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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우는 마음의 레슨

개에게 배우는 마음의 레슨

가와하라 마리코, 도시오카 유코 공저 / 정은경 역 | 연리지(꼭사요) | 2002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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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판 『파라와 푸하에게 배우는 행복의 기술』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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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34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884026
ISBN10 89898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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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다시 너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해 아침이면 맥을 못 추는 저는 언제나 뽀로퉁 부어서 툴툴거립니다.

'안녕, 잘 잤니?' 인사 같은 거 건넨 적 한 번도 없는데 파라는 아침마다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얼굴을 핥아 줍니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뻐.' 몸으로 말하는 듯합니다.

어젯밤에 막 헤어졌을 뿐인데 하지만 싫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제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다니.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지요. 매일 아침, 파라는 만남의 소중함을 가르쳐줍니다.
--- p.90
몸이 무겁고 신경이 날카로울 때면 파라에게 손바닥을 핥게 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혀로 계속 핥아주는 파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파라는 몇 번 핥아주었다고 해서 보수를 바라지 않습니다. 몸이 안 좋은 것은 술을 너무 마셔서라든가 며칠째 밤을 새워서라며 탓하지도 않습니다. 손바닥만 계속 핥습니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지요. 독일에는 애견과 같이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습니다. 또 여러 동물과 접하면 치유가 빠르다는 실험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개는 매우 뛰어난 치료전문가입니다.
--- pp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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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종견 파라와 함께 이래저래 7년이 지났습니다. 파라의 엄마는 하얗고 긴 털을 가진 테리어 잡종으로, 한 살을 갓 넘겼을 때 임신했습니다. 젊은 엄마였습니다. 한편, 아빠는 옆집의 킁킁이라는 평범한 개로 당시 12살. 늙은 개였습니다. 둘은 담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사랑한 듯합니다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그게 말이에요, 킁킁이는 할아버지인걸요. 나이가 워낙 많아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부주의한 임신, 바라지 않은 임신이라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태어난 세 마리 중, 암컷이라는 이유로 데려가는 사람이 없어 보건소행을 각오하고 있던 강아지가 바로 파라였습니다. 그런데 파라를 맡기로 한 가정은 그림 그리는 올드 미스와 글 쓰는 올드 미스인 두 친구가 허름한 셋집을 빌려 사는, 아무래도 평범한 가정이라고는 할 수 없는 집입니다.

아침에는 10시가 넘도록 일어나지 않고, 밤에는 올빼미처럼 잠이 없어 밤과 낮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이었지요. 아마도 술주정뱅이가 어떻게 사는지 파라는 어릴 때부터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여겨집니다. 저녁밥을 새벽 2시에 주는가 하면, 산책 시간이 아침 5시도 됐다가 낮이 됐다가 저녁이 됐다가, 아예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한 명이 소파에 앉아서 “좋아.”라고 하면 다른 한 명은 “안 돼.”라고 거부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한 명은 “친구니까 사이좋게, 알았지?”라고 파라에게 새끼고양이 돌보는 일을 시키고 희희낙락이었습니다.

그뿐인가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취재가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며 파라 눈앞에서 갑자기 말싸움을 하거나 침울해져 한 마디도 않거나 그러다가도 맛좋은 술이 들어왔다, 잊고 있었던 원고료가 들어왔다며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좋아했습니다. 파라는 감정 기복이 심한 주인들에게 매일매일 시달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파라는 홀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도 없이 세상에 버려진 운명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에 늘 바르르 떨고, 아주 작은 일에도 오줌을 지리고, 모르는 사람을 보면 발밑에 숨었습니다. 변덕쟁이여서 사람 사귀는 데 서툰 그림 그리는 주인과, 게으름뱅이여서 사람 사귀는 게 귀찮은 글 쓰는 주인은, 자신들의 결점은 짐짓 모르는 척 하면서도 파라가 변덕을 부리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매우 기분 나빠 하며 꽥꽥 소리를 지르거나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기 일쑤였습니다.

제멋대로인 두 사람에게도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글 쓰는 주인이 동물을 좋아한다고 선전하고 다녀,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잡지 연재와 책을 출간하자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잊혀지지도 않습니다. 파라가 두 살 때였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하는 얘기에 두 주인 모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겁쟁이, 마구 짖는다, 아무 데서나 오줌 싼다, 산책할 때 개줄을 질질 끌어 곤란하게 한다, 화내기 전부터 비굴한 태도를 취한다, 고양이 밥을 먹어버린다…… 열거하면 끝이 없는 파라의 결점 거의 전부가, 바로 자신들 탓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체험기를 묶었습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파라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며 알게 된 개의 특성, 파라의 좋은 점입니다. 정말! 개와 함께 살아가면서 우리의 생활도 많이 변했답니다.두 사람은 그저 파라에게 머리 숙일 뿐입니다.
--- 책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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