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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여자

쓸모없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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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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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40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050021
ISBN10 899005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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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에 들어선 순간, 내 감상은 싹 날라가 버렸다. 거기에는 백 명도 넘는 일본인이 있어서 백화점의 세일매장과 같이 시끄러웠다. 파리의 뷔통, 로마의 프라다라고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젊은 여성과 아주머니가 대부분으로 그 밖에는 소수의 아저씨와 젊은 남자가 있었다. 로마라고 해도 프라다는 싸지 않다. 일본에서는 불황이 오래 계속되고 있고, 그 최대의 애로 사항은 소비 마인드가 식었기 때문이라고 듣고 있었는데, 그게 정말일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인이 로마에서 쇼핑을 해도 일본 경제의 부흥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10만 엔을 넘는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살 돈이 있으면 지역의 상점가나 백화점에서 그 돈을 써 주면 좋을 텐데, 하고 오부치 총리라면 생각했을 것이다.
---p.95
에르메스의 본국 프랑스는 다르다. 내가 머물고 있었던 낭트 교외의, 포도밭이 계속 이어지는 구릉 한가운데에 있는 중세 그대로의 마을에서도 수도원을 개조한 프로방스의 호텔 테라스에서도 마르세유의 작은 어항에서도 루아르 강변의 리용의 아이스크림 가판대에서도 툴루즈의 서민적인 레스토랑에서도 고속 도로의 주유소에서도 기차역에서도 렌터카 점포에서도 공항의 대합실에서도 시골의 가로수길에서도 도시의 변두리에서도 광장에서도 공원에서도 에르메스 가방이나 셔츠는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우리는 에르메스 가방이나 셔츠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에 둘러싸여 어울리지 않는 풍경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잊으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 말을 해 버리면 꿈이 없어지잖아, 하는 반론이 있을지도 모른다. 명품 브랜드를 가지면 한 순간이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조금 사치스런 꿈을 꾸고 싶은 것이다, 하고. 그것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풍경에는 우리의 현실만이 있고, 아름다운 것이 적기 때문이다.
--- p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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