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수머
: 컨텍스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사람
컨텍스트 기반의 산업을 이끄는 넷플릭스는 단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감상하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양말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잠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면 예약 등 기능을 활용해서 자동으로 TV가 꺼지도록 하긴 하는데 이는 매우 귀찮은 일이다. 최고는 내가 잠이 깊이 든 순간에 TV가 알아서 꺼지는 것이지만, 그건 엄마랑 같이 살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잠드는 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양말을 선물했다. 내부 센서를 통해 시청자가 잠이 들었는지를 파악하는 이 사랑스러운 마법 양말은 잠드는 순간을 인지하고, 자동으로 TV를 꺼준다. 이와 같은 제품들은 완전히 새로운 컨텍스트를 창조하고 있다. --- p.23~29
#디지털회상
: 센스 없는 디지털 기기를 보완하고자 사람들이 스스로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경험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서전 작업은 조각난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개인 연대기 서비스인 리니어는 연대순으로 기억을 연결해 자신의 과거를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서 색으로 구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계획도 추가할 수 있어 인생 전체를 살펴볼 수 있다.
영국의 BBC는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특정한 시대 배경을 개인의 삶과 함께 엮어서 보여준다. 자신의 일대기와 사회 사건을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인 ‘유어 스토리(Your story)’는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기억과 같은 날짜에 일어난 세계의 주요 사건이나 그해의 유행가 등에 관한 뉴스를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함께 보여준다. --- p.46~47
#지적이상형
: “지성이 섹시함의 새 척도가 됐다(Brainy is the new sexy)."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서 지성을 뽐낼 수는 없을까? 누구나 알아보는 최고급 자동차, 시계, 가방이 아니라, 나의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똑똑한 사람끼리’ 알아볼 수 있는 제품이라면 어떨까? 지식이 있기에 구입할 수 있는 물건에 대한 뽐내기, 즉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끼리 ‘오호~!’라는 추임새를 주고받을 수 있는 ‘최신 제품’ 혹은 그 가치를 담은 물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정보력을 바탕으로 알아낸 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획득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킥스타터에 올라오는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내가 발견한 제품이 상용화되기 전에 먼저 소유하고 싶어 한다. --- p.66~68
#한정판신드롬
: 한정판은 마치 브랜드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얻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투영된 성배와 같다.
버거킹 노르웨이는 ‘누가 진짜 버거킹 고객’인지 알아보기 위해 재미있는 소셜 캠페인을 벌이기로 유명하다. [...] 이미 버거킹의 팬이라고 밝힌 페이스북 가입자 약 3만 8,000명을 상대로 ‘공짜 햄버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당신은 버거킹의 열성팬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버거킹 팬 자격은 우선 버리고 공짜 햄버거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진짜 팬임을 증명한 사람들은 새로 만든 ‘진짜 버거킹 팬페이지’의 친구로 초대하고 증명하지 못한 기존 팬들에게는 맥도널드의 빅맥 쿠폰을 발송했다. 이를 통해 3만여 명의 열성적이지 못한 팬들을 가려내고, 진짜 팬 8,481명을 찾아내서 특별한 자격을 부여했다. --- p.111~112
#제로커뮤니케이션
: 수많은 단어를 대신해서 사진 한 장, 동영상 한 컷으로 모든 상황과 맥락을 드러낸다.
점점 진화해가는 Z세대의 이모지 리터러시(Emoji literacy) 능력에 발맞추어 그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이모지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례로 도미노 피자는 Z세대의 제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주문 과정에 도입해 ‘도미노 애니웨어’를 개설했다. 도미노 피자 홈페이지에 주소와 선호하는 피자를 미리 등록해놓은 후, 스마트폰으로 피자 모양의 이모지를 전송하면 주문이 완료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말없이 이모지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사실 Z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주문법이지만, 아무도 적용할 엄두를 못 냈었다. --- p.129
#마이크로셀러브리티
: 현실적으로 추종과 모방이 가능한 스타를 찾다.
2015년 상반기 국내 유튜브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100퍼센트, 업로드는 9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채널들이 더욱 확장되어 요리, 일상 블로깅, 키즈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1인 제작자는 앞으로 미디어 시장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구글은 2020년이면 전체 미디어 중 지상파의 전통적 방송사나 스튜디오는 25퍼센트에 그치고, 나머지 75퍼센트를 1,000여 개의 1인 채널과 MCN 사업이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 너무나 빠른 미디어의 변화 속도는 산업 생태계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요즘 십대들의 인생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십대들은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를 따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본인도 그들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싶어 한다. 추종하고 추종받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현실적인 가이드가 되어 서로를 모방하고 그 안에서 발전하며, 특히 십대들의 삶의 가이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 p.152~153
#온디맨드관계
: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나의 입맛에 쏙 맞는 관계를 적시 적소에 제공받기를 기대하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리프 반 보벤 심리학과 교수는 동일한 금액 지출 시, 물건 구매의 만족도와 경험 구매의 만족도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으며, A그룹에는 경험 구매에 대한 만족도를, B그룹에는 물건 구매에 대한 만족도를 설문했다. 연구 결과,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물건 구매자보다 경험 구매자의 지출 당시 만족도 및 지출로 얻은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지출에 대한 후회도 적었다. 물건 소유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165
우버는 벤처 투자자와 스타트업 대표를 택시에 동승시키는 ‘우버피치’ 캠페인을 진행했다. 스마트홈 온도조절기 업체인 네스트랩을 발굴해서 투자한 경험이 있는 구글 벤처스 멤버 데이비드 크레인과 샨나 텔러만 등 쟁쟁한 벤처 투자자가 참석한 이 캠페인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할 기회를 제공했다. 우버는 온디맨드 관계를 이용해 그야말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 것이다. --- p.171
#역할언번들링
: 부담감에서 자유로운 소비가 등장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토리 히긴스 교수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실제 자기(Actual self)’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인 ‘이상적 자기(Ideal self)’,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적 자기(Ought self)’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가 불일치할 경우, 불만족, 낙담, 심지어 우울감을 느끼며 실제의 나와 당위적 나 간의 차이는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너무 많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느라 실제 자기와 이상적 자기, 당위적 자기 간의 격차를 크게 느끼는 현대인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p.183
그동안 많은 기업이 힐링, 슬로 라이프 등 지친 개인에게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근복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와 관계된 사람들과 나의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역할 번들링으로 실제적인 일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얽매였던 역할에서의 탈출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인정해주길 바란다. --- p.198
#기승전흙 #환경의사유화
: 사람들은 도시에서 ‘사바나 코스프레’를 시도하며, 자연 친화적이었던 사바나의 삶의 질에 맞춰 도시 생활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유대감이 단절되면서 자연과 접촉하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을 즐기는 일을 또 하나의 ‘즐거움 요소’로 여긴다. 혼자만 자연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즐기도록 하여 새로운 소셜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서비스도 있다. 코카콜라는 리투아니아 도심 한가운데 잔디밭을 깔았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앞에 서면 무료로 코카콜라를 주는 자판기를 설치해 자연스레 맨발로 잔디밭에 올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혼자만 이 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자연의 여유로움을 함께 만끽했다. 코카콜라의 ‘롤 아웃 해피니스’ 캠페인은 도심 속 여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의 여유도 함께 제공한 것이다. --- p.256~258
#디지털디톡스
: 뇌의 피로를 풀고 싶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이다.
노스텍사스대학교의 아서 마크만 교수는 인간이 멀티태스킹에 적합한 존재가 아니라고까지 주장한다. 마크만 교수는 우리가 그저 해야 할 많은 일 사이에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일 뿐이며,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각각의 일을 멈추고 다른 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한다. --- p.221
스마트폰을 역행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심플한 디자인에 신용카드 사이즈로 지갑에 넣을 수 있는 휴대 전화기 라이트폰이 그것이다. 라이트폰은 연결이 아니라 단절을 지향한다. 정말 급할 때를 대비해 전화 통화는 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문자나 SNS는 사용할 수 없다. 개인 컴퓨터 그 자체인 스마트폰을 멀리 떠나 조깅을 하고, 주말과 점심시간을 보내며 디지털 기기를 의식적으로 멀리한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제한된 환경을 택하거나 다양한 일에 뇌를 혹사시키지 않는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복잡함과 디지털에 황폐해진 우리의 뇌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