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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 1

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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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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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43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1317
ISBN10 898498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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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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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하인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학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보>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현대시학』으로 시단에 입문했다. MBC 라디오 대본작가, TV 구성작가로 일했으며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장편소설 『내 마음의 풍금 소리』『왕목』『푸른 기억 속의 방』『국화꽃 향기』『아침 인사』『허브를 사랑하나요』『일곱송이 수선화』등을 발표했다.『왕목』으로 제5회 '추리문학 매니아상을'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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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이었던가. 정란은 이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돈 없고 직장 없는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무척 사랑했다. 그 남자는 시 나부랭이를 쓰는 시인이었다. 여자는 결혼할 때가 되었다. 집에서는 그 남자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시집가서 뼈 빠지게 가난하게 살 거냐고. 여자는 맘이 흔들렸다. 대학 때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이던 남자가 사회에 나와 보니까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던지.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여자는 같이 지낸 세월만큼 마음이 아팠지만 남자와 헤어지기로 맘을 먹었다.

여자가 말했다. 그만 헤어지자고. 서로 다른 길 가자고. 그러니까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던 그는 근처 상점으로 가 가장 큰 용량의 튀밥을 사왔다. 침대 등받이보다 더 큰 용량 말이다. 그걸 그녀 품에 안겨주면서 "네가 이걸 다 먹을 때까지 그 맘 변하지 않으면 우리 그때 헤어지자! 널 잡지 않겠어. 내가 약속할게!"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 덩치만한 튀밥을 안아들고 집까지 걸어갔다.
---pp.131~132
승우는 두 눈이 까물락거리는 주미 귀에 속삭이듯이 자장가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내 아이는 팔과 다리를 편안하게 늘어뜨렸다. 아이가 잠든 평화로움을 그는 가슴으로 느꼈다. 주미의 숨소리가 그의 몸을 타고 흐를 때 그도 함께 평화로워졌다.

간혹 이 녀석이 울면 얼마나 마음에 격랑의 파도가 일던가. 사나운 슬픔까지 제 아빠 가슴에서 손쉽게 일으키는 주미를 안은 승우는 잠시 스탠드 불빛 가까이 있는 미주 사진 앞으로 가 섰다. 그리고 미주와 주미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아이가 잠을 자면 눈꺼풀과 코와 귀, 눈썹의 선까지 주미는 천상 제 엄마의 잠든 얼굴이다. 이마와 볼, 두 귓볼, 그리고 다리와 팔 같은 몸체는 자라면서 승우 자신을 닮았고 앞으로 더 닮을 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주미는 엄마, 라는 뜻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

진철이 엄마한테도 엄마라고 하고 허 선배한테도 엄마라고 하고 사진 속의 미주한테도 엄마라고 한다. 엄마가 셋이나 된다. 하지만 주미도 이젠 어렴풋히 엄마가 한 사람임을 알지도 모른다. 엄마가 자기 밥을 먹이고 우유를 주고 목욕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입히고 머릴 빗겨주고 놀이터에도 손잡고 가고 차도 같이 타고 슈퍼마켓에도 같이 가는 게 엄마다. 주미는 사진 속의 미주를 엄마라고 느끼지만 고개를 가로저을 지도 모른다. 엄마가 왜 웃기만 하느냐고. 조그만 틀 속에 들어가 있냐고. 하지만 결국 명확하게 일게 될 것이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줄 수 있는 엄마가 이미 하늘나라에 가있다는 것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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