치명적 간극이 존재함을 주목하며, 1960년대 문학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