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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 2

국화꽃 향기 그 두번째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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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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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2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45쪽 | 46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1324
ISBN10 898498132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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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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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하인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학 3학년 때 <조선일보> <경향신문> <대구매일신보>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현대시학』으로 시단에 입문했다. MBC 라디오 대본작가, TV 구성작가로 일했으며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장편소설 『내 마음의 풍금 소리』『왕목』『푸른 기억 속의 방』『국화꽃 향기』『아침 인사』『허브를 사랑하나요』『일곱송이 수선화』등을 발표했다.『왕목』으로 제5회 '추리문학 매니아상을'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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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순경. 주미를 백화점에서 잃어버렸다가 찾은 일을 겪은 후 수경의 눈빛은 깊어져 있었다. 너무나 놀라 호된 가슴앓이를 치르고 난 뒤처럼 여전히 해쓱한 얼굴이었다. 정란이 길쭉한 스펀지케이크 한 통을 진철이와 함께 드시라고 내밀자 수경은 감사하게 받았다.

그러면…… 잠든 주미를 안아 302호로 건너가야겠군, 하는 생각으로 엉덩이를 잠깐 붙이고 앉았던 소파에서 정란이가 일어서려는 찰나, 주방 쪽으로 가 손을 조그만 찻주전자 쪽으로 내밀던 수경이가 그런 그녀를 돌아보았다.

"차…… 한 잔 하시겠어여?"

"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향 좋은 재스민 차를 며칠 전에 구입했거든요. 한번 맛보세요. 선생님과 얘기 나누고 싶은 게 있기도 하고……."

"그렇다면…… 네, 그러시죠."
---p.160
오리온 자리.... 오리온 성좌가 밤하늘 명징하게 떠있었다.

네모 꼴로 별 네 개를 외곽 기둥으로 박고 승우 자신과, 주미와 그리고.... 미주의 별인 가족별 세 개가 나란히 사선으로 도열한 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미주가 날아간 오리온 성좌. 미주가 살고있는 하늘 별집...

나중에 승우 자신이 죽었을 때 드넓은 우주를 방황하거나 길 잃지 말고 곧장 자신이 있는 오리온자리로 찾아오라고 미주가 말했던 그 별 일곱 개가 겨울 밤하늘에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왜... 저 별들이... 얼음별이 불타는 것처럼 보일까.

오리온 자리의 저 별들이 눈물별처럼 빛나면서 눈물과 같은 빛을 자신에게 떨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승우는 목이 메였다. 오리온 자리에서 보내는 빛들이, 그의 두 눈에 물기가 되어, 고여, 차오르고 있었다.

괜찮을 거 같았는데. 괜찮을 수도 있다고 믿었는데....

그는 가혹하리만치 심한 갈등과 분열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가슴 쪽으로 담쟁이잎처럼 뜨겁게 뒤에서 감아오르는 영은이 손은 분명 그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돌아서, 그녀를 향해 돌아선다면. 저기 명징하게 빛나는 오리온 성좌에서 얼굴을 돌리고 돌아서 영은이를 맞바라본다면 격하게 껴안을 것이다. 더 이상 자제하거나 절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은이와 깊고 먼 잠을 자는 일. 그걸로 그의 삶은 따스하고 넉넉할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미주야, 네가 준다는 선물 두 가지가 바로 이거였구나.주미가 쑥쑥 커나간다는 것을 알게 해준 거. 엄마 없이도 주미가 밝고 명랑하게 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게 네 첫번째 선물이고, 그리고 목화송이처럼 탐스런 이 첫눈이 두번째 선물이구나.

'미주야! 들리니? 나하고 주미는 걱정하지 말고 너나 건강 잘 챙기고 있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난 말야! 혼자있는 네가 훨씬 걱정돼! 미주야,알아들었니? 내가 거기 갈 때까지 미주 너 잘 있으라구! 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고래고래 악쓰듯 소리지르는 승우의 뺨이 젖어 빛나기 시작했다. 흰 눈송이가 그의 눈동자에 들어가 빛처럼 녹아 흐르고 있었다.
--- p.245
난 오빠가 언젠간 나한테 한 번 와주기를 바라지만, 남국의 햇빛아래서 내게 불현듯 손을 내밀기를 간구하지만, 그렇다고 난 절대로 기다리는 삶을 살진 않을거야. 오빠에 대한 내 사랑은 죽을 때 까지 변함없겠지만 오빠에게 동정을 구하거나 사랑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어리석은 세월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말이야.

먼 훗날, 오빠가 만에 하나 내게로 와 사랑한다거나 같이 살자고 말할 때 내가 오빠에게 아냐, 오빠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난 더 큰 사랑과 이미 살고 있어. 미안해 오빠! 오빠가 더없이 소중하긴 하지만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더 소중해! 하고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나도 내 삶을 거대한 나무처럼 깊이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 뿌리내리는 만큼 아름다운 하늘의 높이를 획득하고 싶어.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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